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세미나 공동 개최

허청(특허청장 이인실)과 대검찰청(검찰총장 이원석)은 기술유출 범죄의 솜방망이 처벌 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포스터=특허청
허청(특허청장 이인실)과 대검찰청(검찰총장 이원석)은 기술유출 범죄의 솜방망이 처벌 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포스터=특허청

[비즈월드] #1. A씨는 국내 철강 기업의 제조 기술을 중국 경쟁사로 유출했다. 피해기업은 기술개발에 3년간 100억원 이상의 비용을 투입하는 등 상당한 노력을 투자했지만 법원은 A씨가 초범이라는 이유 등으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 B씨는 이직을 목적으로 재직 중인 회사의 블록체인 보안 기술을 유출했다. 피해기업은 기술개발에 2년간 70억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법원은 B씨의 범행으로 회사에 발생한 손해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징역 1년과 벌금 1000만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갈수록 첨단 기술유출에 대한 피해가 커지고 있으며 피해액도 상당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유출 범죄자들의 처벌 강조가 약해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질타를 받아왔다.

이런 가운데 특허청(특허청장 이인실)과 대검찰청(검찰총장 이원석)은 기술유출 범죄의 솜방망이 처벌 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 기관은 2일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세미나’를 공동으로 여고 영업비밀침해 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을 강화하고 기술유출 범죄 피해규모를 산정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다. 양형기준이간 징역형을 정하고 집행유예 여부 결정 때 참고가 되는 기준을 말한다.

특히 최근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우리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술유출 시도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정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 동안 적발된 산업기술 해외유출 사건은 총 93건이며, 그로 인한 피해액도 약 2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적발되지 않은 사건까지 고려하면 기술유출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훨씬 더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어렵게 기술유출 범죄를 잡더라도 초범이거나 피해정도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졌다. 결국 기술유출 범죄가 매년 반복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의 법정형은 징역 3년 이상 최대 30년까지, 영업비밀 해외유출의 법정형은 최대 징역 15년까지 규정되어 있지만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선고된 기술유출 사건 중 실형은 10.6%에 불과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1항 및 산업기술보호법 제36조(국내, 국외 포함)를 위반한 기술유출사범에 대한 법원의 선고 445건 중 47건(2019~2022년)이었다.

영업비밀 해외유출의 경우 2022년 선고되는 형량은 평균 14.9월이었다. 2018년 12.7월에서 2019년 14.3월, 2020년 18월, 2021년 16월에서 지난해에는 14.9월로 오히려 처벌 수위가 낮아지고 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특허청 측은 “범죄의 억제와 예방을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처벌이 필요한 만큼, 기술유출 범죄의 양형기준에 대한 검토를 통해 처벌을 강화할 수 있는 개선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인식에 따라 특허청과 대검찰청은 지난해부터 기술유출 범죄의 양형기준에 대한 연구용역과 국정원, 산업부, 경찰 등 기술유출 대응 부처들과의 협업을 통해 초범이 많고 피해규모의 산정이 어려운 기술유출 범죄의 특수성에 맞춰 양형기준과 관련 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해 왔다고 한다. 

이번 세미나에서 그동안 논의했던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양형위원회에 개선방안에 관한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다.

세미나의 첫 번째 발제는 ‘영업비밀침해 범죄 양형기준 정비방안’을 주제로 조용순 한세대학교 교수가 발표한다. 권고 형량을 해외유출의 경우 2~5년 등으로 기존보다 2배 이상 높이고, 초범도 강도 높은 형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영업비밀 침해죄의 특성을 고려한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두 번째는 ‘기술유출 범죄 피해규모 산정방안’을 주제로, 안성수 전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이 발제하면서, 기술유출 범죄에 따른 경제적 피해규모 입증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한계를 논의하고, 그 대안으로 양형기준을 통한 형량 결정 과정에서 연구개발 비용 등을 고려하는 방안 등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최근 양형기준 정비 동향’을 주제로 최호진 단국대학교 교수가,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 정비 동향을 기초로, 지식재산권 범죄의 양형기준 정비를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 등을 발표하고, 이후 질의응답 및 토론이 이어질 계획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식재산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다. 지식재산을 침해하고 기술을 유출하는 범죄는 황금알을 낳기도 전에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마찬가지다”면서 “기술유출 범죄에 대해 역량을 집중하여 철저히 수사하는 한편 개별기업과 국민경제에 끼친 피해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인실 특허청장은 “오늘날 기술유출 범죄는 기업의 생존과 국가 경제, 안보에 직결되는 중대범죄이다”라며 “특허청은 지식재산 주무부처로서 ‘현대판 매국’과 다름없는 기술유출 범죄가 최소화되도록 맡은 바 역할을 확실히 수행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국정원, 지재위, 산업부, 관세청 등 기술보호 유관부처 관계자와 기술유출 관련 수사 검사들이 대거 참석하며 행사는 특허청 공식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생중계된다.

[비즈월드=정영일 기자 / zprki@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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