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연초 신년사나 올해 경영 계획 등 국내 기업들의 수많은 소식이 들린다. 많고 많은 얘기 중 경쟁사를 '공개 저격'하는 시몬스의 보도자료가 업계의 눈총을 받고 있다.

2010년 즈음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언론과 홍보업계 환경이 급변했다. 이후 MZ 세대 등장과 코로나19 펜데믹 등으로 이 변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소위 말하는 경쟁사 간 공개 저격은 전무했다. 지난해 라면값 인상 보도자료에 경쟁사 인상 이력을 남긴 한 식품업체가 수많은 질타와 비판을 받은 일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공개 저격은 도의적인 책임이고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매너 그리고 에티켓에서 벗어나는, 결코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인 셈이다.

그러나 시몬스가 새해 벽두 일을 쳤다. 자신들의 제품 가격을 동결한다는 내용을 보도자료로 전하며 경쟁사들인 ▲에이스침대 ▲템퍼 ▲씰리침대 ▲코웨이 ▲한샘 ▲현대리바트 등 침대·가구·렌털업계가 일제히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시몬스의 이번 결정은 착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관련 업계를 넘어 한국 경제 전반에 불어 닥친 물가 인상 대란에 소비자를 위해 가격을 올리지 않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시몬스 관계자도 "경기 불황과 인플레이션으로 모두가 다 힘든 상황에서 당장의 어려움 때문에 소비자와 협력사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는 없다"며 "회사 차원에서 영업이익 방어는 다소 힘들 수 있지만 마케팅 비용 절감 등 다른 방법들을 강구해 이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몬스는 보도자료에서 경쟁사 모두를 공개 저격했다. 에이스침대가 지난해 최대 20% 가격을 올렸고 씰리침대와 템퍼도 두 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고 꼬집었다. 렌털업체인 코웨이는 물론 한샘과 현대리바트가 올해 가격 인상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강조했다.

이런 자료는 매우 이례적이다. 유통업계에서 가격 인상 자료를 낼 때는 해당 기업 관련 내용만 전달한다. 경쟁사의 사례를 소개할 경우가 간혹 있지만 이때도 실명을 언급하지 않는 게 관례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 문제 등 그 원인을 들어 가격 인상과 그와 관련한 설명이 전부일 뿐이다.

하물며 시몬스가 그동안 소비자를 생각해 가격 인상을 안한 기업도 아니다. 시몬스는 2020년 하반기에 매트리스의 가격을 4~9% 인상했고, 2021년에는 상반기 8~15%, 하반기 5%를 인상하는 등 총 세 차례 걸쳐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지금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상황을 누구나 안다. 치솟는 물가에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많고 이럴 때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소비자의 사랑을 계속 받는 것이 하나의 마케팅 수단일 수는 있다.

시몬스는 이번 보도자료를 통해 '힘들 때일수록 다 함께 가는 것, 오랫동안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몬스 스스로가 말한 힘들 때일수록 다 함께 가는 것에는 경쟁사들은 물론 관련 업계의 식구들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 경쟁사를 저격하며 스스로 말하는 가치를 버리기보다는 업계가 살고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를 위할 수 있는 길이 먼저라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

[비즈월드=황재용 기자 / hsoul38@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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