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바이오헬스 산업 제2의 반도체로 육성" 주문에 국가첨단전략산업 지정 추진
업계 반응은 '뜨뜻미지근'… "지원으로 얻는 이익보다 규제에 발목 잡힐 것"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7일 경기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 혁신파크에서 열린 제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앞서 아이엠지티 연구소를 방문해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7일 경기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 혁신파크에서 열린 제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앞서 아이엠지티 연구소를 방문해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비즈월드] 정부가 ‘제2의 반도체 신화’를 목표로 바이오헬스 분야를 국가 핵심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정작 이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오히려 반발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해당 방안으로 인해 해외 진출이 가로막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오헬스 산업을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육성하라고 주문함에 따라 최근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통부 등 유관 부처는 범정부 회의를 열고 세부안을 구상 중이다. 규제개선을 요구하는 업계 의견도 들어 이달 안에 세부과제를 완성할 계획이다.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되면 인프라 지원과 각종 인허가 신속 처리를 위한 특화단지 지정은 물론 특성화 대학 설치도 지원받는다.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에 해당하는 기술은 연구개발(R&D) 비용의 최대 40%(대·중소기업)를 공제받을 수 있다. 시설 투자에 대해서도 8~16% 세액공제를 해준다. 

그러나 정작 업계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오히려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반도체급 대우’를 해주겠다는데도 업계가 이를 마다하는 건 지원방안과 함께 행정규제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되면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이 해외 인수합병(M&A)을 하거나 합작법인을 설립하려면 산업부 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제약바이오산업에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 '오픈 이노베이션'인데 매번 산업부 승인을 받도록 하면 글로벌 기업과의 신속한 협의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게 바로 이 부분에서다.

이미 존재하는 규제에 또 다른 규제가 생긴다는 점도 업계의 반목을 사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항체의약품(1만ℓ 이상 생산)은 현재 산업기술보호법 적용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대규모 생산 기술을 포함한 항체의약품 기술을 해외에 이전하거나 규제기관의 품목 승인을 받으려면 산업부 장관 승인이 필요하다.

만약 이번 지정이 승인되면 업계로선 산업기술보호법에 국가첨단전략산업법까지 더해져 규제 대상 법률이 늘어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런 부분들을 따졌을 때 실질적인 이익보단 손실이 크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산업의 특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위해서는 동물실험과 사람 대상 임상 1~3상, 품목 승인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해외 임상수탁기관(CRO), 위탁생산(CMO) 업체는 물론 해외 규제 기관과 기술 자료를 수시로 주고받는다. 매번 산업부 승인을 기다리다 보면 개발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정부의 의도는 충분히 알겠다. 어느 부분에선 정부가 나서 물꼬를 터줘야 하는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규제에 따른 장애물들이 추가되면 실익 적인 부분에서 오히려 손해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를 인식한 탓인지 최근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지난 15일 의약품 분야 업계 대표들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한미약품 연구센터에서 개최한 신년 간담회에서 해당 방안과 관련해 "산업부와 규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저작권자 © 비즈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