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맨’ 신동국 장·차남 지지, 임직원 ‘한미사우회’는 모녀 손
추가 우호 지분 확보 관건…’신주금지 가처분‘ 결과도 주목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한미약품

[비즈월드] 결전의 날을 앞두고 한미그룹과 OCI그룹 통합을 둘러싼 한미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당초 순탄하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던 통합 절차에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가 반발하고 나서면서 순식간에 갈등이 격화됐고, 오는 28일 그룹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로 이어지게 된 상황이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까지 이번 주총 안건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미사이언스의 주요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지분 12.15%)이 형제측 지지 선언을 하고 나섰다. 이어 한미그룹 사우회가 한미사이언스 보유 주식 의결권을 '통합 찬성'에 행사한단 입장을 밝히며 주총 결과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키맨' 신동국 가세한 형제 VS '한미 사우회' 적극 신뢰 받는 모녀

한미그룹 오너가는 오는 28일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선임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OCI와의 통합을 추진하는한미그룹의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 즉 모녀 측의 ‘신규 이사 6명 선임안’과 장·차남 측의 ‘신규 이사 5명 선임 주주제안’을 놓고 후보자 11명 가운데 다득표 순으로 상위 6명을 추려 이사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투표가 이뤄진다. 여기서 이긴 쪽이 이사회와 경영권을 장악하게 되는 것. 

그중 장·차남은 신 회장을 원군으로 끌어들였다. 앞서 지난 23일 신 회장은 형제 측을 통해 배포한 입장문에서 "임종윤·종훈 형제가 새 이사회를 구성해 회사를 빠르게 안정시키고 기업의 장기적 발전과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후속 방안을 지속 모색하기를 바란다"고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이와 함께 신 회장은 OCI홀딩스와의 통합 결정에 대해 "개인적인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의 지배구조와 경영권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거래를 행했다"며 "매우 큰 우려와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불편한 감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해당 발표에 대해 한미사이언스 측은 즉각 OCI그룹과의 통합을 결정함에 있어 대주주인 신 회장에게 관련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점을 사과하는 한편 통합의 필연성을 설명했다.

임주현 사장 역시 입장문을 통해  "이번 OCI-한미 통합의 대전제는 어머니와 저의 지분을 프리미엄 없이 양도하는 대신 한미그룹의 경영을 기존의 경영진에게 계속 맡겨달라는 것이었다"며 "오빠(임종윤)와 동생(임종훈)도 알다시피, 그간 대주주 가족의 지분에 대해 프리미엄을 보장하며 경영권과 함께 넘기라는 제안도 많았지만, 저희가 그걸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아버님이 세우신 한미그룹의 신약개발 전통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 회장에게 "선대 회장님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미그룹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함께 해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선대 회장님의 작고 이후 그리고 최근 OCI와의 계약 과정에서 서운함을 드렸다면 그 또한 대주주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드리고자 한다"며 "부디 개인적인 서운함을 뒤로 하시고 지금까지 처럼 한미그룹의 미래를 위해 큰 어른으로서 저희를 응원해 주실 것을 진심으로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2일까지만 해도 ▲임종윤 사장 12.12% ▲임종훈 사장 7.20% ▲이들의 직계가족 5.32% ▲임종윤 사장이 최대주주인 디엑스앤브이엑스 0.41% 등 모두 25.05%였던 형제 측의 지분율이 단숨에 37.20%로 확대됐다.

이에 반해 한미사이언스 현 경영진 측 지분율은 31.91%다. ▲송영숙 회장 12.56% ▲임주현 사장 7.29% ▲이들의 직계가족과 친인척 4.15% ▲가현문화재단 4.90% ▲임성기재단 3.00% 등으로 구성됐다.

이에 현재 양측의 의결권 지분 차이는 5.29%포인트(p)다. 다만 지난 24일 오후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한미정밀화학 임직원 약 3000명이 구성한 한미그룹 사우회가 보유 주식 23만여 주에 대해 이번 주주총회에서 '통합 찬성'으로 결의한다고 선언하면서 모녀 측은 전체 발행 주식의 약 0.3%를 더 확보하게 됐다. 

판세를 완전히 뒤집을 수준은 아니지만 그룹 내 최대 임직원 단체가 통합을 지지한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그룹 구성원을 대표하는 사우회가 직접 나서 단순 통합 찬성에 준하지 않고 현 경영진을 신뢰하며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공식 입장문을 냈다는 부분이 주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우회는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대주주 신 회장의 선택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한미가 과거가 아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임직원들도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남은 건 '국민연금·소액주주' 표심…'주주가치 제고 도움' 여부가 관건

이런 가운데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의 키는 국민연금공단과 소액주주에게로 넘어갔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국민연금공단은 7.66%의 지분을, 3만8470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은 20.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 등을 참고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 현재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5곳 가운데 3곳이 모녀 측 손을 들어줬으며, 1곳이 형제 측 제안에 찬성했다. 나머지 1곳은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GL)가 모녀 측 후보 6명 전원 찬성, 형제 측 5명에 반대 의견을 냈다. 또 다른 글로벌 자문사 ISS는 모녀 측 후보 중 3명에 찬성, 형제 측 후보 중 2명에 찬성했다.

반면 국내 자문사인 한국ESG기준원(KCGS)은 형제 측 5명 중 4명 찬성, 모녀 측 6명 선임안엔 반대가 아닌 ‘불행사’를 권고했다. 이어 국내 자문사 대신경제연구소는 중립 의견을 냈고, 또 다른 국내 자문사 서스틴베스트는 모녀 측 이사진 후보 주총 안건에 모두 찬성하고 형제 측 주주 제안에는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아울러 업계에선 이번 주 초에 나올 형제 측이 제기한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 결과도 주목하고 있다. 이 결과에 따라 국민연금의 표심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한미 통합에 제동이 걸리는 반면 기각되면 통합에 명분을 얻게 된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중립을 선언하며 의결권 자체를 행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직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 방침을 알리지 않은 상황이다. 통합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칠 가처분 소송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이 일부분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중립 의견을 제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현재 시점에서 양측이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응집력이 낮은 소액 주주들의 표심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다. 일각에선 '누가 더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는 지' 여부가 이번 경영권 분쟁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임종윤측 지지를 선언했지만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대부분 회사 측 안건에 찬성하고 있다”며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은 경영권 분쟁의 승자가 누구인지보다는 어느 쪽이 주주가치 제고에 더 도움이 되는 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임주현 사장은 지난 24일 입장문을 통해 통합 마무리 후 3년 간 주요 대주주 주식을 처분없이 예탁하겠다고 밝히며 형제 측에게도 3년간 지분 보호예수를 약속해줄 것을 요구했다. 보호예수는 많은 지분을 보유한 경우 주로 책임경영 차원에서 일정 기간 보유 주식을 팔지 않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임종윤·종훈 사장은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선대 회장님이 한 평생을 받쳐 이룩한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주식에 대해 한 번도 팔 생각을 해 본적 없고, 앞으로도 그 어떤 매도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이해할 수 없는 입장문에 대해 그 저의가 무엇인지 밝혀 주시기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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