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높지만 데이터 활용 문제와 관련 인력 부족 문제 ‘이중고’
데이터 통합관리 체계 구축, 제약·AI분야 융합 인력 양성 필요

AI 신약개발 단계와 기술 이미지. 자료=한국보건산업진흥원
AI 신약개발 단계와 기술 이미지. 자료=한국보건산업진흥원

[비즈월드] 전 세계 제약사들의 AI(인공지능) 기술 기반 신약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관련 경쟁력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데이터 수집은 물론 AI 전문인력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데이터 통합 관리 체계 구축과 AI·제약분야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융합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신약개발 분야는 개발비용 증가, 긴 개발기간, 낮은 성공률 등 문제를 포함하는 지속적인 생산성 저하 문제를 겪고 있다. 그러나 신약개발에 AI를 활용할 경우 연구자 수십명이 1~5년간 해야 할 일을 하루 만에 진행할 수 있어 생산성이 크게 확대된다. 한 번에 100만 건 이상의 논문과 1010개 화합물 탐색이 가능해 질환에 맞는 타깃 발굴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을 신약개발 분야에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다. 국내 제약사들도 AI를 활용해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하고자 독자적인 시스템 개발에 나서거나 기업 간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힘을 쏟고 있다.

대웅제약은 최근 총 8억 개의 주요 화합물 분자모델을 자체 데이터베이스화한 '다비드(DAVID)' DB 구축을 완료했다. 또 2년 동안 작업 끝에 자체 AI 신약개발 시스템 '데이지(DAISY)' 구축도 완료해 다비드 DB를 활용한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본격 착수했다.

GC녹십자그룹은 그룹의 핵심연구소로 꼽히는 목암생명과학연구소를 통해 최근 이화여대와 AI 신약개발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2022년에는 GC녹십자와 목암생명과학연구소가 서울대 AI연구원과 같은 골자의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가족사 GC셀도 의료 AI 기업 루닛과 유방암, 위암 등 고형암 신약 후보물질 ‘AB-201’에 대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동아ST도 2022년 7월부터 AI 기반 신약개발 기업 심플렉스, 연세암병원과 고품질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이용한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HK이노엔, 보령, 유한양행 등 여러 제약사들이 AI 신약 개발 플랫폼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달 AI신약융합연구원(CAIID)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한국의 AI 신약개발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인공지능(AI) 활용 신약개발 경쟁력 강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AI신약개발 시장은 2021년 기준 1340만 달러(한화 약 178억6220만원)로 전 세계에서 9번째로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오는 2026년까지 연평균 34.6%로 성장해 5910만 달러(약 787억8030만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가별 관련 특허 출원 수 그래프(왼쪽)와 국가별 AI 기반 신약개발 분야 논문 게재 수 표. 자료=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가별 관련 특허 출원 수 그래프(왼쪽)와 국가별 AI 기반 신약개발 분야 논문 게재 수 표. 자료=한국보건산업진흥원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활용 신약개발 분야의 국내 경쟁력 수준은 낮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특허 수도 적지만 데이터 활용과 인력 확보가 특히나 어려운 상황이라서다.

진흥원이 AI 신약개발 분야의 특허를 분석한 결과, 출원 특허는 중국 514건, 미국 215건, 유럽 74건, 일본 51건, 한국 20건으로 확인됐고 특허 등록 동향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특허의 질적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국가별 피인용도 지수(CPP)와 영향력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0위권 내에 들지 못했다.

AI 활용 신약개발 부문의 게재된 논문수는 미국, 중국, 인도, 영국, 독일 순이었고 우리나라는 8위로 확인됐다. 논문당 피인용 평균으로는 20개 국가 중 18위로 나타났다.

데이터의 활용성 측면에서도 국내는 수집된 데이터를 단순 나열한 수준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데이터 3법 등 관련 제도적 문제로 인해 활용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먼저 독점 데이터는 접근이 불가하며 해당 데이터의 경우 라이센스 계약을 맺더라도 한정된 기간만 이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즉 실질적으로 필요한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대부분 제한돼있다는 의미다. 또 데이터의 구조나 처리 방법 등이 제각각이어서 통합된 데이터 활용성이 낮다는 것도 문제다. 데이터를 표준화하거나 가공할 수 있는 통합관리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AI 인력 부족 문제도 마찬가지다. 국내 기업들은 AI 신약개발 관련 숙련된 인력 부족 및 고용 문제가 큰 애로사항이라고 꼽는다. 

AI신약개발지원센터의 제약바이오기업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65명중 38명인 61.3%가 기업 내 자체 AI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답했다. 또 연구개발에서 필요한 점과 AI 도입·운용 과정에서 어려운 점을 물은 질문에서 각각 실무형 기술 인력이 필요하다는 응답(76.5%)과 숙련된 인력 부족·고용 문제(88.2%)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I 신약개발은 두 산업분야의 결합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제약과 AI 기술에 대한 이해도 높은 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두 분야를 모두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인력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데이터 활용 발전 방안, 융합 인력 양성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고조된다. 

정혜윤 보건산업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국가 단위의 데이터 통합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통합데이터의 범위를 확대해 제약기업의 특허권이 해제된 화합물과 다수의 약효, 약물성 데이터 등을 통합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는 개인의 민감정보 유출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체계 마련, 장기간의 데이터 구축사업 지원 기조, 정보보호에 대한 기반 마련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관련 인력 확보에 대해서는 "AI와 신약개발을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재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실습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다 분야의 협력 연구 지원과 같은 방안이 필요하다"며 "AI 인력이 제약분야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자료 개발과 타분야 인력의 AI 신약개발 분야에 대한 홍보 활동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 인력의 국내 유입을 위한 정책 개선과 주기적인 인력 현황 파악을 통한 인력 수급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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