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국내 기준금리 인하 하반기 예상… 고물가 흐름 지속
다중채무자·가계부채 비율 위험 수위…'이자 부담' 커질 듯

미국 중앙은행 기준금리 인하 소식이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계대출 노출이 많은 국내 취약 차주들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지난 20년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통계. 자료=미국 노동통계청
미국 중앙은행 기준금리 인하 소식이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계대출 노출이 많은 국내 취약 차주들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지난 20년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통계. 자료=미국 노동통계청

[비즈월드]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이상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고금리·고물가 시대'가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간주되고 있다. 고금리 부담에 따른 국내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위험요소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서울 채권시장에 따르면 미국 물가 지수가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전날 기준 국내 국채 금리도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국고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10%포인트(p) 오른 3.5%, 10년물 금리는 0.09%p 오른 3.53%, 20년물 금리는 0.06%p 오른 3.47%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발표된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1%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9월 9.1% 정점을 찍고 꾸준히 하락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와 시장에서 기대한 2%대 진입은 무산된 모습이다. 

미국 CPI에 따른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은 국내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결정이 미국 중앙은행과 관계 없이 선제적으로 내려지면 국내 경기가 불안한 것이라는 금융시장 내 불안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하는 등 비교적 안정된 모습이지만 최소 올해 하반기에 이르러서야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중앙은행이 급격히 기준금리를 내린다고 해도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보면 최소 1년은 고금리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가계부채 건전성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총 8000억원 증가해 전월(2000억원 증가) 대비 증가 폭이 6000억원 확대됐다. 

황건일 신임 한국 금융통화위원은 지난 13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자리에서 "해외에서 볼 때 (우리 경제에서)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8%로 조사 대상 34개국 중 유일하게 100%를 넘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정숙(더불어민주당) 위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다중채무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가계대출 다중채무자는 450만명을 넘어섰다.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율도 1.5%로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문제는 미국이 이란 지원을 받는 예맨의 후티반군을 공습하는 등 해상 무역 체계가 흐트러지고 오는 24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년을 맞는 등 여전히 국제 정세가 불안하다는 점이다. 전쟁에 따른 고유가·고물가 장기화는 고금리 불을 지피는 주요 원인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물가 안정 위해 시장 예상보다 금리 인하 시점을 후퇴시키는 시도가 동반할 수 있다"며 "상반기로 형성된 금리인하 시점 기대가 하반기로 밀릴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양정숙 의원은 "정부는 대출수요를 자극시킬 소지가 있는 정책 상품들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며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에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와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와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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