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모여서, 섞어서 마셔요…필리핀 술보다 깔끔한 느낌" 
대형마트·외식 매장 등 필리핀 전역서 진로 소주 유통 확대
현지 주류문화·트렌드 접목한 다채로운 체험 마케팅 강화

필리핀 마닐라의 S&R 매장에서 소비자가 진로(JINRO) 제품을 시음하고 있다. 사진=하이트진로
필리핀 마닐라의 S&R 매장에서 소비자가 진로(JINRO) 제품을 시음하고 있다. 사진=하이트진로

[비즈월드] 한국을 대표하는 하이트진로의 소주 브랜드 ‘진로(JINRO, 수출 통합 브랜드명)’가 필리핀의 일상 속에 스며들었다. 잔을 돌리며 함께 마시고, 안주와 곁들이는 것은 물론 다른 음료와 섞어마시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지 음주 문화 속에 진로는 더 이상 낯선 술이 아니다. 

이미 필리핀 마닐라 시내 대형마트와 업소에서 진로는 수입 주류임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현지 소비자들의 일상적인 선택지로 자리매김해 있다. 

◆현지 유통채널 주류코너 중심에 선 '소주'

지난 21~23일 기자가 직접 방문한 필리핀의 대표 도매형 할인점 ‘퓨어골드(Puregold)’ 파라냐케점 매장의 주류 코너 중심에는 진로와 과일리큐르 제품군이 진열돼 있었다. 

하이트진로는 현재 마닐라 지역에서 6명의 MD(Merchandiser) 직원을 운영 중이다. 이들은 마트와 편의점 등 가정 시장을 순회하며 당사 제품 진열 상태와 클레임, 시장 변화 사항들을 파악하고 또 피드백을 시행한다.  

그들 중 올해로 5년째 퓨어골드와 세븐일레븐 MD를 맡고 있다는 마리 필 레예스(Marie Phil Reyes, 42세) 씨는 “진로는 외국 브랜드지만 한국 음식점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데일리 술’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판매 속도가 특히 빨라지고 있고 꾸준히 두자릿수로 성장하고 있다”며 "보통 20~30대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소주를 많이 마신다"고 운을 뗐다. 

과일리큐르 선호도가 높은 동남아 시장임에도 필리핀에서는 과거의 일이 돼 가고 있다고 한다. 

그는 "전에는 과일 리큐르가 인기가 많았는데 지금은 레귤러 소주가 더 많이 판매되고 있다"며 "유튜버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소주에 야쿠르트나 맥주를 섞어서 마시는 문화가 떠오르고 있는데, 섞어서 마실 때는 참이슬 후레쉬를 선택한다. 35세 이상의 사람들은 섞어서 마시기 보다는 주로 레귤러 소주 자체만을 마신다"고 설명했다.

판매 비율로 따지면 딸기에이슬이 약 30%, 참이슬 후레쉬 약 55%, 기타 과일 소주가 약 15% 정도 판매된다고 한다. 

퓨어골드 파라냐케점 내에 요구르트와 함께 진열된 진로(JINRO) 제품. 필리핀 현지에서는 소주에 요구르트를 섞어 마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필리핀=김미진 기자
퓨어골드 파라냐케점 내에 요구르트와 함께 진열된 진로(JINRO) 제품. 필리핀 현지에서는 소주에 요구르트를 섞어 마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필리핀=김미진 기자

실제로 이날 퓨어골드에서는 진로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주로 20대로, 이들은 진로에 대해 "편안하다", "깔끔하다"고 입을 모았다. 

콜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20대 소비자 졸로 씨는 "2018년부터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 음식들에 흥미를 갖게 됐는데 지금은 소주를 일주일에 1~2번은 구매한다. 가격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고 도수가 강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맛이 편안하고 깔끔하다"며 "다른 술에 비해 숙취가 없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소주를 마시는 걸 즐긴다. 특히 요구르트와 함께 섞어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건 필리핀 사람들끼리 ‘이거 맛있더라’하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퍼진 방법인 것 같다. 생라면을 곁들여 먹는 것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20대 소비자 사이린(Cyrin) 씨는 "한국 드라마를 보고 소주를 알게 됐다. 보통 파티를 할 때 친구들과 함께 마시는데 필리핀 증류주는 보통 알코올 도수가 30~40도라 숙취가 있는데 그에 비해 소주는 먹기 편안하다"며 "일주일에 2번은 1~2병씩 마시는 편이고 맥주랑 섞어 마시는 걸 좋아해 참이슬 후레쉬를 가장 선호한다"고 말했다. 

다른 날 방문한 필리핀의 대표적인 창고형 할인매장 S&R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S&R은 필리핀 내에서 특히 주류 카테고리에서 강점이 있는 유통채널로 꼽힌다. 

진로 시음 매대 앞에서 만난 30대 소비자 킴(Kim) 씨. 필리핀=김미진 기자

진로 시음 매대 앞에서 만난 30대 소비자 킴(Kim) 씨는 "한국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을 보고 소주를 처음 알게 됐는데 지금은 가족들이 모두 소주를 마신다"며 "20여 명 정도 가족들이 함께 살고 있어 한 번에 20병씩 구입하는데 나는 참이슬 후레쉬를 좋아하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딸기맛 소주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왜 소주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그는 "사케나 다른 리큐르는 너무 강해서 좋아하지 않는다. 소주는 부드럽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숙취가 없어서 좋다"며 "시식(Sisig, 필리핀음식)과도 잘 어울린다"고 답했다. 

이 같은 호응이 처음부터 이어진 것은 아니다. 다만 일부 현지인들이 소주의 가능성을 봤고, 'K-컬쳐'는 이를 필리핀 전역으로 확산 시켰다. 

S&R의 구매담당자(senior buyer) 니코(Nico, 35세) 씨는 "S&R에서 소주를 판매한 지는 거의 10년 가까이 된 것 같다"며 "회원제로 운영되는 S&R에는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기 위한 도매 사업자들도 많이 오는데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소주를 판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주 판매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집에서 K-드라마를 많이 보면서 삼겹살과 소주를 마시는 장면을 보고 소주를 알게 되면서 그때가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 같다"며 "전반적으로 한국 콘텐츠 자체가 필리핀 콘텐츠보다 더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이라 이런 관심이 소주 소비로도 이어졌다고 본다"고 풀이했다. 

또 그는 "필리핀인들은 대게 소주를 좋아한다. 첫째로 다른 수입 주류에 비해 가격이 많이 비싸지 않고 둘째로 맛을 좋아한다. 특히 복숭아 같은 과일맛 소주는 쉽게 볼 수 없는 콘셉트이다. 혼합해서 마시기에도 좋고 새로운 경험을 준다"며 "많은 사람들이 마트에서 박스 단위로 구입해서 집으로 가져간다. 특히 금요일이나 주말을 앞두고 가족 단위로 마시기 위해 종류별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가족 수가 많은 필리핀 문화 특성상 온 가족이 모여 소주를 나눠 마신다"고 전했다.

물론 시장 상황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인 하이트진로의 노력이 가장 앞섰다. 전략적으로 유통구조를 개편한 것이 소주 판매 채널 확산에 근본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기존 한인 중심 유통망에서 벗어나 현지 소매와 도매 유통을 확대하고 필리핀 주류시장의 약 50%를 차지하는 대형마트와 식료품 전문점을 중점적으로 공략했다. 

퓨어골드, 세이브모어, SM 슈퍼마켓, 세븐일레븐 등 접근성 높은 채널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다각화했고 그 결과, 현재 필리핀 최대 주류 유통사 ‘프리미어 와인 앤 스피릿(Premier Wines & Spirits)’과 파트너십을 맺고 전국 400여 개 유통 거점을 기반으로 가정 시장 공략을 이어가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한국 주류 영업을 모델 삼아, 필리핀 전역에 전담 영업 인력을 배치해 매장 진열 점검, 프로모션, 직원 교육 등을 통해 현장 밀착형 운영을 강화하고 있다"며 "실제 현지 매장 내 단독 진열 공간과 냉장 매대 등을 확보하며 홈파티 등 일상적 음주 상황에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꾸준히 확대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직접 방문한 필리핀 현지의 대형 한식 프랜차이즈 ‘삼겹살라맛(Samgyupsalamat)’에서 현지인들이 진로와 함께 식사를 즐기는 모습. 필리핀=김미진 기자 
지난 22일 직접 방문한 필리핀 현지의 대형 한식 프랜차이즈 ‘삼겹살라맛(Samgyupsalamat)’에서 현지인들이 진로와 함께 식사를 즐기는 모습. 필리핀=김미진 기자 

◆참여하고 즐기는 브랜드 '진로'

하이트진로가 현지 문화를 기민하게 분석하고 이에 발맞춰 적극적인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펼친 점 역시 필리핀 현지 내 진로의 확산에 기여했다.  

우선 하이트진로는 필리핀 주류 소비시장 특징을 ▲소셜 리추얼(주류를 타인들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매개체로 활용하는 것) ▲타가이(Tagay, 한 개의 잔을 여러 사람이 돌려 마시는 필리핀 음주 사교 방식) ▲팀플라도(Timplado, 주류에 커피, 우유 등 음료를 섞어 마시는 문화) ▲푸루탄(Pulutan, 안주 문화) 등으로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지 맞춤형 마케팅을 적극 펼치며 진로 브랜드를 현지인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게 했다. 

일례로 한 잔의 술을 여러 사람이 돌려가며 나눠 마시는 사교적 음주 방식 타가이는 한국의 건배 문화와 유사하다.

하이트진로는 이를 활용해 시음 매대, SNS 콘텐츠 등 여러 마케팅 활동을 펼치며 진로의 브랜드 정체성인 ‘함께 마시는 술’을 알려나가고 있다.

이제는 현지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으며, 또 다른 주류 트렌드 소셜 리추얼과도 이어져, 여러 사람들이 함께 하는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주류가 됐다. 

또 진로는 달콤한 맛을 선호하는 현지인 기호에 맞춰 탄산음료, 커피, 맥주 등과 소주를 혼합해 즐기는 팀플라도 칵테일 방식을 타고 빠르게 확산 중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와 올해 필리핀 현지 커피 브랜드 ‘but first coffee’, ‘wideye’와의 협업을 통해 일반 소주 기반의 새로운 음용 레시피들을 선보였는데,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이에 더해 진로는 필리핀의 대표 음주 문화인 푸루탄(Pulutan, 안주와 곁들이는 음주), 비디오케(Videoke, 노래방과 음주의 결합)와도 잘 어우러지며 현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K-푸드에 대한 관심 증대에 따른 수요 확대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22일 직접 방문한 필리핀 현지의 대형 한식 프랜차이즈 ‘삼겹살라맛(Samgyupsalamat)’에서는 진로와 함께 식사를 즐기는 현지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필리핀 걸그룹 YGIG의 '진로라이브(Jinro Live)' 촬영 현장 모습. 사진=하이트진로
필리핀 걸그룹 YGIG의 '진로라이브(Jinro Live)' 촬영 현장 모습. 사진=하이트진로

특히 이날은 하이트진로의 현지화 마케팅 전략 중 하나인 '참여형 마케팅' 현장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하이트진로는 유머러스하고 위트 있는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국가로 꼽히는 필리핀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해 대학생 대상 오프라인 행사 ‘Jinro Night’와 K-콘텐츠 팬 이벤트, 미식 행사 ‘MEGA BALL’ 후원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전개 중이다. 

‘친근하고 재밌는 술’이라는 진로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이날엔 필리핀 걸그룹 'YGIG'의 ‘진로라이브(Jinro Live)’의 촬영이 이어졌다. 

해당 콘텐츠는 하이트진로가 국내에서 10년 동안 운영해온 대표 브랜디드 콘텐츠 ‘이슬라이브’를 필리핀 문화에 맞게 현지화한 버전이다. 

필리핀 MZ 세대가 즐기는 비디오케(Videoke, 노래방) 문화를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삼겹살과 소주를 곁들인 술자리에서 현지 아티스트 출연진은 다양한 게임, 토크, 라이브 공연 등을 이어간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진로(JINRO)의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날 프로그램은 오프닝 건배 장면을 시작으로 ▲음주 경험담 공유 ▲술자리 게임 ▲비디오케 스타일 라이브 무대 등으로 이어졌다. 

특히 출연진이 각자의 노래방 애창곡을 부르고, 현장 신청곡을 즉석에서 부르는 장면은 필리핀 특유의 사교 문화인 비디오케 문화를 적극 반영해 팬들과의 정서적 교감을 이끌어냈다. 

이렇게 촬영된 진로라이브는 진로 필리핀 공식 페이스북 등 SNS 채널을 통해 공개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진로라이브(Jinro Live)’는 단순한 술 예능이 아니라, 진로가 필리핀 대중문화 안에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콘텐츠”라며 “한식, 소주, 노래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고 MZ 세대를 겨냥한 현지화 마케팅을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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