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사단법인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
사진=사단법인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

[비즈월드] 오는 8월 14일 ‘택배 없는 날’을 앞두고 온라인 채널에 입점한 중소상공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생계를 위협하는 날벼락 같은 조치라는 얘기다.

이들은 주요 택배사들이 일제히 배송을 멈추면 매출이 급감하고 신선식품 폐기 등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며 이에 획일적인 배송 중단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중소상공인뿐만 아니라 택배기사들까지 잇달아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택배 없는 날의 당위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단법인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는 지난 7일 성명서를 내고 “택배 없는 날에 모든 택배사가 참여할 경우 중소상공인들의 영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온라인 채널을 통해 농수산물·식품·뷰티 등 분야 제품을 파는 중소형 제조사와 판매자들로 구성된 이 협회는 “온라인 플랫폼 입점 사업자가 판매하는 상품이 ‘혈액’이라면 택배산업은 상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혈류’와 같다. 모든 택배사가 배송을 멈추면 온라인 플랫폼 입점 사업자들의 매출도 함께 멈추게 된다”고 호소했다.

실제 CJ대한통운은 오는 13일부터 이틀간 택배 접수를 중단하며 우체국택배는 광복절 연휴 등을 포함해 이달 12일부터 16일까지 닷새간 배송을 멈출 예정이다. 협회는 택배가 중단되는 이 5일간이 중소상공인들의 상품 판로를 직접적으로 막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협회는 “만일 모든 택배사가 배송을 멈추는 경우 매출도 함께 멈추고 유통기한에 민감한 신선식품을 폐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는 영세중소상공인들에게 택배 없는 날은 그야말로 개점 휴업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무더운 폭염에 택배기사들의 건강권을 지키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모든 택배를 강제로 멈추게 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 산업 전반에 동맥경화를 야기하는 중차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협회는 “판매자뿐만 아니라 구매하는 소비자의 권리까지 통제하는 택배 없는 날이 과연 효과적이고 필요한지 재검토를 통해 플랫폼 입점 사업자들의 최소한의 판로를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택배 없는 날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판매자들뿐만 아니라 배송기사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쿠팡에서 위탁 배송을 맡은 '퀵플렉서' 기사들을 대표하는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는 지난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쿠팡 CL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 없는 날 참여에 반대한다며 자율 휴무권 보장을 주장했다.

퀵플렉서들은 개인사업자로서 자유롭게 배송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는데 일괄적인 휴무 강제는 오히려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한 퀵플렉서는 "퀵플렉서들은 부담 없는 휴가 사용과 언제 쉬어도 일정한 수입이 보장되는 쿠팡의 시스템을 믿고 배송 업무를 하고 있다"며 "지난 대선일 강제 휴무는 계획된 휴무 일정에 차질을 빚고 하루 수입을 통째로 날린 '택배 빼앗긴 날'이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함께 CPA는 기자회견 이후 쿠팡 CLS에 택배 없는 날 참여를 반대하는 공식 요구서를 전달했다. 여기에 택배업계가 지난 2020년부터 광복절 연휴인 8월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해 택배기사들의 휴무일로 운영하고 있지만 쿠팡, 컬리 등 이미 주 5일제 근무를 하는 업체들은 택배 없는 날 지정 취지와 맞지 않아 참여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

이 외에도 우체국 집배원 노조 역시 택배 없는 날 탓에 집배원들이 과도한 물량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을 꼬집었다.

전국우정노동조합은 지난달 31일 성명서를 내고 "우정사업본부는 소포위탁배달원이 쉬는 동안의 물량을 전량 집배원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소포위탁배달원이 휴식권을 보장받는 동안 집배원은 위탁 물량까지 떠안아 과중한 업무에 내몰리게 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밝혔다.

[비즈월드=황재용 기자 / hsoul38@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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