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벨기에 등서 파트너들과 협력 논의 광폭행보
차량용 반도체 등 유력 인수 후보 기업들과 접촉 관심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왼쪽) CEO, 마틴 반 덴 브링크CTO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왼쪽) CEO, 마틴 반 덴 브링크CTO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비즈월드] 지난 7일 유럽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관련 업계와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7일(한국 시간) 오전 전세기편을 이용해 유럽으로 출국했다. 지난해 12월 중동 방문 이후 6개월 만의 해외 출장으로 오는 18일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은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다. 출국일인 7일이 공교롭게 부친인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독일에서 '신경영 선언(1993년 6월 7일)'을 한 날짜이기 때문이다.

당시 이 회장은 '극단적으로 말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말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혁신과 신사업 등을 추진했다. 이를 계기로 삼성은 꾸준히 성장해 현재의 위치에 오르게 됐다.

이 부회장 역시 이번 출장을 시작으로 적극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출장에서 그는 네덜란드와 벨기에,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 글로벌 파트너들을 만나 반도체 장비와 전기차용 배터리, 5세대(5G) 이동통신 등의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현재 유럽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마르크 뤼터(Mark Rutte) 총리와 면담을 했다.

이 부회장과 뤼터 총리는 최첨단 파운드리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확대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소 등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뤼터 총리에게 최첨단 파운드리 사업 진행에 필수적인 ASML의 원활한 장비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같은 날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도 직접 찾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피터 베닝크 CEO와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ASML 경영진과 미래 반도체 트렌드와 중장기 사업 전략 방향 등과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 이번 만남으로 삼성전자는 파트너십을 공고히 한 것은 물론 장비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다음 날인 지난 15일 이 부회장은 벨기에로 넘어갔다. 루벤에 있는 유럽 최대 규모의 종합반도체 연구소 imec을 방문, 루크 반 덴 호브 CEO와 반도체 분야 최신 기술과 연구개발 방향 등을 논의했다.

imec는 1984년 벨기에와 프랑스, 네덜란드 3국이 공동 설립한 비영리 종합 반도체 연구소다. 현재 95개 국가에서 모인 4500여명의 연구 인력이 국가를 초월한 다국적 연구를 수행하며 3~10년 뒤 상용화될 미래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독일과 프랑스를 찾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곳에서는 현지 이동통신사와 협력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올 초 삼성전자가 유럽 1위 이동통신사 보다폰과 협력을 시작한 만큼 유럽 네트워크 장비 시장 공략이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미뤄둔 대형 인수합병(M&A)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방문한 네덜란드에는 그동안 삼성전자의 유력 M&A 대상 후보인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가 있기 때문이다. 독일에도 인수 후보로 거론된 바 있는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이 위치해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지난 7일 유럽 출장길에 오른 후 네덜란드와 벨기에 등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비즈월드=황재용 기자 / hsoul38@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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