[비즈월드] 국내외로 불안한 정세 속에 리더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고금리·원자잿값 상승 등의 직격탄을 맞은 우리 경제가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임직원의 수장인 CEO는 혜안을 갖고 회사의 미래를 열어나갈 사업과 업계에서의 포지션을 신중히 택해야 한다. 이에 비즈월드가 [CEO+]를 통해 각 산업의 최전선에서 우리 경제를 이끄는 CEO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전중선은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 사진=포스코이앤씨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 사진=포스코이앤씨

◆ 전중선은?

전중선은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이다. ‘저가 수주 전략’으로 떨어진 회사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1962년생이다.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나왔다. 1987년 포스코에 입사한 뒤 37년 동안 근무한 정통 포스코맨이다.

주요 이력으로 2016년 포스코 경영전략실장에 오른 뒤 2021~2022년 포스코 대표이사, 2022~2023년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를 지냈다. 포스코이앤씨 대표로 선임된 것은 지난달 21일 포스코홀딩스의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다.

전중선 대표는 포스코그룹에서 전략에 능통한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얼마 전 고문으로 물러난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포스코의 지주사 전환(2022년 3월)을 이끌기도 했다.

이때 포스코의 지주사 전환이 중대재해처벌법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는 논란도 나왔다. 지주회사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회사는 사업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에 책임을 지는 구조를 만들었다. 

철강업은 특성상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최정우 당시 포스코 회장은 2018년 7월 취임 이후 끊이지 않은 사망사고로 국회 청문회까지 출석하는 등 산재 기업이라는 오명의 중심에 섰다.

지주사로 전환되면 그룹의 회장이 아닌 사업회사의 대표가 처벌받게 된다. 포스코의 지주사 전환이 중대재해처벌법을 회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전 대표는 지난해 포스코홀딩스에서 24억원을 수령했다. 급여 2억원, 상여 7억4100만원, 기타 근로소득 9900만원, 퇴직소득 13억7300만원 등이다.

◆ 양날의 검 된 한성희의 ‘저가 수주 전략’…전중선의 해결책은?

한성희 전임 대표는 포스코이앤씨의 주택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도시정비사업에서 저가 수주 전략을 통한 공격적 수주가 돋보였다. ▲2020년 2조7456억원 ▲2021년 4조213억원 ▲2022년 4조5892억원 ▲2023년 4조5988억원 등으로 매해 신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실적은 근소한 차이로 2위(1위 현대건설 4조6122억원)에 해당한다.

포스코이앤씨는 저가 수주 전략으로 도시정비사업에서 파죽지세를 이어오고 있다. 경기 안산시 ‘안산주공6단지’는 3.3㎡당 500만원대의 공사비를 제시해 대우건설을 꺾는 데 성공했고, 올해 지방 재개발 최대어인 부산광역시 ‘촉진2구역’은 3.3㎡당 891만원으로 입찰해 삼성물산을 꺾었다.

오는 23일 시공사가 갈릴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 수주전에서는 3.3㎡당 공사비로 798만원을 제안했는데 경쟁사인 현대건설의 824만원보다 낮은 금액이다.

문제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유발한 인플레이션으로 공사비가 급등했다는 점이다.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 건설사의 사업장은 멈춰섰으며 업체들의 줄폐업·도산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이앤씨의 저가 수주 전략은 양날의 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 매출의 절반 가까이 도시정비사업이 차지하고 있는데 저가 수주 전략이 수익성 악화라는 막대한 후폭풍으로 돌아오고 있다.

실제 포스코이앤씨의 연 실적을 보면 수익성 악화가 확인된다. 연 매출과 영업이익을 보면 ▲2020년 7조7944억원, 3797억원 ▲2021년 8조1986억원, 4409억원 ▲2022년 9조4352억원, 3086억원 ▲2023년 10조1669억원, 2010억원 등이다.

건설업계 위기가 아직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2020년, 2021년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성장했다.

문제는 인건비·금리·원자잿값 등의 삼중고와 부동산 PF 등으로 건설업계 분위기가 어두워진 2022년부터 수익성 악화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2022년 매출은 전년 대비 15%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30% 줄어들었다. 2023년 매출은 전년 대비 7.7%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35%나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률도 2021년 5.3%에서 2022년 3.3%까지 떨어지고 지난해는 2%까지 주저앉았다.

전중선 대표는 포스코이앤씨의 수익성이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선임됐다. 전략·재무 전문가로 통하는 그가 점점 막혀가는 포스코이앤씨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등판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포스코이앤씨와 같이 주택사업에 치중한 건설사는 해마다 영업이익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도 원가율 개선 또는 포트폴리오 다변화라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전중선 대표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 대표 취임 이후 포스코이앤씨가 저가 수주를 버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그간 공들였던 서울 ‘강남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 입찰을 포기해서다. 이에 대해 포스코이앤씨 측은 수주 전략이 바뀌기에는 대표가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사업성이 떨어져 수주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사업장 하나를 포기한 것을 두고 신임 대표가 수주 전략을 바꿨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이는 업계가 전 대표의 행보 하나하나를 예의주시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포스코이앤씨의 수주 전략이 바뀌었다는 관측도 시기상조다. 포스코이앤씨는 3.3㎡당 730만원의 낮은 공사비를 제안해 두 차례 유찰된 서울 ‘노량진1구역 재개발 사업’의 수의계약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새 미래’ 열까?

전중선 대표는 앞서 언급했듯 전략·재무적 능력을 발휘해 그룹에서 요직에 앉은 인물이다.

포스코이앤씨 대표로 선임된 배경에도 그가 전략·재무적 능력을 발휘해 위기를 맞닥뜨린 회사의 수익성 문제를 해결하길 바라는 그룹의 결정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건설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은 약점이지만 그룹에서 핵심 보직을 역임한 것은 강점이다. 특히 건설사를 가장 힘들게 하는 원인인 원자잿값에서 재무적 능력을 발휘해 위기를 헤쳐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또 포스코이앤씨의 강점인 신용등급(A+)을 통한 자금 조달과 높은 기술력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주목된다. 다소 부족한 주거 브랜드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출시한 오티에르 활용법도 관심을 받는다.

현재 회사 경영에 경고음이 들리는 상황이지만 위기를 빠져나올 대처 능력도 갖춘 것으로 확인된다.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해 발생한 포항제철소 냉천 범람 사고를 극복하는 데 일조했다고 알려져 있다. 

또 ▲그룹 에너지 사업합병 ▲리튬 생산 조기 안정화 ▲차세대 소재 기술개발 등 성장 로드맵 구축 ▲수소환원제철 저탄소 조업체제 구축으로 기술 경쟁력 강화 등 그룹에서 활약을 보여줬다.

전 대표는 포스코에서 괄목할 성과를 내며 그룹의 새 미래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포스코이앤씨에서는 어떤 전략으로 새 미래를 열어나갈지 주목된다.

[비즈월드=나영찬 기자 / na@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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