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2023년 재도전 프로젝트'로 지역살이 경험 프로그램 운영

[비즈월드] 행정안전부가 추진한 '2023년 재도전 지원 및 지역활력 사업(이하 2023년 재도전 프로젝트)'이 지난 5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성과 공유회를 끝으로 7개월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2023년 재도전 프로젝트는 수도권을 벗어나 새로운 지역에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하려는 중장년에게 새로운 삶의 경험을 제공하고, 인생 전환기에 있는 청년과 신중년에게는 경제활동 참여 기회를 통한 사회진출 재도전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단순히 재도전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 어디에서든 재도전의 기회를 발견할 수 있도록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 등이 협력해 지역별 맞춤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그중 2023년 재도전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충남 공주 원도심에서 중장년을 대상으로 지역살이 프로그램을 운영한 권오상 ㈜퍼즐랩 대표를 만나봤다.

권오상 ㈜퍼즐랩 대표는 충남 공주 원도심을 중심으로 지역과 사람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퍼즐랩
권오상 ㈜퍼즐랩 대표는 충남 공주 원도심을 중심으로 지역과 사람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퍼즐랩

-퍼즐랩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퍼즐랩은 공주 원도심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마을경험 설계회사'다. 지역 내 자원과 사람을 연결해 방문객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마을 경험을 설계하고 제공하는데 공주의 여러 소상공인 및 주민과 힘을 모아 마을의 일상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형 여행 프로그램과 지역살이 경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2021년부터 2022년까지는 공주 청년마을 '자유도'를 중심으로 청년들을 대상으로 지역살이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올해는 중장년층과 신중년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올해 진행한 지역살이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었나?

프로그램을 진행 기간에 따라 따로 운영했다. 4박 5일로 운영되는 '마을생활 튜토리얼'과 2주 과정으로 운영되는 '만들자마을' 두 개다. 1년 동안 마을생활 튜토리얼은 5회차, 만들자마을은 2회차 진행이 이뤄졌다. 회차별로 귀촌, 전통주, 집수리, 건축, 문화예술, 일과 생활, DIT워크숍 등 6개의 각기 다른 주제를 바탕으로 탐구하고 지역에 살아볼 수 있도록 했다.

-프로그램은 진행 기간에 따라 나누어 운영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4박 5일 동안 운영하는 마을생활 튜토리얼은 지역과 연결하는 도입 단계의 프로그램이다. 이주를 희망하는 중장년층이 지역을 자유롭게 탐방하면서 주제별 강연이나 체험, 네트워킹 등을 통해 지역민과의 연결고리를 갖고 단순한 여행으로는 알 수 없는 지역의 일상을 경험하도록 유도했다.

만들자마을은 한단계 심화된 프로그램이다. 단순하게 강연을 듣거나 지역민의 사례를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하나의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1주차에는 지역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치고, 2주차에는 마을 안에서 주체성을 갖고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지역 이주를 하기 전 실질적인 마을살이를 통해 주민과의 갈등이나 새로운 지역에서 겪는 혼란을 줄이도록 노력했다. 지역에 이주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설계해 다양한 유형의 생활인구 형태를 발굴하고 '지역발견-탐험과 실험-커뮤니티와 연결-이주와 정착'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

-프로그램 운영에 있어 멘토 역할을 수행한 관내 사업체가 있다고 들었다. 이 사업체들을 멘토로 선정한 이유가 무엇인가?

프로그램 참여자가 공주 원도심 내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길 기대했기 때문이다. 멘토의 역할을 수행하는 강사뿐 아니라 지역의 주요 단체나 기업들을 지역 멘토로 위촉한 것이 특징인데 짧은 기간 동안 지역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서로 안부를 물으며 지역의 생활 정보를 알려주거나 안내하는 주민이 필요하다. 관내 사업체들은 퍼즐랩의 구성원과 함께 프로그램 참여자에게 단순히 지역 생활의 노하우를 전달하는 것에서 벗어나 이웃이자 동료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결국 지역 이주와 정착을 지원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주 내용인 것 같은데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주요 배경은 무엇인가?

퍼즐랩의 프로그램을 주요 키워드로 설명하자면 지역 이주, 정착, 창업, 창직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이 키워드보다 한층 더 심화된 과정으로 지역 이주를 도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프로그램 참여자가 단순하게 지역 이주나 정착이 아닌 이주 이후의 삶을 상상해보고 계획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귀농이나 귀촌, 지역 이주를 촉진하는 프로그램은 공공이나 민간 등 여러 주체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이주 이후의 일상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없는 것 같았다. 지역에서의 일상은 특별할 것 없이 하루하루 밀도 있는 순간을 쌓아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걷고, 일하고, 아는 얼굴을 만나면 안부를 묻고 계절의 변화를 피부를 느끼는 그런 평범한 일들이 지역 이주 후에 만나는 매일이다. 이런 날들을 퍼즐랩의 프로그램을 통해 먼저 만나보고 그런 생활이 마음에 든다면 그 후에 자기에게 맞는 방법으로 지역 이주를 계획하면 된다.

-올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퍼즐랩은 2021년과 2022년 청년마을 사업을 두 차례 추진한 경험이 있다. 2년 동안 공간적인 인프라, 환대 체계, 전문인력 등이 어느 정도 구축이 된 상황이었고 홍보 채널 또한 청년을 타깃으로 설정해 모집도 수월했다.

다만 올해는 모집 연령대를 청년에서 중장년 이상으로 확대하면서 많은 도전에 직면했다. 대상층이나 참여자의 요구, 홍보 채널 등이 완전히 바뀌었고 계속 실험하고 실패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거치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리고 올해는 주민 강사들의 연령층도 중장년층 위주로 설정하다 보니 새로운 주민들과 협업할 기회가 많이 생겨서 공주 제민천 마을의 환대 커뮤니티가 더욱 확장되고 고도화될 수 있었다.

-그럼 반대로 생각보다 잘 진행되지 않았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2021년과 2022년에 수행했던 프로그램과는 대상 타깃의 연령층이 바뀌면서 참여자를 모집하는 데 난항을 겪었다. 청년층은 인스타그램을 위주로 모집 홍보를 하면 됐지만 중장년층은 네이버 카페, 밴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다양한 채널에 산발적으로 분포돼 있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협력기관과 간담회를 비롯한 컨설팅, 자문 등의 과정을 거쳐 홍보 전략을 재수립하고 다수의 중장년층이 활동하고 있는 채널 조사부터 다시 진행했다. 협력기관 및 지자체 홈페이지 등 홍보채널 다각화를 추진했고 본 사업을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참여자들의 후기는 어땠나?

우선 공주 원도심의 매력에 푹 빠진 분들이 많다. 그리고 꼭 공주라는 지역뿐만 아니라 소도시나 시골의 생활 방식, 주민들과의 관계, 공동체 문화 등에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었다는 후기들이 많았다.

일례로 '시골 텃세'에 대해 이주자의 입장이 아닌 이주자를 맞이하는 지역민의 입장을 들어보기도 하고, 인적 자원이 귀한 소도시나 시골에서 N잡의 가능성 등을 얘기하며 '이런 정보를 몰랐다면 덜컥 귀촌한 후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었겠다' '귀촌을 준비하면서 고려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배우는 계기가 됐다' 등의 후기들을 들었다.

-프로그램 참여자 분들 중 실제로 지역에 이주한 분들도 있나?

참가자 중 두 분은 프로그램 참여 기간 중에 공주에 집을 계약했고, 현재는 집 리모델링 공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참여자 대부분이 지역을 재방문했고, 기존 참여자분들의 지인 추천으로 참여하거나 참여자의 소속기관이 단체로 제민천 마을 답사를 온 경우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참여자가 지역의 관계 인구가 돼 꾸준히 연락하고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럼 내년의 프로그램 운영은 어떻게 진행될 예정인가, 올해와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면?

그동안 공주 원도심 제민천 마을에서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과 재도전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지역에서 체류할 수 있는 공간적 인프라를 조성해왔다. 지역을 탐구하고 주민 커뮤니티와 교류할 수 있는 오리지널 지역 경험 프로그램 개발과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인적 자원 및 주민 강사나 멘토 풀을 충분히 확보했는데, 향후에는 이를 기반으로 한 웨케이션 프로그램 '로그인 공주'와 지역생활 경험 프로그램마을생활 튜토리얼, 자력으로 앞으로의 삶을 만들어 보는 만들자마을 등의 과정을 꾸준히 운영할 계획이다.

일부를 유로화를 통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공공기관과 기업체 등의 팀빌딩이나 현장 체험 프로그램 등으로도 변형이 가능하다. 올해 사업 기간 중 이미 기관, 단체, 학교 등의 체류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외국인 단체의 지역 체류프로그램도 시범 운영한 바 있어 앞으로 프로그램의 다각화를 진행할 것이다.

-벌써 3년째 공주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우리가 사랑하는 지역이 풍요로운 일상을 간직한 좋은 마을이 되길 바란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제민천 마을과 만났고, 탐험과 실험을 거쳐 지역에 머무르면서 마을의 켜를 만들어 가고 있다.

특별한 목표가 있다기보다는 꼭 공주가 아니더라도 지역에서의 삶을 더 많은 사람들이 발견하고 딱 맞는 지역을 찾았으면 한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올해 마을에서 만났던 많은 삶의 동료들에게 말하고 싶다. 퍼즐랩이 설계한 마을에서의 경험이 즐거웠는지 궁금하다. 일상에 약간의 틈을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성공했는지 모르겠지만 바람이 불어오고 손을 뻗으면 닿는 것들로 마음이 채워지지 않을 때 언제든지 공주 제민천 마을에 놀러왔으면 한다.

[비즈월드=황재용 기자 / hsoul38@bizwnews.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비즈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