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칩세트사 특허 사용 제한’은 시장 지배적 지위·거래상 우위 남용"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3일 퀄컴 인코포레이티드와 퀄컴 테크놀로지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CDMA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 등의 상고를 기각하고 공정위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이날 확정했다. 이로써 퀼컴은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납부해야할 처지가 됐다. 사진=퀄컴 홈페이지 캡처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3일 퀄컴 인코포레이티드와 퀄컴 테크놀로지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CDMA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 등의 상고를 기각하고 공정위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이날 확정했다. 이로써 퀼컴은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납부해야할 처지가 됐다. 사진=퀄컴 홈페이지 캡처

[비즈월드] 글로벌 통신업체인 '퀄컴'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국내외 휴대전화 제조사 등으로부터 부당한 계약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1조원대 과징금에 대해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3일 퀄컴 인코포레이티드와 퀄컴 테크놀로지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CDMA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 등의 상고를 기각하고 공정위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이날 확정했다. 이로써 퀼컴은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납부해야할 처지가 됐다.

미국에 있는 퀄컴의 본사 퀄컴 인코포레이티드는 특허권 사업을, 나머지 2개 사는 이동통신용 모뎀칩세트 사업을 하고 있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 2016년 이들 3개 회사에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1조311억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었다. 해당 이유는 퀄컴이 모뎀칩세트 공급과 특허권을 연계해 기업들에 이른바 '갑질'을 하고 특허권을 독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퀄컴은 휴대전화 생산에 필수적인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를 보유하고 있는데, 특허 이용을 원하는 사업자에게 SEP를 차별 없이 제공하겠다는 '프랜드(FRAND) 확약'을 하고 SEP 보유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공정위는 삼성이나 인텔 등 칩세트사가 계약 체결을 요구하면 이를 거부하거나 판매처를 제한하는 등 실질적인 특허권 사용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또 공정위는 퀄컴이 칩세트를 공급받는 휴대전화 제조사들에도 특허권 계약을 함께 맺도록 강요했고, 이렇게 강화한 칩세트 시장 지배력을 지렛대 삼아 휴대전화 제조사와의 특허권 계약도 일방적인 조건으로 체결했다고 봤다. 

이런 수법은 '끼워팔기' 식으로 필수적이지 않은 특허권 계약까지 요구하거나, 휴대전화 판매가격의 일정 비율을 '실시료' 명목으로 받는 식이다. 게다가 퀼컴은 휴대전화 제조사들의 특허권을 넘겨받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의 처분에 반발한 퀄컴은 이듬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2019년 서울고법(1심)은 공정위 시정명령 10건 중 8건이 적법하고 과징금도 정당하다는 일부 승소 판결을 냈다. 공정거래 관련 소송은 공정위 처분의 적법 여부를 신속히 판단하기 위해 서울고법이 1심, 대법원이 2심을 맡는 2심제로 진행된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표준 필수특허의 사용자는 지역적 특성 따라 체결하는 것 등을 고려해 퀄컴의 시장지배력 지위를 인정한 공정위 조치는 타당하다"며 "부당성 경쟁제한성 대해 ‘프랜드 확약’에 따른 의무를 회피해 강제한 행위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다만 포괄적 라이선스가 휴대폰 제조사에게 불이익을 가져온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정위 측) 증명이 부족하다. 점유율 방식 구조만으로는 비용 부담이 합리적 수준을 초과했다고 볼만한 구체적 증거가 없다"며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퀄컴은 해당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처분을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 및 휴대폰 제조사의 사업 활동을 어렵게 함으로써 표준별 모뎀칩셋 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며 "내부문서에 드러난 경쟁제한의 의도, 이례적인 사업방식 등까지 고려하면 퀄컴이 휴대폰 단계 라이선스 정책을 구현한 의도나 목적은 표준별 모뎀칩셋 시장에서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를 배제하고 자신들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유지·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한편 대법원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타당성 없는 조건 제시와 불이익 강제 행위 등이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어렵게 하는 행위로서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 기준을 재확인·구체화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퀄컴 측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전화 연락을 시도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비즈월드=정영일 기자 / zprki@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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