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는 미국 제약사 상품명, 실제 명칭은 '보툴리눔 톡신'
식중독균으로 알려진 후 점차 치료·미용으로 사용처 확대

보톡스. 사진=애브비

[비즈월드] 미용 시술에 쓰이는 '보톡스'는 일상에서 흔히 듣는 단어다. 

외과적 수술 없이 주름을 없앨 수 있다는 보톡스는 사실 '보툴리눔 균'으로 만든 미국 제약회사 엘러간(현 애브비)의 '보툴리눔 톡신' 상품명이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보툴리눔이라는 균이 방출하는 맹독을 이용해서 만든다. 이 독은 운동 신경과 근육이 만나는 곳에서 신경 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막아 근육 마비를 초래한다. 보툴리눔 균을 배양해 독을 얻고 이를 희석시켜 주사제로 만든 것이 우리가 흔히 아는 보톡스다.

상품명이 유명세를 타고 대명사가 된 것이다. 문구용 테이프가 '스카치 테이프', 유성 파스텔이 '크레파스'라 불리는 것과 같다. 

◆ ''에서 찾아낸 ''

국내에선 에스테틱 시장이 점차 발전해 나가며 많은 이들에게 주름 개선 시술용 약품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인간이 보툴리눔 톡신을 처음으로 발견했을 땐 '약'이 아니라 '독'이었다. 

이는 이름의 유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보톡스(Botox)는 19세기 독일에 일어난 대규모 식중독 '보툴리즘(Botulism)'에서 유래된 말이다.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식중독으로 목숨을 잃자 해당 지역에서 일하던 의사이자 시인 유스티누스 케르너(Justinus A. Kerner)는 그들이 보관이 잘 되지 않은 소시지나 통조림을 먹고 사망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사람들이 먹었던 상한 소시지에서 독성분을 추출, 동물 실험과 자가 복용 실험을 통해 식중독의 원인이 보관이 잘못된 소시지나 통조림에서 유래하는 ‘보툴리눔’이라는 독소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계기로 해당 독소가 신경마비 증상을 일으키는 작용이 있으며 이를 활용해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도 발표했다.

이후 소시지를 뜻하는 라틴어 '보툴루스(botulus)'에서 기원해 소시지 식중독을 보툴리즘이라 명명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지난 1895년 벨기에의 미생물학자 에밀 피에르 반 에르멘젬(Emile Pierre van Ermengem) 교수가 처음으로 원인균인 '바실러스 보툴리누스(Bacillus botulinus)'를 찾아낸 게 결정적인 유래가 됐다. 

보툴리눔 균이 독이 아니라 치료제로 사용되기 시작한 건 그것보다 더 한참 뒤의 이야기다. 

1973년 미국의 안과의사 앨런 스콧(Alan B. Scott)이 원숭이의 수축돼 있던 눈 주변 근육에 보툴리눔 톡신을 주사하는 실험을 통해 눈꺼풀 떨림에 효과가 있음을 우연히 발견한다. 

그때부터 보툴리눔 톡신은 근육 이상을 치료하는 약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1989년이 돼서야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눈의 근육을 마비시켜 눈동자를 정렬하는 원리 방식의 치료법’으로 승인을 받게 된다. 

비슷한 시기인 1987년 캐나다에선 안과의사 진 캐루터스 박사가 환자의 눈꺼풀 경련 치료 중 눈가의 주름살이 일시적으로 사라지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계기로 보툴리눔 톡신의 미용 효과가 알려지기 시작했고 2002년 FDA로부터 미간에 생긴 주름을 일시적으로 개선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정식 승인을 받게 된다. 이렇게 미용 시술로써 쓰임새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됐다. 

◆ '미용'보다 '치료'에 더 쓰이는 해외 시장… 국내 기업도 적응증 확대 가속화 

보툴리툼톡신 시장 처방 목적과 적응증 비중. 자료=교보증권 레포트(2021년)

보툴리눔 톡신은 우리나라에서 미간주름 개선, 사각턱 개선(양성교근비대) 등 주로 미용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외에서는 시장의 절반 이상이 치료용으로 사용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지난 2021년 기준 약 7조3000억원에서 연평균 10% 이상 성장해 오는 2030년 약 2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시장 성장 기조와 맞물려 보툴리눔 톡신의 치료 적용 범위 역시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이미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다한증, 방광기능 장애, 편두통, 경부근 긴장 이상 등에 대한 적응증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 역시 그렇다. 현재 가장 치료 적응증 확대에 적극적인 곳은 대웅제약이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가 국내에서 획득한 치료 관련 적응증은 ▲뇌졸중 후 상지 근육 경직 ▲눈꺼풀 경련 등 두 개로, 해외에서는 미국 파트너사 이온바이오파마를 통해 ▲삽화성 만성 편두통 ▲경부근 긴장 이상 ▲위마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등 4건의 치료 적응증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젤은 지난 2010년 자사 보툴리눔 톡신 제제 ‘보툴렉스’의 눈꺼풀 경련 적응증을 미용 분야보다 먼저 허가받은 뒤 치료 적응증을 늘려오고 있다. 

현재 보툴렉스가 보유한 치료 적응증은 ▲눈꺼풀 경련 ▲뇌졸중 후 상지 근육 경직 ▲소아 뇌성마비 첨족기형 등으로 ▲과민성 방광 ▲경부근 긴장 이상 등의 적응증을 추가하기 위한 임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은 국내서 가장 많은 치료 관련 적응증을 확보하고 있다. 메디톡신이 보유한 치료 적응증은 ▲소아 뇌성마비 첨족기형 ▲경부 근 긴장 이상 ▲뇌졸중 후 상지 근육 경직 ▲눈꺼풀 경련 등이다.  

아직까지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미용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치료 목적으로의 사용이 활성화 되지는 않은 편이다. 그러나 국내와 달리 해외 시장에서는 치료 목적의 사용이 더욱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만큼 향후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보유 기업들의 치료 적응증 확대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해외 시장에서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활용은 미용보다 치료 비율이 더 높다"며 "치료 관련 적응증이 많을수록 해외 시장에선 유리하다. 미용과 치료용 수요 모두 흡수할 수 있기에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치료 적응증 확대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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