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대출 늘린 하나은행…충당금 적립에도 '리딩뱅크' 가능성
비은행 기여도 32.9%서 5.5%로 '급감'…하나증권 2700억 적자

하나금융그룹은 은행 부문 실적 상승과 비은행 부문 부진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한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사진은 지난 8년간 하나금융그룹 내 비은행 부문 기여도. 사진=하나금융그룹 IR 자료
하나금융그룹은 은행 부문 실적 상승과 비은행 부문 부진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한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사진은 지난 8년간 하나금융그룹 내 비은행 부문 기여도. 사진=하나금융그룹 IR 자료

[비즈월드] 하나금융그룹이 하나은행의 대기업 대출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견고한 성적을 달성했다. 다만 충당금 적립으로 적자를 달성한 하나증권 등 비은행 부문에서 반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 31일 하나금융지주의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3.24% 상승 마감했다. 하나금융의 견조한 실적과 정부 주도의 PBR(주가순자산비율) 가치 제고 정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금융그룹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조4516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5706억원) 대비 3.3% 감소했지만 투자자들의 기대는 오히려 커지는 모양새다. 이번 실적에서 은행 중심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데다 상생금융 적립금·PF 적립금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조4766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958억원) 대비 12.3% 증가했다. 상생금융·부실자산을 고려해 전년 동기(약 4000억원) 대비 2배 증가한 8470억원 가량의 대손충당금을 쌓았음에도 탄탄한 성적을 거뒀다.

하나은행의 성장은 원화대출의 꾸준한 상승세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원화대출금은 1067조원에서 1133조원으로 6.3%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은행의 이자이익도 7조6087억원에서 7조9174억원으로 4.1% 확대됐다. 유가증권 관련 이익 개선을 바탕으로 비이자이익도 2배 이상 성장했다.

특히 하나은행 영업은 '대기업 대출'에 집중된 모습이다. 하나은행 원화대출 구성비를 살펴보면 대기업 대출 구성비는 전년도 7.2%에서 올해 8.9%로 확장됐다. 소상공인(SOHO) 대출 비중(20.5%)이나 가계대출 비중(44.2%)은 전년 대비 각각 0.8%포인트(p), 2.9%p 줄었다.

하나은행의 원화대출 구성비와 조달 구성비. 사진=하나금융그룹 IR 자료
하나은행의 원화대출 구성비와 조달 구성비. 사진=하나금융그룹 IR 자료

업계에서는 하나은행이 2년 연속 '리딩 뱅크'를 차지할지 여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2022년 3조1692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리며 리딩뱅크 자리를 꿰찬 바 있다. 실적이 나오지 않은 KB국민은행이 4분기 약 5900억원 미만의 성적을 거둘 경우 2023년도 1위는 하나은행이 차지한다.

다만 하나금융그룹 입장에서 보면 비은행(하나카드·하나증권)의 부진이 뼈 아프다. 하나금융그룹의 비은행 부문 기여도는 지난 2021년 32.9%로 정점을 찍고 지난 2022년 18.9%, 지난해 5.5%로 급락했다. 

특히 하나증권이 해외 IB(투자은행) 자산 평가손과 추가 충당금 등으로 약 3870억원의 비용을 인식하면서 연간 누적 2708억원의 적자를 본 점이 치명적이다. 금융 당국 차원에서 PF 관련 충당금 적립 강화를 요구하면서 적립 규모도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카드도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의 증가, 가맹점수수료 재산정 이슈로 연간 누적 기준 전년 대비 10.9% 감소한 1710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렸다. 3분기 당기순익이 전년 대비 16.8% 성장하는 등 선방했지만 누적 기준으로 반전에 실패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IB 자산에 대해 4분기에만 3870억원, 2023년 연간으로는 약 6500억원 가량의 손실 처리를 했다는 점에서 추가 비용 부담 가능성은 낮아진 상황"이라며 "증권에서만 약 4000억~5000억원 내외의 이익 개선이 발생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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