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보장 한도 슬슬 높여보고 금감원 콜 떨어지면 멈추거나 줄이는 거죠"

최근 불거진 보험 상품 과당 경쟁 논란을 두고 보험설계사 A 씨가 남긴 말이다. 보험사와 금융 당국이 보험 특약 보장한도 설정을 두고 혼란스러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인실 입원비 한도,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 독감 치료비, 운전자보험 변호사 선임비, 상해자활치료비 등등… 실제로 지난해부터 보험사들이 보장 한도를 높이면 금융감독원에서 틀어막는 일이 무수히 반복되고 있다.

금감원의 제재 명분은 '건전성 관리'다. 보험사의 과도한 경쟁으로 비용 지출이 확대될 경우 건전성 문제가 발생해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피해가 생길 수도 있다. 과한 입원이나 진단 등으로 사회적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금감원의 고려 대상이다.

문제는 상품 경쟁 구도의 끝에 항상 금감원이 자리하다 보니 보험사와 당국, 소비자 모두 피곤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 당국은 한정된 인력 자원으로 보험 상품의 위험성을 들여다봐야 해 실제 미흡한 부분이나 불완전판매를 놓치기 쉽고 피로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보험사들도 상품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보장 한도를 높여야 하는 처지인데 꾸준히 금감원 조사가 들어오니 개정-취소를 반복하는 비효율적인 업무를 계속해 나갈 수밖에 없다. 상품 경쟁력이 떨어지면 보험 판매를 대리하는 GA(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 상품 리스트에서 뒷전에 밀리게 된다.

금융소비자들은 어제 있던 보장이 오늘 없어지니 보험설계사들의 '절판 마케팅'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어떤 상품의 특약이 변경됐는지 알고 있는 소비자와 그렇지 않은 소비자 간 정보 격차도 커지고 있다. 보험사들이 건전성을 고려하지 않고 보험을 판매할 경우 피해는 소비자 몫이다.

과당경쟁의 역사는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를 가리지 않고 뿌리 깊다. 자동차보험 독점체제 폐지, 신설 보험사 난립, 생-손보사 경계 완화 등 다양한 원인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측면이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고령화·시장포화 문제까지 더해져 경쟁 불씨가 더 커졌다.

최상규 기자.
최상규 기자.

결국 금융 당국과 보험사 간의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로에게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 상품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을 방안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보험 업계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보장한다는 '보험의 본질'에 다가가길 희망한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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