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국내 누적 매출 1300억대 돌파… 전년 동기 대비 20% 급성장
종근당·광동제약 등 기존 시장에 한미약품·동아ST 등도 제품 개발 나서

삭센다. 사진=노보노디스크제약
삭센다. 사진=노보노디스크제약

[비즈월드] 제약시장 최대 먹거리로 비만치료제가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기간동안 정체현상을 나타내던 국내 시장도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역대급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비만치료제 매출은 4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3% 늘었다. 직전 분기 463억원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분기 매출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302억원으로 전년보다 20.0% 상승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이 커지는 이유는 비만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한국바이오협회의 '글로벌 비만치료제 개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 유병률은 1975년 이후 3배 증가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에 비만 인구가 더욱 빠르게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비만 치료제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처방이 가능한 비만치료제는 '제니칼(종근당)'과 '콘트라브(광동제약)', '큐시미아(알보젠코리아)', '삭센다(노보노디스크)' 등 총 4종이다.

1세대 비만치료제에 속하는 종근당의 제니칼은 장에서 지방이 분해돼 흡수되는 것을 막는 기전으로 작동하며 임상에서 확인된 체중감소율은 5∼9%, 5% 이상 체중감소를 보인 환자의 비율은 60% 수준을 기록한다.

다만 지방흡수 저해로 인해 복용 때 지용성 비타민 등을 별도 보충해야 하고 변에 지방이 섞여 나오는 이른바 '지방변' 등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광동제약의 콘트라브는 날트렉손·부프로피온을 병용해 에너지 섭취와 관련한 신경경로에 영향을 미쳐 체중 감소를 유도하는 기전이다. 임상을 통해 확인된 체중 감소율은 6∼9%, 5% 이상 체중감소 환자 비율은 50%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부작용은 오심, 구토, 변비 등으로 처방 때 이를 확인해야 하며, 녹내장 환자나 양극성 장애환자에는 처방금기다.

큐시미아와 삭센다는 최근 임상에서 흔하게 처방하는 약제로 꼽힌다. 기존 약제에 비해 효과가 향상됐으며 장기 처방이 가능해 환자 관리가 용이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큐시미아는 펜터민·토피라메이트 복합제다. 식욕을 떨어뜨리고 토피라메이트로 포만감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장기간 지속적인 체중 감소를 유도한다.  

임상 결과에서 12∼14% 두 자릿수 체중 감소 효과를 나타냈고 5% 이상 체중감량 환자가 84%, 10% 이상 감량자도 68%에 이르러 상대적으로 높은 효능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큐시미아도 다른 비만치료제와 마찬가지로 약제 부작용을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태아의 구순구계열 위험을 높이므로 임신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는 금기다. 

삭센다는 대사성 질환에 관여하는 GLP-1 유사체를 기전으로 하며 체중조절과 함께 대사적 장점도 커 최근 다수 처방되고 있는 약제다.

BMI 38 이상 고도비만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결과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5∼8%가량의 체중감소 효과를 보였으며, 5% 이상의 체중감소를 보인 환자도 63%로 나타났다. 혈당 개선 등 대사 질환 개선의 효과도 보였다. 그러나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 구역질이 있다.

지금까지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삭센다가 독주 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올 3분기 삭센다 매출은 166억원으로 1년 새 68.4%나 뛰었다. 직전 분기 매출(154억원)을 가뿐히 뛰어넘으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큐시미아는 올 3분기 매출 82억원으로 시장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2% 늘었지만, 삭센다가 워낙 크게 성장한 탓에 매출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다만 3분기 기준 이들 두 품목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1.3%에 달했다. 이외에 '펜디멘'(한국프라임제약), '디에타민'(대웅제약), '휴터민'(휴온스) 등 3개 제품도 3분기 매출이 10억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LG화학, 한미약품, 동아ST, 유한양행 등이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먼저 LG화학이 개발 중인 먹는 유전성 비만 치료제 'LB54640'은 2020년에 이어 지난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추가 지정됐다. LB54640은 포만감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에 작용해 식욕 억제를 유도한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0월 대사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와 랩스글루카곤아날로그(HM15136)를 병용 투여하면 비만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광동제약은 쿼드메디슨과 몸에 붙이는 패치 제형의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주사나 먹는 약 위주의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다른 제형의 약을 준비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동아ST는 비만치료 신약 후보물질 DA-1726을 개발해 비임상 연구를 하고 있고 유한양행은 지속형 비만치료제 YH34160의 임상 효능시험 결과를 발표하고 1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만치료제는 높은 약가라는 허들이 존재한다. 건강보험 급여화가 돼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더욱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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