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치료 관련 대법원 판결로 논란 커져
명확한 보상기준 등 대책 마련 시급한 실정

판결문(대법원 2018다251622) 일부 발췌.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캡처

[비즈월드] 'MD(Medical Device) 크림(점착성투명창상피복재)'은 국민건강보험법상 '등재 비급여'로 분류되는 피부보호제로 의료인의 진료 행위에 따라 치료 목적으로 처방되는 제품이다. 입원이나 통원 치료 중 발생한 재료 비용에 해당돼 '실비보험'이 적용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최근 이를 악용해 MD크림을 대량 처방 받은 후 실손보험으로 비용 일부를 돌려받고 해당 MD크림을 온라인 중고마켓 등에서 판매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이에 일부 보험사가 MD크림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가 아토피 환자와 가입자 등의 불만이 폭주하자 이를 변경하는 등 관련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시 실손보험사들은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는 취지로 보험금 지급 변경을 추진했다. 특히 대법원의 지급 중단 판결과 금융감독원 지침에 따른 입장이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는 소비자들과 관련 업계와는 상반된 주장이다. 사실 인식과 법률 해석의 차이로 양측은 팽팽히 대립 중이다.

◆화장품으로 분류된 '보습제'가 'MD크림'?

환자들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지난 3일 MD크림의 실손보험금 중단을 알렸다. 지난 2019년 8월에 난 대법원 판결(서울중앙지법 2017나13907, 대법원 2018다251622)을 근거로 MD크림과 관련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 또 DB손해보험도 현대해상과 같은 이유로 최근 MD크림의 실손보험금 지급 변경·중지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현대해상은 과잉 처방과 다량의 보습제 일괄 구입 후 재판매하는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 10일 청구 건을 기점으로 MD크림의 실손보험금 청구 면책 지침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입원은 입원 기간 내 사용 확인 후 개수만큼 지급하고 통원 환자는 의료진 직접 처치 확인이 된 경우 내원 1회당 1개만이 인정된다.

DB손해보험의 경우 지난 5일 MD크림의 실손보험금 청구를 1회로 제한한다는 내용의 안내를 가입자에 전달했다. 다만 이번주 내로 MD크림의 실손보험금 청구의 새로운 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문제는 실손보험사들이 근거로 내세운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은 화상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한 보습제에 대한 보험금 지급 여부를 다투는 재판에서 "(실손보험에서 보장하는) 입·통원 제비용은 의사가 주체가 되는 의료 행위로부터 발생한 비용만을 의미한다"고 한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는 의사가 화상 환자에게 '일반 화장품'으로 분류된 보습제를 추천해 구입한 건의 판결로 보습제와 관련한 실손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한 것이다. 치료 재료로 분류된 MD크림을 대상으로 판결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거나 변경한다는 보험사의 입장은 억지 주장에 불과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결국 선량한 가입자들만 뒤통수 맞아

2017년 1조2000억원 수준이던 실손보험 적자(위험보험료-발생손해액)는 2019년 2조 5000억원에 육박했다. 금융소비자연맹 자료를 보면 지난해 손실액도 2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가운데 적자를 못 이겨낸 보험사들이 실손 판매를 중단하기도 하고 실손 가입 문턱을 높이는 등 기준을 정비하고 있다. 그중 실손보험료 인상의 주요한 근거로는 과다한 사업비 사용, 과잉 진료와 의료 쇼핑 등 일부 소비자들의 잘못된 행위에 따른 보험금 누수가 꼽힌다. 

그렇지만 전체 보험 가입자 중 1년간 무사고자 비중은 65%에 이른다. 가입자의 83%는 연간 납입한 평균 29만6000원의 보험료보다 더 적은 보험금을 받고 있다. 결국 불법 중고 거래를 일삼고 과잉 진료나 의료쇼핑을 하는 일부 소비자들로 인해 실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과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손해보험사들 역시 선량한 환자와 가입들의 뒤통수를 때렸다. 보험사들이 연초부터 성과급 지급을 예고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이달 말 삼성화재를 시작으로 MD크림 보험급 지급 변경을 결정한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이 오는 3월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환자와 가입자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서민층이 고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손해율 급등을 핑계로 실손보험료를 인상하고 진짜 환자들의 실손 지급 중단을 결정하면서 이중 고통을 겪게 하는 손해보험사들이 성과급 잔치를 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보험 가입자 전체에 피해가 돌아가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성과급도 중요하지만 보험사와 보건소,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와의 협력을 통해 부당 청구 행위 적발 체계를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의료기기 크림의 처방은 엄연한 진료 행위인 만큼 진짜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 완화와 실손보험 정상화를 위해 명확한 보상 기준이 마련돼 이번 논란이 해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비즈월드=황재용 기자 / hsoul38@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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