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즈월드] “중국인에게 공동현관 비밀번호 알려줄 생각인가요? (이 내용을) 아파트 단지에 뿌려달라.”
이 말은 국내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의 내용이다.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쿠팡 등의 새벽배송(오전 0~5시)을 제한하려는 움직임과 관련해 주요 소비자 커뮤니티에서 ‘새벽배송 금지’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쿠팡과 컬리 등이 노동계의 새벽배송 제한 움직임에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반면 최근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인 ‘알리 프레시’를 론칭한 알리익스프레스의 장악력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민주노총이 택배기사 과로사를 막겠다며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 경기도 화성시 동탄 등 주요 우파 성향 맘카페와 소비자 커뮤니티, SNS 블로그 등에 새벽배송이 금지되면 중국 알리바바그룹 등에 수혜가 돌아갈 수 있다는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실제 “쿠팡의 새벽배송이 금지되면 중국 알리바바나 테무 등에게 수혜가 돌아가고 이들의 장악력이 높아진다”는 취지의 우려를 표현한 글이나 쿠팡과 알리의 AI 합성 이미지 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주요 우파맘 카페에 확산된 한 포스팅을 보면 “쿠팡의 새벽배송을 금지시킬 움직임이 있는 상황에서 알리가 한국인 택배기사를 쓸까? 그 나라 사람을 쓴다. 그럼 결국 한국계 새벽배송 서비스를 금지하고 그 나라 택배기사가 우리 집의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다 알게 된다”고 써있다.
여기에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이 한국 온라인 시장을 잠식한 상황에서 물류도 중국이 장악하는 것 아니냐” “쿠팡이 무너지면 그 자리를 메우는 건 알리나 텅쉰, 징동 같은 유통공룡” 같은 반응도 등장했다.
이렇게 소비자들로부터 ‘새벽배송 금지 포비아’ 움직임이 나오는 이유는 먼저 민주노총의 새벽배송 제한 주장과 알리프레시 출범 발표가 비슷한 시기에 알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달 22일 알리익스프레스는 신세계그룹과 합작법인 출범 이후 첫 프로젝트로 ‘알리프레시(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를 출범했다. 또 민주노총 택배노조도 지난 22일 사회적 대화기구에 “0~5시 초심야 배송을 제한하자”는 목소리를 낸 직후 사실이 외부에 알려졌다.
이에 “알리가 국내 소비자에게 0시~5시까지 배송이 완료되는 새벽배송 모델을 할 것”이나 “쿠팡은 국내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을 납부하지만, 알리는 배송망을 외주로 운영하고 국내 규제망에도 포함 안 된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택배기사들의 근로 요건과 새벽배송 제한 등을 논의하는 ‘택배 사회적대화기구’는 민주노총과 국토교통부, 민주당, 쿠팡·컬리·CJ대한통운 등 택배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에 반해 알리바바그룹과 테무를 비롯한 주요 중소형 이커머스와 새벽배송업체는 참여하지 않고 있고 정치권도 참여 요청을 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알리 프레시의 과일이나 채소, 정육상품을 배송이 하루 이틀 걸리는 택배발송 형태로 시범운영 중이며 아직 새벽배송 시행을 하지 않고 택배 배송은 CJ대한통운 등에 맡기고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알리 익스프레스의 월간 사용자 수가 1000만명에 육박한 국내 이커머스 2위에 오른데다 국내 직구 시장 1위로 주문 물량이 크게 늘고 있는 만큼 국내 택배기사 근로요건 개선 작업에도 참여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알리익스프레스의 지난달 사용자 수(MAU)는 909만명으로 직구시장 점유율은 37.1%에 달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알리프레시 론칭 이후 신선식품의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새벽배송 물류 인프라 구축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적으로 한국에 족적을 늘리는 C커머스도 동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앞으로 알리는 지마켓과 합작법인을 통해 SSG닷컴 등의 물류망을 이용해 배송 경쟁력을 높일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다. 알리는 한국 시장 공략에 1조5000억원을 투자, 이 가운데 2600억원을 국내 대규모 통합 물류센터에 구축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민주노총의 새벽배송 제한 움직임에 택배기사와 소비자단체, 중소상공인단체의 반발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기사 1만명이 소속된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는 기사 2405명 설문조사를 통해 “93%의 택배기사가 반대한다”고 밝혔고 학계에서도 새벽배송 금지시 최대 54조원의 사회적 손실 피해가 발생한다고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12일 국회 기후노동위에서 “정부가 새벽배송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는 없을 것 같다. 조금 논의는 해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월드=황재용 기자 / hsoul38@bizw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