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농협중앙회 입장 차이…범농협 시너지 vs 전문성 강화
금감원, 'CEO 선임 절차 개입' 제동…"윤 부사장 선임 가능성 ↑"

NH투자증권(대표 정영채)은 딜 소싱에서부터 기획, 금융조달, 운용, 매각(가치제고)까지 전 사업과정을 운용하는 형태의 부동산 기관전용사모펀드(PEF)를 업계 최초로 설립하고 운용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사진=NH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사장직 선임을 두고 농협중앙회와 금융 당국 간의 의견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오는 2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낙하산 논란을 뚫고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이 선임될지, 내부 전문가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이 선임될지 결정될 예정이다. 사진=NH투자증권

[비즈월드] NH투자증권 차기 수장 자리에 농협중앙회 출신 인물이 대두되면서 금융 당국에서 부당한 개입이 있었는지 이를 들여다보는 작업에 나섰다. 결국 농협중앙회와 금융 당국이 본격적인 갈등 국면에 들어설지 여부를 두고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이날 열리는 임시 이사회에서 최종 차기 사장 후보를 추천하고 오는 26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선임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과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이 차기 CEO 유력 후보로 꼽힌다.

증권업계 관행에 따르면 IB(기업금융) 부문 전문성과 증권사 임원 경력을 갖춘 윤 부사장이 사장직에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이 손자회사인 NH투자증권의 사장 선출에 입김을 불어넣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강 회장의 의중에 영향을 받아 농협 출신 인사인 유 전 부회장의 CEO 선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유 전 부회장은 증권 부문 경력이 전무하다는 약점이 있다. 충남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농협에 입사해 농협중앙회 충남지역본부장·기획조정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 때문에 NH투자증권 대표로 선임될 경우 '범농협' 시너지를 묶어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장점도 부각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CEO 선임을 두고 강 회장과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간의 마찰이 있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NH투자증권은 농협금융지주 계열사이며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를 최대 주주로 두고 있다.

농협금융은 '신경(신용-경제) 분리'에 의해 원칙적으로는 농협중앙회로부터의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강 회장의 유 전 부회장 선임 요구는 충분히 이 회장의 반발을 살 수 있는 사안이다.

결국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농협금융지주를 둘러싼 수시검사에 착수하며 농협중앙회 입김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금감원은 NH투자증권의 차기 CEO 선임 절차가 적절한지 살펴보고 최근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100억원대 배임 사고까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한 금융 당국 관계자는 "농협금융지주의 회장이 아닌 손자회사의 경영진을 교체하는 것이 농협중앙회의 권한이라고 할 수 없다"며 "중앙회가 농협재단 등 농협금융으로부터 자금 송금을 받는 부분도 들여다보겠다"고 설명했다.

농협중앙회 회장이 금융그룹 계열사 CEO 인사에 개입한 건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전에도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 회장과 이성희 전 농협중앙회 회장이 농협은행·생명·손보 대표 인사에 영향력을 끼친 바 있다.

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 대표에 농협중앙회 출신이 임명될 경우 농협중앙회와 금융 당국의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 전 회장이 재직 중이던 지난해 6월 윤해진 NH농협생명 대표가 경영진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경영유의' 통보를 내리기도 했다. 윤 대표도 농협중앙회 출신 인물으로 보험업 관련 경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지난번 경영유의 통보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볼 수 있다"며 "금감원이 직접 이번 판에 나서면서 윤 부사장의 CEO 선임 가능성이 올라갔다"고 분석했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저작권자 © 비즈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