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 '엄정 대응' 예고… 은행 최대 40~80% 배상 위기
ELS 가입자들 "일부 불완전판매 건만 제한 배상될 것" 반발

ESL 자율 배상 카드를 두고 금융소비자와 판매사, 금융 당국 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달 내 금융회사와 소비자 간 자율 배분하는 분쟁 배상안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사진=금융감독원
ESL 자율 배상 카드를 두고 금융소비자와 판매사, 금융 당국 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달 내 금융회사와 소비자 간 자율 배분하는 분쟁 배상안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사진=금융감독원

[비즈월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사태에 대해 ‘자율배상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은행·가입자·금융 당국 간 입장차가 커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전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이달 내 금융회사와 소비자 간 자율 배분하는 분쟁 배상안을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공적 절차와 별개로 금융회사들이 자율적으로 배상할 수 있는 절차를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LS는 특정 주권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의 변동에 연계돼 투자 수익이 결정되는 장외파생금융상품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지난 2021년부터 홍콩H지수 ELS 상품을 집중 판매했지만 중국 경기가 침체됨에 따라 평균 손실률이 50%를 넘어섰다.

금융 당국은 일찍부터 ELS 판매 건에 대해 판매사 조사에 착수하고 관리체계를 재점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원금 보장이 중요한 투자 요건인 금융투자자들에게 위험 상품을 떠넘겼다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자율 배상 가능성을 두고 금융권과 ELS 가입자들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홍콩H지수 ELS 최종 손실 예상액이 7조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어떤 식의 해결 방식이든 양측을 만족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는 금융 당국의 압박이 시작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단순 불완전판매 사례만 제시하던 이전과 다르게 '자율 배상'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ELS 문제 제기 이후 일제히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특히 DLF 사태·라임펀드 사태 등 배상 비율이 40~80%(금융분쟁조정위원회)로 결정된 가운데 불완전 판매 요인이 낮은 ELS 상품 판매 건에 대해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냐는 근본적인 질문도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에 ELS 상품까지 배상 책임을 묻게 되면 성장동력 하나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며 "배임 우려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LS 가입자들은 "극히 일부의 경우만 보상해 주라는 의미"라며 반발했다. 은행들이 불완전판매가 아니라고 주장할 경우 소송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대형 로펌을 선임한 은행 측을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ELS 가입자 A씨는 "금융소비자보호법 강화 이후 금융사들은 일정 절차만 밟으면 책임에서 회피할 수 있는 지름길이 생겼다"며 "결국 아주 일부 사례만 배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복현 원장은 당일 서울시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2024 금감원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와 ELS 사태를 언급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원장은 "확인된 H지수 ELS 불완전판매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고 합당한 수준의 피해구제를 추진하겠다"며 "금융기관으로서의 당연한 책임을 회피하면 시장 퇴출도 불사하겠다는 원칙 하에 단호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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