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커서 막노동이나 할래?” “공부 열심히 안 하면 너도 저렇게 되는 거야.”

우리나라 건설 근로자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이런 말로 표현된다. 우리 사회는 건설 근로자를 천대시 해 왔다. 못 배운 사람이나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사람이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국내 건설업계 최대 이슈는 ‘부실시공’이다.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 아이파크부터 올해 GS건설의 검단 자이까지. 10대 건설사의 명품 아파트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와르르 무너졌다. 최근엔 호반건설이 시공한 마트 주차장 천장이 무너졌다. 국민 주거생활을 향상할 의무가 있는 LH에서는 철근 빼먹은 부실 아파트가 무더기로 발견돼 경찰이 압수수색 중이다.

이미 우리 사회에는 지난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라는 가슴 아픈 비극이 있었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사고 원인은 모두 부실시공이었다. 부실시공 문제는 왜 과거에서 배우지 못하고 제자리를 걷고 있을까. 정부의 관리 미흡, 건설사의 부실공사 등 업계에 만연한 여러 부정부패가 안타까운 사고의 원인이다.

여기에 더해 건설 근로자를 천대하는 우리 사회도 책임이 있다. 우리나라 건설 현장은 젊은이가 진출하기 꺼리며 점점 늙어가고 있다. 젊은이들이 건설 근로를 꺼리는 이유는 인식 문제가 가장 크다. 많은 사람은 학창 시절 “공부 그렇게 할 거면 빨리 때려치우고 기술이나 배워라”, “공고(공업고등학교) 가서 먹고 살길이나 찾아라” 따위와 같은 현장 근무를 천대하는 말을 듣게 된다.

이런 말은 인식이 되고 머리에 뿌리박힌다. 건설 근로자를 하고 싶어도 ‘실패한 인생’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될까 봐 두려워진다. 생각 없는 한 마디들이 모여 우리나라 건설산업 생태계를 파괴할 사회 인식을 생성했다.

젊은 피가 수혈되지 않는 산업은 후퇴하고 도태된다. 우리나라 건설 현장은 점점 늙어가고 젊은이의 빈자리는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지고 있다.

미국 등 해외에서 건설 근로자라는 직업은 전문직으로 인식되고 있다. 블루칼라 수입이 화이트칼라 사무직보다 훨씬 높을 수 있고 기술자는 존경의 대상이 된다. 대중교통에서도 안전모와 장비를 두른 채 탑승하는 노동자를 볼 수 있고 식당도 자유롭게 이용한다.

나영찬 기자
나영찬 기자

‘막노동’ ‘노가다’라는 속어로 건설 근로자를 봐선 안 된다. 내 소중한 가족이 살고 있는 보금자리가 어떤 이의 수고로 지어졌을지 생각해 보자.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는 직의 귀천을 따지는 인식을 고치는 거다.

[비즈월드=나영찬 기자 / na@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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