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임종윤·종훈 형제 사장직 해임… "적통 후계자 임주현" 공식화
수원지법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 기각… 28일 '주총 표대결'서 판가름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한미약품

[비즈월드]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를 2일 앞두고 한미그룹 오너가 경영권 분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한미와 OCI그룹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모녀와 이를 반대하고 나선 장·차남이 서로 잇단 성명 발표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마지막 표심 잡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5일 한미그룹이 각각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사장을 맡고 있던 임종윤·종훈 형제를 해임시키며 그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모양새다. 

이어 송영숙 회장의 장녀 임주현 사장에 대한 적통 후계자 공식화 선언, 법원의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등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며 오는 28일 열릴 주총의 '표대결'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그룹은 지난 25일자로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을 해임했다. 

한미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두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중요 결의 사항에 대해 분쟁을 초래하고 회사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야기했다며 회사의 명예나 신용을 손상시키는 행위를 지속해 두 사장을 해임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또 임종윤 사장이 오랜 기간 개인사업과 타 회사(DXVX)의 영리를 목적으로 당사 업무에 소홀히 하면서 지속적으로 회사의 명예를 실추했다는 점도 해임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형제측은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28일 주주총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저희를 사장직에서 해임한 것은 사적인 감정을 경영에 반영시킨 것으로 매우 부당한 경영행위”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들은 “해임의 사유가 회사 명예 실추라고 하는데 완전 적반하장”이라며 “오히려 현 경영진은 선대 회장님이 일궈 놓은 백년가업 기업을 다른 기업의 밑에 종속시키는 것이 회사 명예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명백히 설명하고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모친인 송영숙 회장 역시 소회문을 통해 형제들의 선택에 안타까운 심정을 밝히며 한미그룹의 적통 승계자를 임주현 사장으로 세운다는 것을 공식화했다. 

소회문에서 송 회장은 “해외 자본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지만 결국 두 아들의 선택은 해외 자본에 아버지가 남겨준 소중한 지분을 일정 기간이 보장된 경영권과 맞바꾸는 것이 될 것”이라며 “두 아들의 말 못할 사정은 그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안다”고 말했다. 

이어 “두 아들의 선택(해외 펀드에 지분 매각)에는 아마 일부 대주주 지분도 약속돼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1조원 운운하는 투자처의 출처를 당장 밝히고 아버지의 뜻인 ‘한미가 한국을 대표하는 토종 기업으로 영속할 수 있는 길’을 찾으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송 회장은 “‘송영숙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떠난다’고 했던 임성기의 이름으로, 나는 오늘 임주현을 한미그룹의 적통이자 임성기의 뜻을 이을 승계자로 지목한다”고 선언했다. 

앞서 임주현 사장은 25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한미약품그룹이 이날 임종윤·종훈 형제를 각각 미등기 임원인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사장직에서 해임한 것과 관련 "조직 안에서 일어날 혼란을 방지했다고 보면 맞을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자신이 임종윤 사장을 상대로 무담보로 대여해 준 266억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이날 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한 임종윤 사장 측은 임주현 사장이 제기한 대여금 상환 청구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다투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수원지방법원이 형제측이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한미약품그룹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등의 경영권 또는 지배권 강화 목적이 의심되기는 하나, 2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투자 회사 물색 등 장기간에 걸쳐 검토한 바 있고 이 과정을 볼 때 이사회 경영 판단은 존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주식거래계약 이전의 채무자의 차입금 규모, 부채 비율, 신규 사업을 위한 자금 수요 특히 신약 개발과 특허 등에 투여돼야 할 투자 상황을 볼 때 운영자금 조달의 필요성과 재무 구조 개선, 장기적 R&D 투자 기반 구축을 위한 전략적 자본 제휴의 필요성이 존재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의 기각 결정으로 인해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 모녀는 한미·OCI 통합으로의 높은 허들 하나를 넘게 됐다. 오는 28일 주총 표 대결이 통합의 마지막 관문이 될 전망이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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