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근무·퇴직·연수 등 찾기 힘든 판매 직원… 소통창구 막혀 답답
올해만 ELS 13조4000억대 만기…금감원 결론까지 혼란 이어질 듯

(왼쪽부터),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양정숙 국회의원,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길성주 홍콩지수ELS피해자모임 위원장, 신동화 참여연대 선임감사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소비자 보호에 취약한 한국금융의 과제와 대안(ELS 사례 중심으로) 토론회'에서 ELS 피해 사례를 논의하고 있다. 사진=양정숙 의원실
(왼쪽부터),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양정숙 국회의원,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길성주 홍콩지수ELS피해자모임 위원장, 신동화 참여연대 선임감사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소비자 보호에 취약한 한국금융의 과제와 대안(ELS 사례 중심으로) 토론회'에서 ELS 피해 사례를 논의하고 있다. 사진=양정숙 의원실

[비즈월드] ELS(주가연계증권) 상품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되고 있지만 상품 가입자들의 소통 창구는 꽉 막혀있어 이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서울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취약한 한국금융의 과제와 대안(ELS 사태 중심으로) 토론회'가 열렸다. 

홍콩H지수를 주요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 상품에 가입해 손실을 입었거나 예정된 이들이 토론회 빈자리를 꽉 채웠다. 상품 가입 시기인 지난 2021년 이후 3년이 지난 시점 홍콩 H지수가 상환조건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개인별로 수천만원~수억원대까지 손실이 확정됐다.

토론회 내용과 비즈월드가 취재한 내용을 종합해 보면 가입자들이 주장하는 은행의 주요 실책은 ▲고령자 등 고위험 상품군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이들에게 강매 ▲상품 위험성을 축소시키는 실언 ▲은행 직원 입장에서 수수료 높은 상품 편중 판매 ▲소통창구 부족 등이다. 

특히 투자자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문제는 피해를 주장할 만한 창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은행에 직접 찾아가면 해당 직원이 타 지점으로 옮겨갔다는 소식만 전해들을 수 있고 개인정보 보안 문제 때문에 연락처를 구하는 일도 어렵다.

ELS 가입자 A씨는 "결국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직접 제기하게 되는데 민원 처리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답답한 심정이다"라며 "회신을 받은 가입자들도 은행 측은 가입 절차를 다 준수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시중 은행들은 횡령·리베이트 등 내부통제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지점 기준 3년, 본점 부서 기준 5년 순환근무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2021년에 ELS 상품에 가입한 이들이 해당 상품을 판매한 은행 직원을 만나보기 힘든 이유다. 

은행 직원이 퇴직·연수 등으로 자리를 비운 경우도 많다. 국회 정무위원회 강민국(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국내 17개 은행(인터넷은행 3사 제외)의 '희망퇴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희망퇴직자는 1만7402명이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절차를 거쳐 민원 확인이 완료되면 3자 대면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은행 측 본사 직원이 대동하는 등 가입자 입장에서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가 나서는 만큼 은행 측에서도 꺼려하는 소통 방식이다.

소통 창구가 부족한 가운데 아직 만기를 맞지 않은 ELS 상품은 손실이 가까워지고 있다. 홍콩H지수는 만기 상환 상한선인 7000~8000 포인트를 훨씬 밑도는 5000대 초반을 기록하고 있고 반등의 여지도 희박한 상황이다. 올해 추정되는 ELS 만기 도래 규모는 13조4000억원 수준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투자 손실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다만 직접 판매한 직원과 연락이 된다 해도 판매 절차를 지켰다면 그 부분에 맞춰 매뉴얼대로 전달하는 게 전부다"라고 설명했다.

ELS 가입자 B씨는 "2억원이 넘는 은퇴 자금 중 절반 가까이 손실을 봐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게 잘못인가 싶다"며 "금감원에서 최종 결론을 어떻게 내리느냐에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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