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즈월드] 오는 14일로 예정된 택배사들의 ‘택배없는 날’에 쿠팡의 위탁 배송기사들인 퀵플렉서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이미 주5일제 등 자율적으로 쉬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택배사들처럼 똑같은 날 ‘강제 휴무’에 동참할 경우 오히려 소득이 감소하는 등 생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7일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는 서울 강남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없는 날 참여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쿠팡이 택배영업점을 통해 배송을 위탁하는 퀵플렉서들 수십명이 참여했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전체 퀵플렉서의 절반 가량이 CPA의 택배영업점 회원사에 속해 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CPA는 “CLS가 영업점과 계약할 때 ‘대체인력 확보’(백업기사)를 통한 자유로운 휴무 사용을 요구하고서 강제로 휴무를 정하는 것은 신의성실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업접들이 부담을 무릅쓰고 대체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택배기사들이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쉴 수 있는 선진 택배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며 “폭염 속에 근무하는 택배기사들의 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해 건강 이상 시 즉시 배송을 중단하라 안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자리에 모인 퀵플렉서들은 “불필요한 강제 휴무 때문에 수입을 날리게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한 퀵플렉서는 “퀵플렉서들은 용차 부담 없는 휴가 사용과 언제 쉬어도 일정한 수입이 보장되는 쿠팡의 시스템을 믿고 배송업무를 하고 있다”며 “지난 대선일 강제 휴무는 계획된 휴무 일정에 차질을 빚고 하루 수입을 통째로 날린 ‘택배 빼앗긴 날’이었다”이라고 말했다.
이에 CPA는 기자회견 후 CLS에 택배없는 날 참여를 반대하는 공식 요구서를 전달했다.
쿠팡 퀵플렉서들이 이렇게 적극 나서는 것과 관련해 관련 업계에서는 굳이 택배없는 날에 동참하지 않아도 주5일제 확산으로 주당 이틀씩 쉬는 기사들이 많아진 환경을 그 이유로 꼽았다.
실제 다른 택배사들의 경우 대부분 주6~7일제를 하기 때문에 쿠팡 퀵플렉서들과 입장이 다른 상황이다. 이에 매년 8월 14일 전후로 쉬는 택배없는 날이 민주노총 산하 택배노조 주도로 2020년부터 택배사들에 도입됐지만 CLS와 마켓컬리 등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또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가 주요 택배사 소속 택배기사 12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CLS 택배기사의 62%가 주 5일 이하로 근무하는 반면 CJ대한통운(1.5%), 한진(1.5%), 로젠택배(11%) 등 다른 택배사들은 대부분 주6~7일제로 근무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4일 쿠팡 직고용 근무자들로 구성된 쿠팡 친구(쿠친) 노동조합도 집회를 열고 택배없는 날 시행에 반기를 들었다. 택배없는 날 업무 공백이 생기면 이를 쿠친들이 대신 배송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달 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의 우체구본부 조합원들 역시 입장을 공개했다. 이들은 "택배없는 날에 위탁 택배원들은 집단휴가를 가고 집배원(우정사업본부 소속 공무원)들에게 택배 물량 전량을 전가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한국노총은 7일 공식 성명을 내고 CJ대한통운, 롯데택배, 한진택배, 로젠택배, CLS 등 주요 택배사에 택배기사의 더이상 희생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들은 "수수료 감소 없는 주5일제를 전면 도입하라"며 "최근 극심한 폭염 속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가 사망한 것은 단순 사고가 아닌 구조적 과로가 낳은 참사"라고 토로했다.
[비즈월드=황재용 기자 / hsoul38@bizw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