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국내외로 불안한 정세 속에 리더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고금리·원자잿값 상승 등의 직격탄에 우리 경제가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임직원들의 수장인 CEO는 혜안을 갖고 회사의 미래를 열어나갈 사업과 업계에서의 포지션을 신중히 택해야 한다. 이에 비즈월드가 [CEO+]를 통해 각 산업의 최전선에서 우리 경제를 이끄는 CEO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사진=삼성생명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사진=삼성생명

◆ 전영묵 사장은?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은 1964년생으로 원주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전영묵 사장은 1986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 MBA(경영학 석사)를 졸업했다. 이후 삼성생명 PF운영팀장, 자산운용본부장과 삼성증권 경영지원실장 등을 역임한다.

지난 2018년 자산운용과 경영관리 면에서 인정받아 삼성자산운용 대표로 선임된다. 당시 금융 전반에 대한 식견과 특유의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생명 사장직은 2020년 1월 맡았으며 이때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다.

전 사장은 지난해 급여 8억7700만원과 상여 6억1000만원, 기타 근로소득 1억900만원 등 총 15억9600만원을 수령했다. 오는 2026년 3월까지 삼성생명 사장직을 맡게 된다. 

◆ 그룹 자산운용 전문가… 디지털·해외 성과 기반 '당기순익 성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은 삼성자산운용 대표 시절부터 CEO로서의 역량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생애주기펀드시장 1위를 견인했고 ETF·EMP·목적기반투자 상품으로 투자자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사업에서도 성과를 드러내며 삼성자산운용 수탁액은 임기 초기인 지난 2018년 74조원에서 2020년 1월 90조원으로 대폭 상승했다. 

전 사장은 삼성생명 취임 당시 창립 63주년을 맞는 삼성생명의 혁신을 가속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금융업 전반에 걸친 안목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았으며 특히 삼성생명의 자산을 운용하는 데 본인의 역량을 드러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는 임기 초반부터 '전속설계사 조직 혁신'을 이끌었다. 신인설계사 수수료를 50%가량 올렸으며 조직 가동인원을 대폭 늘리고 평균 연령을 낮추는 데 사활을 걸었다. 아울러 직원들이 임원들의 멘토가 되는 '리버스 멘토링'과 실무자 청년 회의 '주니어보드'를 도입해 젊은 실무자와 경영진 간의 소통 자리를 만들었다.

조직 개편을 마친 후 본격적인 전영묵 사장만의 경영이 시작됐다. 

전 사장이 주력한 사업 중 하나는 '보험의 디지털화'다. 이를 위해 디지털영업부를 디지털사업부로 확대하고 데이터전략팀 등 디지털 관련 부서를 확대 개편했다. 삼성생명은 전 사장의 경영철학에 발맞춰 지난 2020년 보험업계 최초로 고객의 지문을 촬영해 계약체결이 이뤄지는 '지문인증 전자서명 서비스'를 도입했다. 아울러 다음 해 비대면으로 보험 가입심사를 할 수 있는 '디지털 진단 서비스'를 내놓았으며 '모바일 청약'과 '계약전알릴 의무 자동화' 등 디지털 서비스를 출시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디지털 성과는 전영묵 사장이 신년사에서 꾸준히 강조한 '건강자산 업 프로젝트'의 일환인 '더 헬스' 앱 출시다. 더 헬스는 운동과 식단, 마음건강 등을 챙겨주는 앱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건강 관리를 돕는다. 운동코칭에서 110종 모션인식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스트레스·우울증 등 마음 건강 체크를 도와 소비자들의 호응을 샀다.

전 사장은 보험의 기본인 '상품 경쟁력'도 강화했다. 기존 상품보다 20% 가격을 낮춰 손해보험사들에 도전장을 내민 'S간편종합보장보험', 표적항암치료비 보장을 강화한 '뉴 올인원 암보험2.0', 보험료와 보험금을 달러 기준으로 산정하는 '삼성 달러종신보험', 장해보장을 강화한 '뉴 스탠다드 종신보험' 등이 각광 받았다. 올해에도 국내 보험사 최초로 중증무릎관절연골손상 등 특약 2건에 대해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하는 등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태국과 중국에 현지 법인과 합작사를 운영하고 있다. 전 사장은 고착화된 해외 사업 활로를 뚫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취임 후 CEO 직속으로 해외신성장팀을 신설했으며 해외 사업 확대를 약속했다. 이어 국내보험이 85%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생명 손익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해외보험 비중을 30%까지 늘리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태국 법인은 삼성 브랜드를 붙인 '삼성타이'로 이름을 바꿔 인지도 재편에 나섰고 중국 합작사인 중국삼성인수보험은 유상 증자와 방카슈랑스 확장 등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아울러 삼성생명은 지난 2021년 영국 부동산 자산운용사 세빌스 IM의 지분 25%를 한화 약 1013억원에 취득해 유럽 중심 부동산 분야 투자에 발을 들였다.

해외 사업 관련 성과도 거뒀다. 삼성생명 태국 법인 당기순이익은 2020년 12억원에서 지난해 43억원으로 258% 증가했다. 중국 합작사도 지난해 123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으며 이는 지난 2020년 112억원에서 1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다만 임기 내 새로운 해외 법인에서 수익 기반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울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전영묵 사장이 특히 공들이고 있는 사업은 '사내 스타트업 육성'이다. 단순 아이디어 구상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사업화 단계까지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다. 1기 사내 스타트업 아이디어로 선정된 '보험금 찾아주기 서비스'는 지난해 8월 상용화됐다. 사내 스타트업 '필라멘트'는 영양제 조합 평가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오는 17일 법인 설립을 앞두고 있다.

삼성생명의 당기순이익은 2020년 1조3705억원, 2021년 1조5977억원, 지난해 1조7208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IFRS17 준비로 표면상 지급여력(RBC)비율과 자기자본이 동반 감소하는 현상이 있었지만 업계에서는 본격 반영 이후 이전 수치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 

◆ 끝없는 소송·분쟁 '골머리'... 소비자 보호 뒷전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월 정례회의를 열고 삼성생명 대상 '기관경고'와 과징금 1억5500만원 부과를 의결했다. 이는 지난 2019년 열린 종합감사 결과로 소비자 암 입원보험금 청구 496건에 대한 지급거절은 보험업법 위반이며 삼성SDS 계약 이행 보상금 미청구는 부당 지원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재 조치에 따라 삼성생명은 제재 조치일로부터 1년간 신사업 진출을 할 수 없게 됐다. 이후에도 삼성생명의 소비자 미보호 행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평균 10만명당 민원 건수는 8.1건으로 대형 생명보험사 7곳 중 2위다.

삼성생명은 암보험금과 즉시연금 지급 관련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암보험 소송은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 공동대표가 제기했으며 암 입원비 요양병원 진료비를 청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20년 6월 암 입원비 지급 청구 소송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해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앞서 언급한 금감원 제재가 해당 사안을 다룬 건이라 책임을 온전히 피해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시연금 지급 소송은 현재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 소송은 지난 2018년 즉시연금 가입자 57명이 제기한 소송으로 6억원 규모의 즉시연금이 미지급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생명이 보험계약자에게 공시이율 적용이익 중 일부가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으로 공제된다는 사실을 정확히 설명하지 않아 지급액이 누락됐다는 입장이다. 즉시연금 총 지급 예상액은 43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은 지난 2021년 1심 소송에서 패소했지만 지난해 열린 2심에서 승소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대법원 판결 결과는 쉽게 예상할 수 없다. 즉시연금을 둘러싼 여러 소송에서 각 재판부가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 갈 길 험난한 ‘전영묵 호’ 앞날은?

전영묵 삼성성명 대표(왼쪽 첫 번째), 박준형 필라멘토 대표(두 번째), 박종문 삼성생명 사장(네 번째) 등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에서 삼성생명 사내 스타트업 필라멘토의 '론칭데이'를 진행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생명
전영묵 삼성성명 대표(왼쪽 첫 번째), 박준형 필라멘토 대표(두 번째), 박종문 삼성생명 사장(네 번째) 등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에서 삼성생명 사내 스타트업 필라멘토의 '론칭데이'를 진행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생명

업계에서는 올해 전영묵 사장의 행보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감원의 신사업 제재가 풀리는 데다가 삼성 금융 차원 통합 서비스 앱 '모니모' 활성화 숙제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에는 선을 그었다. 전 사장은 신년사에서 종신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건강상품을 생보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아울러 헬스케어 사업과 모니모, 건강자산 캠페인 등 업그레이드로 미래 성장기반을 구축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여전히 '즉시연금 대법원 소송'과 '삼성생명법 공방' 등 다뤄야 할 사안이 많아 힘든 한 해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금리와 시장 불안 여파에 생보업계 수익성 악화 전망도 커지고 있다. 전영묵 사장은 여러 악재와 뒷말에도 이사회의 신임을 받으며 임기 연장에 성공했다. 회사 내 신뢰도 문제는 크게 없다는 의미다.

앞으로 전 사장은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 때 선임된 박종문 사장과 각자 맡은 영역에서 활약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사장이 박 사장과 함께 신사업 육성과 해외 사업 확장, 자산운용 역량 강화 등으로 생보업계 역성장 기조를 뚫어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비즈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