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주가 부양 정책에 은행·자동차·유통주 반등 효과
가치 기업 '옥석 가리기' 필요… "주주환원 여력 종목 주목"

금융위원회는 저PBR주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지배구조 개선 등 국내 주식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다. 사진은 PBR 기준 저평가된 대표 종목인 은행주를 포함한 'KRX은행' 종가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금융위원회는 저PBR주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지배구조 개선 등 국내 주식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다. 사진은 PBR 기준 저평가된 대표 종목인 은행주를 포함한 'KRX은행' 종가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비즈월드] 금융 당국이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 주가 개선 등 주주가치 제고를 약속하면서 코스피가 상승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 시작되면 주식 시장이 더 뜨거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코스피 지수는 전일 종가(2609.58) 기준으로 지난 1일 종가(2542.46) 대비 2.64% 상승했다. 대표 저PBR주로 꼽히는 금융·유통·지주사 종목 등이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은행지수의 종가는 789.96으로 지난 1일(748.05) 대비 5.6% 증가했다. 국내 유통·서비스 산업을 대표하는 KRX경기소비재지수의 종가는 같은 기간 948.58에서 992.13으로 4.6% 올랐다. KRX자동차지수 종가도 2013.00에서 2158.50으로 6.7% 상승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 비상거시금융회의를 열고 저PBR주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지배구조 개선 등을 약속했다. 이달 중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구체화하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ISA 세제 지원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 당국의 주가 부양 의지에 따라 국내 주식도 반등하는 모습이다.

PBR은 장부상의 가치로 회사 청산 때 주주가 배당받을 수 있는 자산의 가치를 의미한다. PBR 1배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고평가된 주식, 낮으면 저평가된 주식으로 평가받는다. 예를 들어 최근 주가가 20% 넘게 상승한 KB금융은 PBR이 0.3907으로 대표 저평가 종목이다. 

금융 당국의 정책은 국내 주식시장이 저평가되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금융위가 지난 6일 공개한 '자본시장 정책과제 추진방향'에 따르면 MSCI 국가지수 기준 국내 증시 PBR은 1.05배로 선진국(3.1배)과 신흥국(1.61배)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이번 정책은 일본 도쿄증권거래소가 지난 2022년 시행한 '기업가치 개선방안'과 많이 닮아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일본 증시 시장을 4체제에서 3체제로 재편했고 주요 기업들에 기업가치 개선을 직접적으로 요구했다. 특히 PBR 1배 미만의 기업들에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는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소액주주 이사회 참여 확대 등이 있다. 국내 밸류업 프로그램도 자사주 매입·소각 정례화, 소액주주 주주총회 의사결정권 확대, PBR 기업 주주가치 제고 개선 개선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차원의 세제 혜택도 주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주가 반등의 여지가 더 남아있다고 예측한다. 다만 PBR과 PER(주가수익비율), ROE(자기자본이익률) 등 기업 가치를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희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단순 테마플레이 하듯 PBR이 낮은 주식을 매수하기보단 저평가된 가치주의 본질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견조한 영업현금흐름 속 지속적인 주주환원 여력이 있는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진혁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간 주목을 받지 못해 수익률이 저조한 종목 중 실적 개선종목이나 외국인의 수급이 안정적으로 유입되는 업종·종목(자동차·은행·상사·자본재 등), 주주 환원여력이 충분한 종목(자사주 비중이 높은 지주사 등)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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