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 롯데, 삼성 출신 대표 선임하며 ‘CDMO 경력직’에 러브콜
업계 "예고된 갈등… 정부 차원 바이오 인력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삼성바이오로직스(왼쪽), 롯데바이오로직스 CI. 사진=각 사.
삼성바이오로직스(왼쪽), 롯데바이오로직스 CI. 사진=각 사.

[비즈월드] 핵심 인재 만성 부족에 시달리는 제약바이오업계의 동종업계 이직 문제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 중심으로 가열되고 있다.

두 업체 간 인력 쟁탈전은 최근 법정 공방으로도 비화한 상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업계의 고질적인 전문 인력 부족 문제를 지적하며 인력이 선순환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부터 이달 초까지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인력 유인 활동을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증명 3건을 잇달아 발송했다. 

양 사의 갈등은 지난해 6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출범한 직후부터 시작됐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사업을 본격화하며 경력직원을 대거 채용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3명의 직원이 이직했다. 이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퇴사 직전 사업전략, 1~2 공장 설비 도면, mRNA 생산시설 구축 전략, 고객사 확보 전략 등의 자료를 출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7월 해당 직원 3명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며 인천지법으로부터 일부 인용 결정을 받았다.

이들 직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출력한 회사 내부 자료를 롯데바이오로직스에서 활용하지 말라는 취지다.

그러나 마찰은 여기서 끝나지 않은 모양새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롯데바이오로직스 측에 인력 유인활동을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증명을 또 한 번 발송했다. 지난해 두 차례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에 대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인력 유출'이 아닌 원리 원칙에 의거한 공개 채용 방식으로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에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을 위한 '메가플랜트'를 건설하면서 인재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경력직 직원들의 이직 조건으로 연봉 약 30% 인상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양 사의 갈등이 예고된 상태였다고 말한다. 

일단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초대 대표로 선임한 이원직 롯데지주 신성장2팀장 상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이다. 

여기에 두 기업의 주요 사업 분야가 CDMO(위탁개발생산)로 겹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 최초의 CDMO업체인 만큼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원하는 '경력자'는 대부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집중돼 있을 수밖에 없다. 

두 기업 모두 송도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양 사 간 갈등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례에서 보듯 업계의 기업 간 인력 유출 문제는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애시당초 국내의 전문가 풀이 많이 않은 만큼 인재 확보를 위한 기업 간 유치·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바이오 산업 전체 인력 선순환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특성상 인력 양성의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고 단순히 개별 기업이 풀어낼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라며 "국내 바이오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선 정부의 개입을 통한 인력 선순환 생태계 조성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협회나 기업들 간 역량을 함께 모아 성장을 도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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