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자본금' 등 시중은행 조건 충족…1분기 이내 전환 예상
조달 비용 축소·전국구 은행 성장 장점…인지도·자본 극복 과제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계기로 주요 5대 은행의 과점체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은 황병우 대구은행장. 사진=대구은행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계기로 주요 5대 은행의 과점체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은 황병우 대구은행장. 사진=대구은행

[비즈월드]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지점수, 지역 기반 영업 등 한계점을 극복하고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위한 심사 기준을 의결했다. 대구은행은 기존 지방은행 인가를 시중은행 인가로 변경하는 간단한 방식으로 시중은행 전환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심사 기간을 고려하면 올해 1분기 내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지난해 초부터 은행권 신규 시장 참여자 진입을 위해 '은행권의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를 운영해왔다.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이 예대마진 기반 역대급 순익을 거두는 등 독과점 부작용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KDI 경제정보센터에 따르면 5대 은행은 전 은행권 대출의 63.5%, 예금의 74.1%를 차지한다. 5대 은행 과점 체제는 지난 1997년 외환 위기로 인한 대규모 통폐합 이후 굳어졌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경쟁 은행이 등장하지 않았다.

대구은행은 일찍부터 시중은행 전환 의사를 밝혀왔다. 수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만한 신규 플레이어가 등장하기 어려운 만큼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조건 중 산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산분리)을 충족했다. 자본금 1000억원 이상 보유와 동일인 보유 지분율 10% 이하 조건도 만족했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게 되면 강원도·충청도·전라도에도 진출할 수 있게 돼 '전국구 영업망'을 형성할 기회가 생긴다. 또 기존 진출 지역인 서울·경기도·광역시 등에도 공격적으로 지점 확장을 도모할 수 있다.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지난해 7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중은행 전환이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살리는 방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총 대출 약 50조원, 신용등급 AAA 등 시중은행급의 재무구조와 신용도를 기반으로 조달 금리를 낮출 수 있는 기회라는 입장이다.

대구은행의 강점은 타 시중은행처럼 금융지주 산하 캐피탈·보험·자산운용 등 금융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 시장에서도 4~6등급 대상 고객을 대상으로 수익성과 건전성까지 챙기는 영업 전략을 성공적으로 펼쳐 나가고 있다.

다만 대구은행이 절차상 시중은행 전환에 성공한다 해도 시중은행급 대형 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정 지역명이 들어가 타 지역 금융소비자들이 거래할 수 없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고 당기순이익 규모도 타 시중은행 대비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대구은행이 성장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새로운 6대 과점체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과점 원인이 새로운 플레이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구조를 알 수 없는 이자 산정 체제와 금융 당국의 과도한 규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대출비교플랫폼이 등장했을 때 일제히 금리를 낮춘 사례로 보면 결국 경쟁의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된다"면서 "시중은행 선정이 과점체제 타파보다 일종의 밀어주기 형식이 된다면 문제 해결은 결코 쉽지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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