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혁신 도모와 역동성 회복을 위해 '민간 벤처 투자' 역할 중요
벤처 투자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 위해 정책 금융의 재편 강조
"민간 자본의 적극 참여·제도적 유연성 확보가 뒷받침해야"

하나은행 산하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 14일 (사)한국금융연구센터와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한 주요 과제 : 민간 벤처 투자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제15회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고 16일 밝혔다. 사진=하나은행
하나은행 산하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 14일 (사)한국금융연구센터와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한 주요 과제 : 민간 벤처 투자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제15회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고 16일 밝혔다. 사진=하나은행

[비즈월드] 하나은행(은행장 이호성) 산하 하나금융연구소(소장 정희수)는 지난 14일 (사)한국금융연구센터(이사장 정운찬)와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한 주요 과제 : 민간 벤처 투자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제15회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고 17일 밝혔다.

한국금융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번 라운드테이블에는 40여 명의 전문가와 금융기관 관계자가 참석해 벤처 시장 육성과 혁신 생태계 복원을 위한 정책과 민간 부문의 과제를 모색했다.

대부분의 참석자는 최근 한국 경제의 자금이 부동산 등 가계 대출 부문에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중소·벤처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위축되는 문제에 대해 공감했다. 

아울러 한국 산업의 혁신 도모와 역동성 회복을 위한 민간 벤처 투자 부문의 대응 방안에 관해서도 토론했다.

◆ 벤처 투자업계의 질적 전환을 위해 '정책금융 재정립·기업형 벤처캐피탈 확대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 금융학과 교수와 김현열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제1세션 에서 '벤처 투자 기구의 종합 평가와 향후 정책적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두 사람은 국내 벤처투자시장의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정책 금융과 민간 자본의 역할 재정립 방안을 제시했다.

두 전문가는 "국내 벤처캐피털 시장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2개국 중 투자 규모 5위일 정도로 성장했지만, 정책 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아직도 높다"라면서 "반면에 연기금·공제회의 출자 비중은 3% 수준에 그쳐 미국(42%)·유럽(12~18%)과 격차가 크다"라고 지적했다.

앞으로는 민간의 역할 강화와 정책 금융을 통한 창업 초기 기업·지역산업 지원 등 '시장실패 구간'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이를 위한 첫 번째 과제로 정책자금 성과 평가 체계가 투자 규모 중심보다는 '정책 목표 부합도'·'기업 성장 기여도' 중심으로 개편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과제로 대기업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활성화를 꼽았다.

두 전문가는 "현재 지주회사 소속 CVC가 전체 벤처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미만에 불과하다"라면서 "이는 글로벌 주요국 수준(미국 49.5%, 일본 45%)에 비해 미흡하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CVC가 대기업·스타트업 간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촉진과 민간 모험자본 확충에 이바지할 수 있다"라면서 "지주사 CVC의 외부 자금 출자 비중(40%) 상향과 해외투자 한도(20%) 완화를 비롯해 창업 기획자(AC) 형태의 CVC 허용 등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세 번째 과제로 연기금·퇴직연금 등 기관 투자자의 벤처펀드 출자 확대를 강조했다.

아울러 BDC(기업 성장 집합 투자 기구) 제도가 비상장 혁신 기업에 대한 공모형 자금 공급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네 번째 과제로 '규제 샌드박스'(규제 유예 특례 부여 제도) 개선을 통한 벤처 혁신 촉진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앞서 지난 2019년 도입된 규제 샌드박스가 혁신 실증의 통로이긴 하지만, 승인 지연과 부처 간 책임 분산으로 실효성이 낮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를 위해 심의 절차의 신속화, 특례 조건의 합리화, 법령 정비의 책임 제도 등의 개선 방안을 두 전문가는 제시했다.

한 교수는 "벤처 투자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정책 금융의 전략적 재편과 민간 자본의 적극적 참여, 제도적 유연성 확보 등 삼박자로 작동해야 한다"라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 모험자본 회수시장 다변화와 M&A(인수합병) 활성화를 위한 제도 정비 필요

윤선중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와 한재준 교수는 제2세션에서 '모험자본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두 교수는 국내 벤처 투자 구조가 RCPS(상환전환 우선주)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물론 IPO(기업공개) 중심의 회수 구조가 굳어졌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방향을 제시했다.

두 교수는 "국내 모험 자본은 리스크(위험)를 공유하는 구조가 아닌 회피하는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라며 "RCPS 남용으로 스타트업의 현금흐름 악화와 혁신 위축을 우려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국제회계 기준 위원회(IASB)의 금융 상품의 표시 회계 기준(IAS32)에 따라 상환권이 부여된 RCPS는 실질적으로 부채로 분류되어야 한다"라면서 "공적기금은 보통주나 SAFE(조건부 지분 인수 계약)와 같은 리스크 공유형 투자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내 회수 시장이 IPO에 과도하게 편중됐다고도 지적했다.

두 교수는 "한국의 스타트업이 IPO까지 평균 14년이 걸리지만 미국은 M&A(인수합병) 중심으로 평균 5년 내 회수가 이뤄지고 있다"라면서 "M&A를 중심으로 조기 회수 생태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BDC(기업 성장 집합 투자 기구)와 CVC 기업형 벤처캐피털)를 활용한 횟수 시장 자금 공급 확대를 핵심 방안으로 두 교수는 제시했다.

두 교수는 "BDC는 중장기적인 '영구 자본'의 공급원으로 지분형 투자를 중심으로 정착될 경우, 회수 시장의 안정적 자금 기반이 될 것"이라며 "세제 인센티브 설계가 제도의 성공을 좌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CVC 제도 개선을 통한 M&A 연계 투자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두 교수는 "대기업 중심의 CVC에서 중견기업 중심의 산업형 M&A로 확장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금산분리(금융 자본과 산업 자본의 소유 분리 제도) 완화, 외부 출자 비율 확대, 독립법인 CVC 활성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두 교수는 "기술보증기금이나 산업은행 등 공적 기관이 일본의 INCJ(산업 혁신 기구)나 DBJ(일본 정책 투자은행)처럼 기술 가치 평가와 M&A 구조 설계를 통합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모험 자본의 건전한 회수 구조 정립은 단순한 투자비 회수가 아니라 산업 혁신의 핵심 인프라 구축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 BDC 도입 실효성 높이려면 "동적 규제 접근과 세제 지원 체계 구축 병행해야"

윤승영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3세션에서 '민간 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한 법제 정비'를 주제로 한국형 BDC 제도의 입법 경과와 과제를 발표했다.

윤 교수는 "한국형 BDC가 미국의 BDC 제도를 벤치 마킹해 도입된 폐쇄형 공모 펀드로, 비상장 벤처·혁신 기업에 장기 모험 자본을 공급해 민간 주도의 투자 생태계를 구축할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BDC 제도가 시장 자율성을 일부 인정한 구조로 되어 있어, 민간 자본이 혁신기업 성장과 스케일업(확장) 단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윤 교수는 설명했다.

윤 교수는 BDC 운용 규율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시장 여건에 따라 레버리지 한도·자기자본 유지율·집중투자 한도 등을 정기적으로 조정하는 '동적 규제'(다이내믹 레귤레이션)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세제 측면에서는 미국의 'RIC 모델'처럼 법인세 면제와 배당 소득세 감면을 연계한 '이중과세 방지형 인센티브' 구조를 마련해 민간 투자자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한국형 BDC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기능의 조화를 전제로 운용 보수와 공시의 투명성 강화, 경영 참여형 투자 기능의 제도화·장기적 관점의 세제지원 체계 구축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비즈월드=박제성 기자 / pjs8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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