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유한양행 기점으로 시작, 28일은 '슈퍼 주총 데이'
경영권 분쟁, 대표 신규 선임·연임, 신사업 추가 등 안건 이목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한미약품, 종근당, 동아쏘시오홀딩스, GC녹십자 본사 전경. 사진=각 사.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한미약품, 종근당, 동아쏘시오홀딩스, GC녹십자 본사 전경. 사진=각 사.

[비즈월드] 지난 15일 유한양행을 시작으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본격적인 정기 주주총회(이하 주총)가 순차적으로 열린다.

예년의 주총은 무난하고 조용한 편이었지만 올해는 회장직 부활에 이어 경영권 분쟁과 연임, 신사업 확장 등 굵직한 안건들이 화두로 올라 이목이 집중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유한양행은 정기주총에서 회장·부회장직 신설 안건을 통과시키며 눈길을 끌었다. 

'제33조(대표이사 등의 선임)' 등 기존 조항에 회장과 부회장직을 추가하고 이사 중 회장과 부회장을 선임하는 것이 골자였던 해당 안건은 주총 참석 주주 중 3분의 2 이상인 95% 찬성률로 통과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따라 28년 만에 유한양행의 회장‧부회장직이 부활하게 됐다. 

약 100년 역사에서 그간 회장을 지낸 인물은 창업주인 고(故) 유일한 박사와 연만희 고문 두명 뿐으로, 연 고문이 회장에서 물러난 1996년 이후 회장직에 오른 이는 없었다.

해당 안건으로 인해 회사 내외부에서 특정인의 회사 사유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사측은 "글로벌 50대 제약회사로 나아가기 위한 선제적 직급 유연화 조치"라고 설명, 특정인 회장 선임 가능성에 대해서도 "절대 아니다"라고 논란을 일축한 바 있다. 

현재 오너가 경영권 분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주총은 오는 28일 열릴 예정이다. 현재 한미그룹은 지난해 모친인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이 한미사이언스와 OCI그룹의 통합을 추진한 것에 대해 한미그룹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남과 차남인 임종윤, 임종훈 형제가 반발한 것을 시작으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주총에 앞서 형제는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확보를 위해 본인 2명을 포함한 5명의 후보를 이사회 구성원으로 추대하는 주주제안을 제시했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모녀 역시 기존 이사회 구성원 4명 외에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등 총 6명의 후보 선임 안건을 올렸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신규 이사 선임안을 일괄상정하고 양측이 제시한 이사 후보안이 모두 가결될 경우 다득표 순으로 이사를 선임한다는 조건을 내건 만큼 우군 확보를 위한 양측의 치열한 대립이 예고되고 있다.

같은 날인 28일 종근당과 GC녹십자, 동아쏘시오홀딩스, 대웅제약의 정기 주총도 예정되어 있다. 네 기업 모두 현 대표이사의 재선임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종근당은 김영주 대표이사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한 상태로, 업계에선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와 1조7300억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성과로 김 대표의 4연임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 중이다. 

GC녹십자의 오너 3세 허은철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도 이날 정기주총에서 의결될 예정이다. 고(故) 허영섭 명예회장의 차남인 허 대표는 지난해 그간의 숙원과제인 혈액제제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등을 이끌어 낸 바 있다. 

정재훈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도 28일 개최되는 주총에서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그는 지난해 초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어 업계에서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대웅제약도 같은 날 이창재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다룬다. 전승호 대표는 ‘임기 3년 중임제’ 기조에 따라 물러나고 이 자리는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 자리에 오른 박성수 나보타 총괄부사장이 대신할 전망이다. 

아울러 셀트리온은 26일 열릴 주총에서 창업주 서정진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대표이사·의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 대표는 ‘통합 셀트리온’이 출범하면서 경영사업부 총괄 각자 대표로 선임됐다.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도 22일 열리는 정기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로 재선임될 예정이다. 오너 3세인 윤 대표는 지난 2013년 대표이사로 선임, 현재까지 일동제약을 이끌고 있다.

이 외에 정기주총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신사업을 시도하려는 기업들도 있다. 

GC녹십자의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는 GC녹십자와 같은 날인 28일 주총을 열고 정관 변경을 통해 '시장조사', '경영자문 및 컨설팅',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 관리 및 라이선스업', '자회사 상품 또는 용역의 공동개발과 판매' 등 신규 사업목적을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광동제약은 26일 열릴 정기주총에서 태양광 발전업을 정관에 추가할 전망이다. 이는 국내 제약사 가운데 최초의 행보로, 광동제약은 올해 입주를 앞둔 경기도 과천 소재 신사옥 옥상 등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의 현안으로 떠오른 '원가절감' 문제를 태양광 사업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통 제약사 주총은 대표 신규 선임과 연임 외에는 조용하게 지나가는 편이었는데 올해는 현안들이 굵직하고 이슈도 많다"며 "일명 '전통 제약사'들은 올해 대표직 선임 안건이 많이 상정됐고, 바이오 기업쪽은 사명 변경과 사업 추가 등 경영 쇄신을 위한 안건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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