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즈월드] 국내 러닝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며 달리기는 일상 속 하나의 생활문화로 자리 잡았다.
새벽 러닝을 즐기는 직장인부터 러닝 크루, 러닝을 목적으로 여행지를 찾는 MZ세대까지, 달리기는 이제 운동을 넘어 여행 방식까지 바꾸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다.
이 흐름은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글로벌 럭셔리 여행 네트워크 버츄오소(Virtuoso)의 ‘럭스 리포트 2024(Luxe Report 2024)’에 따르면 전 세계 여행자의 94%가 웰니스·액티비티 결합 여행을 선호하며, 하이킹·사이클링·러닝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자연 속에서 몸을 움직이며 감각을 깨우는 여행이 글로벌 뉴노멀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광활한 자연을 품은 뉴질랜드가 러너들에게 점차 매력적인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아름다운 풍광과 지역별 개성을 지닌 뉴질랜드에는 “한 번쯤 꼭 달려보고 싶은 코스”가 전국 곳곳에 있으며, 기록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러너들에게 특히 매력적이다.

뉴질랜드의 러닝 코스는 그 자체로 여행의 목적이 되기 충분하다.
와인 산지의 포도밭과 해안선을 잇는 평탄한 루트, 붉은 삼나무(레드우드) 숲이 펼쳐진 트레일, 지열 지형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를 지나 달리는 길,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도시에서 맞이하는 일출 코스까지, 풍경 하나만으로도 러너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다양하고 아름다운 트레일, 각 지역이 지닌 문화적 스토리가 더해져 뉴질랜드는 자신에 대한 도전과 자연과의 교감을 동시에 선사하는 특별한 여행지다. 자연 속에서 감각을 깨우고, 주변 사람들과 다시 연결되며, 온전한 ‘100%의 나’를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같은 환경을 바탕으로 뉴질랜드 전역에서는 사계절 내내 다양한 러닝 이벤트가 열린다. 그중 자연과 문화를 함께 느낄 수 있는 북섬의 대표 마라톤 3개를 뉴질랜드관광청이 소개한다.

◆ 와인 산지를 누비는 그림 같은 마라톤 ‘아식스 혹스베이 마라톤’
매년 5월 뉴질랜드 북섬의 대표 와인 산지인 혹스베이에서 열리는 ‘아식스 혹스베이 마라톤(ASICS Hawke’s Bay Marathon)’은 포도밭, 과수원,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그림 같은 코스로 유명한 축제형 러닝 이벤트다.
내년에는 5월 16일에 개최되며 올해 7월 등록을 시작해 현재도 접수가 가능하다. 코스는 풀·하프·10㎞·키즈 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부분 평탄한 루트로 초보 러너도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다.

완주 후에는 엘리펀트 힐 에스테이트 & 와이너리(Elephant Hill Estate & Winery)에서 라이브 음악과 현지 음식, 와인과 함께 즐기는 ‘피니시 라인 페스티벌(Finish Line Festival)’이 펼쳐져 잊지 못할 피날레를 선사한다. 특히 내년은 대회 10주년으로 지역 전체가 한층 더 축제 분위기를 띨 예정이다.
혹스베이는 글로벌 와인 네트워크인 그레이트와인캐피털(GWC)이 선정한 12번째 ‘세계 와인 수도(Great Wine Capital)’로,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와 같은 레드 와인과 샤르도네가 대표 품종이다.
마라톤 외에도 ‘처치 로드 셀러 도어(Church Road Cellar Door)’에서 세계 최고 샤르도네(2024 수상)를 시음할 수 있으며, ‘타카로 트레일 사이클 투어(Tākaro Trails Cycle Tours)’를 통해 와이너리 투어나 멀티데이 와인 트레일을 즐길 수 있다.

◆ 지열 지대와 레드우드 숲을 동시에 달리는 유일한 트레일런 ‘런 더 포레스트’
지열 지형으로 유명한 로토루아에서 열리는 ‘런 더 포레스트(Run The Forest)’는 화카레와레와 숲, 지열 계곡, 수풀을 잇는 다양한 트레일 코스로 구성된 뉴질랜드 유일의 지열 지대 트레일런 이벤트다.
2026년 8월 9일 개최될 예정이며 등록은 내년 1월 중순부터 시작된다. 코스는 7㎞ 레드우드 트레일, 10㎞ 지열 지대 코스, 21㎞ 포후투 간헐천 트레일로 구성된다. 대회는 마오리 전통 환영 의식인 ‘포휘리(pōwhiri)’로 시작되며, 결승선은 로토루아 도심의 거버먼트 가든스에서 마무리된다.
대회 후에는 음악, 음식, 웰니스 프로그램이 함께하는 피니시 페스티벌이 열려 참가자 모두가 축제를 즐길 수 있다.

로토루아는 독특한 자연환경과 마오리 문화를 품은 곳으로 러닝 외에도 워킹, 하이킹, 사이클링 등 다양한 액티비티가 가능하다.
700m 길이의 공중 산책로인 ‘레드우드 트리워크(Redwoods Treewalk)’와 화카레와레와 숲에 조성된 200㎞ 이상의 MTB 코스인 ‘마운틴 바이크 로토루아(Mountain Bike Rotorua)’는 대표적 명소이다.
이 밖에도 테 푸이아(Te Puia)의 지열, 문화 체험과 테 파 투(Te Pā Tū)의 마오리 공연을 통해 로토루아의 매력을 깊이 느낄 수 있다.

◆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보며 달리는 마라톤 ‘퍼스트 라이트 마라톤’
‘퍼스트 라이트 마라톤(First Light Marathon)’이 개최되는 기즈번(Gisborne)은 매일 아침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도시로, 이 마라톤은 이러한 지리적 매력을 바탕으로 한 어드벤처형 코스로 구성된다.
해안선과 잔디 언덕, 싱글트랙을 넘나드는 코스는 새벽의 일출을 맞으며 달리는 특별한 순간을 선사하고, 지역 곳곳에 깃든 마오리 문화와 자연 풍경이 어우러져 독창적인 러닝 경험을 제공한다.
내년 1월 24일 개최되며 현재 등록이 진행 중이다. 코스는 풀·하프·6㎞로 구성되며, 마오리의 토지와 역사적 명소, 뉴질랜드 대표 샤르도네 산지를 잇는다. 세계 최초의 일출과 지역 특유의 환대 분위기가 더해져, 여행과 러닝의 경계를 허무는 색다른 러닝 여행이 완성된다.

이 밖에도 ‘마웅가 히쿠랑기 일출 투어(Maunga Hikurangi Sunrise Tour)’를 통해 신성한 마웅가 히쿠랑기 정상에서 세계 최초의 일출을 맞이할 수 있으며, ‘다이브 타타포우리(Dive Tatapouri)’에서는 썰물 때 암초 위를 걸으며 가오·이글레이 등 해양 생물과 직접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사이클 기즈번(Cycle Gisborne)’을 통해 자전거로 해안과 폭포, 와이너리 등을 둘러볼 수 있어, 기즈번만의 자연과 문화를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다.
뉴질랜드의 러닝 여행은 기록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자신의 감각을 되찾고 일상의 에너지를 회복하는 경험의 과정이다.
달리기의 속도, 코스의 길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자연과 교감하며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풍경과 공기, 지역 특유의 문화가 어우러진 코스는 러너들에게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인생 한 번은 달려보고 싶은 장소로 기억될 것이다.
[비즈월드=손진석 기자 / son76153@empa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