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대웅제약·GC녹십자·네오이뮨텍·알지노믹스 등 ODD 지정 소식 잇따라
개발비 세액 공제, 허가 수수료 감면, 일정 기간 시장 내 독점권 인정 등 혜택 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대웅제약, GC녹십자, 알지노믹스, 네오이뮨텍 CI. 사진=각 사.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대웅제약, GC녹십자, 알지노믹스, 네오이뮨텍 CI. 사진=각 사.

[비즈월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들의 글로벌 심사기관 '희귀의약품 지정(Orphan Drug Designation, ODD)'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다. 

희귀의약품은 불과 얼마 전까지 낮은 유병률 등으로 인해 수익성 보장이 어렵다는 이유로 개발이 꺼려져왔으나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의학적 미충족 수요가 높은 신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며 일찍이 개발에 뛰어든 기업들의 성과가 속속 나타나는 모양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희귀의약품 지정은 희귀난치성 질환의 치료제 개발 및 허가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미국, 유럽 등 다수 국가들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마련하고 지원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경우 임상 시험에 대한 ▲개발비 세액 공제 ▲허가심사 수수료 감면 ▲미국 내 7년 간 독점적 마케팅 등 신약 개발 전반에 대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으며 유럽의약품청(EMA) 역시 ▲임상시험에 대한 과학적 조언 제공 ▲허가 수수료 감면 ▲의약품 허가 시 10년 간 독점권 인정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이와 같은 국가별 제도적 지원을 적극 활용하는 국내 기업의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달에는 대웅제약이 세계 최초 신약(First-in-class)으로 개발 중인 특발성 폐섬유증 후보물질 ‘베르시포로신’(DWN12088)이 EM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 받았다. 이보다 앞선 2019년에는 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바 있다.

베르시포로신은 PRS(Prolyl-tRNA Synthetase) 저해 항섬유화제 신약 후보물질로 콜라겐 생성에 영향을 주는 PRS 단백질 작용을 감소시켜 섬유증 원인이 되는 콜라겐의 과도한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과도하게 생성된 섬유 조직 때문에 폐가 점점 딱딱하게 굳으면서 정상 기능을 상실하는 것으로 진단 후 5년 이내 생존율이 40% 미만인 난치성 질환으로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는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들은 질병을 완전히 치료할 수 없고 부작용으로 중도 복용 포기율이 높은 실정이다. 

대웅제약은 EMA 희귀의약품 지정을 계기로 희귀질환인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신속하게 치료옵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개발에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같은 달 GC녹십자가 국내 바이오벤처 노벨파마와 공동개발 중인 '산필리포증후군 A형 치료제'도 EM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이 역시 앞선 지난해 1월 FDA로부터 희귀소아질환의약품과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바 있다.

산필리포증후군 A형은 유전자 결함으로 중추신경계에 점진적인 손상이 생기는 열성 유전 질환으로, 대부분의 환자가 15세 전후에 사망에 이르는 중증 희귀질환이다. 아직 허가받은 치료제가 없는 상태다.

GC녹십자가 공동 개발 중인 치료제는 환자의 몸 안에서 발현하지 않는 효소를 뇌실 안으로 직접 투여해 치료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GC녹십자는 노벨파마와 공동으로 임상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비슷한 시기에 네오이뮨텍의 ‘NT-I7(성분명 에프네프타킨 알파)’도 FDA로부터 췌장암 대상 희귀의약품으로 지정 받았다.

NT-I7은 체내 면역세포인 T세포를 증폭시키는 기전을 갖고 있다. 네오이뮨텍은 다양한 암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중이며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 투약해 항암 효과를 높일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췌장암은 대표적인 난치암 중 하나로 미국과 유럽에서 연간 약 14만 명이 췌장암으로 인해 사망한다. 진행성 췌장암의 경우 5년 상대 생존률이 3%에 불과한 상황이다.

네오이뮨택은 현재 췌장암 외에 교모세포종, 대장암 등 다른 암종에서도 임상시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NT-I7의 치료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지노믹스가 간세포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RZ-001(개발코드명)'도 최근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현재 RZ-001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FDA로부터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아 1/2a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대상 피험자는 간동맥색전술(TACE)에 반응하지 않는 간암 환자로 전신 치료제를 사용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대게 의약품은 우선적으로 국내 개발·출시를 거쳐 해외에 진출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환자 자체가 적어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희귀의약품의 경우 국내보다 해외 국가의 지원 혜택이 더 크고, 또 시판 허가일로부터 일정기간 글로벌 시장에서의 독점권이 인정되기에 글로벌 심사 기관으로부터의 지정에 도전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이는 최근 해외 희귀의약품 지정에 도전하는 국내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희귀의약품은 일반 신약 대비 비용이 낮고 허가 승인까지의 성공률이 높은 데다 각 국가별 심사기관이 부여하는 혜택이 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제약사들의 새로운 수익모델이 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시장 독점권을 일정 기간 보장해주는 게 가장 큰 혜택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희귀의약품으로 시장에 진입한 이후 비희귀질환 적응증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매출을 극대화한 사례도 있어 세계적으로 희귀의약품 개발에 도전하는 제약사들이 늘고 있다"며 "관련 시장 규모가 점차 커지는 만큼 국내에서도 연구개발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이를 적극 장려할 수 있는 정책들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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