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주주총회를 앞둔 가운데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기업들의 주주 환원 정책 발표를 바탕으로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테마성 열풍'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시장 진입을 유도하고 상장 기업의 자본 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 정책이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기업의 PBR(주당순자산가치) 지표가 신흥국 대비 낮은 수준이라 언급하며 PBR을 프로그램의 주요 평가 기준으로 선정했다.

PBR은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PBR이 낮다는 것은 주가 대비 순자산 규모가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기업의 재정상태를 판단하기 좋은 지표다. 실제로 당국 발표 이후 '저PBR주' 옥석 가리기로 판명된 일부 기업의 주가가 3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문제는 PBR은 기업가치를 판별하는 유일한 수단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허·자산가치·브랜드 등 무형자산도 PBR 산정에 포함되기 때문에 일종의 '거품'이 낄 가능성이 존재한다. 순자산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부동산·유통재고의 비중이 높을 경우 변동성이 커질 위험도 공존한다.

기업들의 주주 환원 정책도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 등 보험사들의 배당 성향은 오히려 뒷걸음질쳤고 삼성물산·OCI홀딩스는 기대치보다 낮은 주주환원책 발표 이후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제대로 된 기업 가치 제고 없이 평면적인 수치를 근거로 주가가 움직이는 현 세태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테마성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정부는 배당을 늘리면 법인·소득세를 지원해주겠다는 지원 방안을 발표했지만 단기 주가 상승만 유도하는 땜빵식 조치일 뿐이다.

결국 국내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저평가 구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기업 가치 평가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배구조·주주환원책 개편을 위한 투자자·정부·기업의 적극적인 태도도 요구된다.

투자자들은 단순 PBR이 낮은 기업이 어디인가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ROE(자기자본이익률)·PER(주가이익비율)·연체율·재고율 등 기업별 평가에 적절한 지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심해야 할 시점이다. 쪼개기 상장과 부실 계열사 지원, 소액주주 편취 등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단호한 대처도 필요하다. 

정부도 장기적인 관점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바라봐야 한다. 기업들이 주주환원으로 보상을 받는다고 수익성이 강화되거나 후진적인 지배구조가 선진적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상법 개정과 사외이사 제도 강화, 스튜어드십 강화 등 넓은 그림을 그리는 정책이 요구된다.

최상규 기자.
최상규 기자.

무엇보다도 기업들이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기업들은 주주환원 대신 투자로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오래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연히 과도한 주주환원으로 재정 건전성을 해치면 안된다. 다만 주주자본주의 '결핍'의 상황에 이른 한국 시장은 주주를 위한 정책을 펼칠 필요가 요구된다.

실제로 KB증권에 따르면 한국의 주주환원율은 지난 2013~2022년 10년 동안 29%로 선진국 평균(68%)에 훨씬 뒤쳐져 있는 실정이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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