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금융위원회에서 최근 발표한 '청년 채무조정' 프로그램이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청년 채무조정 프로그램은 만 34세 이하,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 청년에 30~50% 이자 감면과 최대 3년 원금 상환 유예(약정이자율 3.25%)를 주 내용으로 한다. 이를 두고 이른바 '빚투 탕감 정책'이라고 비꼬는 소리도 들린다. 무리한 대출로 가상자산이나 주식, 부동산에 투자해 실패한 청년들도 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책은 발표되자마자 논란에 휩싸였다. 기존 채무조정 프로그램(연체이자만 감면, 약정이자율 최대 15%)을 이용해도 어느 정도는 상환 부담을 덜 수 있는데, 거기에 또 혜택을 더한 프로그램을 신설해 주면서 '빚을 져도 나라가 대신 갚아주겠지'라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논란에 대통령실은 "원금 탕감 조치는 어떠한 경우에도 지원되지 않는다"고 해명했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상황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조금 더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해주고 도와주려는 마음을 가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당국자들의 이러한 해명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원금과 이자의 구분은 이자 산출 과정에서나 의미가 있을 뿐 채무자 입장에서 이자는 원금과 똑같이 갚아나가야 할 책임이다. 또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달라는 말은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정부 재정 운용 과정에 적절치 못한 발언이다.

‘빚투’ 청년 구제는 기존 채무조정 프로그램으로도 가능하다. 채무조정 기관인 신용회복위원회는 개인파산, 개인회생, 채무조정 등 광범위한 채무 조정 시스템을 이미 갖추고 있다. 또한 청년은 차후 근로 소득을 벌어들일 기회가 많기에 본인 노력 여하에 따라 회생의 여지가 많다.

다만 정부가 정책 대상으로 선정한 신용평점 하위 20% 청년에는 폐업, 실직, 건강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빚을 지게 된 이들이 포함돼 있다. 금융위는 오는 9월 예정된 프로그램 신설 때 지원 대상과 지원 내용을 엄격히 제한해 실제로 구제가 필요한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

아울러 "기존에도 있었던 제도", "원금 탕감은 아니다"와 같은 정부의 궁색한 변명과 반박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정부 측은 코로나19와 인플레이션 고물가로 지친 국민의 마음을 자극하지 않는 소통 방식을 강구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원점에서 정책의 실효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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