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쿠팡플레이
사진=쿠팡플레이

[비즈월드] 전 세계 프로 스포츠에서 사상 처음으로 몸값 7억 달러(한화 약 9300억원) 시대를 연 미국 프로야구(MLB)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의 다음 달 내한 경기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MLB 개막전 티켓 판매의 불공정행위(끼워팔기) 조사 여부를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데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플랫폼법) 역시 끼워팔기를 규제 대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쿠팡 와우 ‘유료 회원’에게만 티켓을 팔아선 안된다는 내용이 핵심인데 그동안 국내에서 기업들이 유료 회원에게만 파는 글로벌 가수 내한 공연이나 유료 스포츠 콘텐츠가 보편화된 상황이라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역차별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4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에 MLB 티켓 판매가 불공정거래 소지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쿠팡 와우 유료 회원에게만 티켓을 파는 것이 문제고, 이 티켓을 사기 위해서는 쿠팡 와우 회원에 가입해야 하는 끼워팔기라는 주장이다. 공정위는 현재 조사 여부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조사 검토 사실이 알려지자 관련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조사 여부에 따라 이미 모두 소진된 경기와 팬 행사 티켓을 구입한 1만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오타니 선수가 소속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간 MLB 경기 1차전(서울 고척돔·1만6000석 규모)은 8분 만에 전석 매진된 상태다. 

이와 같은 소비자 반응이 나오는 이유로는 여러 기업들이 10년 전부터 자사 서비스 이용 회원을 대상으로 가수 공연 콘텐츠 예매와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는 VIP 마케팅 등 유료 회원에게 주어지는 다영한 혜택 등이 꼽힌다. 쿠팡의 MLB 야구팀 초청 경기가 기존 회원 행사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얘기다. 

지난 2007년 시작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가 대표적이다. 슈퍼콘서트는 현대카드 회원에 한해서만 ‘선예매’와 할인 혜택(20%) 등을 부여한다. 카드 회원들의 선예매가 끝나면 비회원도 예매는 가능하지만 티켓이 매진되거나 할인을 못받는 사례가 있어 왔다. 지난 2018년 글로벌 팝스타 샘 스미스 내한 공연 당시 현대카드 회원 대상의 선예매는 오픈 1분 만에 매진됐다.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피네이션(P NATION)도 가수 싸이의 여름 콘서트인 ‘흠뻑쇼’를 NFT 선예매 방식을 도입했다. 싸이거(pSYger) NTF를 보유하고 티켓 사이트에 인증하면 선예매가 가능토록 했다. 싸이거는 가수 싸이가 가상화폐 사이트에 발행한 NFT다.

가장 큰 문제는 공정위가 이런 사례와 관련해 그동안 끼워팔기 불공정 행위를 적용한 사례가 없다는 점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여러 콘테츠를 소비자에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는 쿠팡만 차별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손흥민 등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선수가 소속된 팀의 내한 경기가 공정위 규제로 없어지는 건 글로벌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앞서 쿠팡은 지난 2022년에는 와우 회원들을 위해 토트넘의 경기를, 지난해는 맨체스터시티·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파리 생제르망FC의 내한 경기를 개최한 바 있고 이때도 공정위는 움직이지 않았다.

게다가 끼워팔기는 최근 공정위가 추진하는 플랫폼법으로도 연결되는 규제다. 플랫폼법은 사전에 주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매출이나 이용자 수 기준으로 사전 지정해 자사 우대와 최혜 우대, 끼워팔기를 규제한다는 점에서 최근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다.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공정위의 금지 사항들이 일반적인 기업의 경영 활동의 범주에 들어간다”며 “각종 멤버십과 콘텐츠, 선물하기 서비스가 규제받는 것은 소비자 후생을 낮추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한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만약 쿠팡플레이와 같은 스포츠 초청 경기를 규제하는 것은 K스포츠는 물론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을 막는 일”이라며 “국경 없는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서는 ‘국경 없는 규제’가 우선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비즈월드=황재용 기자 / hsoul38@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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