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진 작가, '통로'로 관객에게 다양한 시점 경험 선사
이길래 작가, 나무를 소재로 사람·자연 관계 풀어내
[비즈월드] 일상의 공간 한강을 걸으며 자연스레 예술 조각품을 만나보는 ‘한강조각프로젝트’가 K-스칼프쳐 주최, 해태제과·서울시 한강사업본부 후원으로 지난달 1일 한강뚝섬공원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조각전은 오는 15일 계속된다. 전시기간 국내 조각가 41명·팀의 작품 10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기자는 ‘한강을 걷다’라는 주제 아래 관객과 예술 사이의 경계를 허문 박기진, 이길래 두 명의 작가를 만나 그들의 작품 이야기를 들어봤다.

“<카이코라 빠져들기> 등 자연을 소재로 한 작업을 많이 해왔습니다. 그리고 자연에 대한 작업은 주로 ‘공존’에 초점을 맞춰왔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간·존재·시간을 연결하는 ‘관계성’에 주목하게 됐어요.”
그동안의 작품 활동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 박기진 작가(48)는 이번 조각전에 출품한 작품 중 <통로>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통로>는 이런 관계성에 주목해 어떤 시각으로 무엇을 인식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작품의 통 내부에 있는 핸들을 돌리면 전체가 돌아가 관람객들은 다양한 시점을 경험할 수 있어요. 통 앞의 터널을 통해 바라볼 수 있고 다른 풍경을 볼 수도 있죠. 이를 통해 어떤 공간·시간·존재들도 우리처럼 각각의 고유한 코드로 존재한다는 걸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이어 그는 그의 다른 작품 <벌레 침대>에 대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어느 지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벌레는 사람에게는 미물에 불과하지만 벌레의 생에 있어서는 그들 자신이 중심이죠. 이에 명확한 경계를 두기보다 공간 대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분리해서 그러한 공존을 나타내고자 했습니다.”
박 작가는 관람객들이 자신의 작품을 작가의 의도대로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그저 각자의 방식으로 접하고 느끼길 원한다고 말했다. 관계성과 자연과의 공존을 담백하게 풀어낸 그의 작품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미술은 사람의 공감을 기반으로 탁월성을 평가받는 문학·공연예술과 달리 깊이를 강요하는 예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각 사람에게 ‘탁월한’ 미술 작품은 다 다를 수 있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저는 거창한 작업을 하기보단 그저 꾸준히 작업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최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더 소소'에 연 개인전 '평원'을 마치고 다음 전시의 작품 주제를 고민 중이라고 밝힌 그는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길 원하는지 묻는 질문에 ‘꾸준한 작업을 하는 작가’라고 답하며 말을 마쳤다.

“작품 활동 초기부터 자연과 신화 등 원초적인 것들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우주·인간 근본에 대한 흔적을 이런 것들에서 찾아왔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나무’를 작품 소재로 잡게 됐습니다. 자연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나무는 껍질 등 조각적으로 풀어내기에도 매력적인 소재였어요.”
이날 늦은 오후 만난 이길래 작가(62)는 간단한 인사와 함께 그동안의 작품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이후 그는 자연스럽게 이번 조각전에 선보인 두 개의 작품 중 <천년-삼지송2019-1>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크게 세 다리와 나이테 머리 부분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나무의 구성요소를 다양하게 조형화해 본 시도예요. 뿌리, 껍질, 나이테에 이르기까지 아직까지 나무 한 그루에서 가르침을 얻고 있습니다.”
이어 그는 작품 <다섯 개의 사람 나무>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다섯 개의 금형 중 각 금형은 사람의 형상이며 그 사람의 형상이 모여서 나무를 이룬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모든 생명체는 생성과 소멸이라는 순환 과정을 겪기에 결국 자연과 인간은 같은 존재라는 의미에서 이 같은 작품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저는 관람객들이 제 작품에 다가가기 어렵지 않았으면 합니다. 마치 나무가 사람들 사이 서 있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말이죠. 제 작품을 우러러보는 예술이 아닌 그저 ‘자연스럽게’ 접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바라봤으면 합니다.”
말을 마친 이 작가의 모습 뒤로 그의 작품 아래 경계 없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관람객들의 모습이 보였다. 내년 2월에 10여년 만의 미술관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일관적으로 자신만의 길을 걷고 싶다는 말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비즈월드=이희주 인턴 기자 / lhj@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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