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 매출 30% 달하는 대형유통사 놔두고 5%의 쿠팡 규제 나선 공정위에 역차별 논란 커져

사진=황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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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이 PB 상품을 검색 상단에 노출하는 등 공정거래법상 '자사우대' 혐의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쿠팡이 자체 PB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더 많이 노출시켰는데 이것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다는 취지다. 그러나 고물가 현상이 지속된 올해 유통업계에서 PB 상품은 대기업 등 일반 브랜드 상품(NB)과 비교해 통상 30~40% 이상 저렴하고 쿠팡보다 PB매출 비중이 최대 6배 높은 대형마트나 편의점도 PB상품을 입구부터 판매율이 높은 '골든존'에 전면 배치하는 만큼 형평성에 어긋난 역차별이라는 목소리가 유통업계와 학계에서 커지고 있다.

29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달 초 쿠팡에 PB 상품 노출 순위를 조작했다는 조사 사실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직원들이 PB 상품에 리뷰를 달아 소비자에게 상품 노출도를 높였다는 것이 요지다.

이는 지난해 참여연대가 'PB 상품 후기에 임직원 구매평이 달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공정위 신고에 따라 조사가 이뤄진 것이다. 당시 쿠팡 측은 "직원이 상품평을 남기는 건 모두 표시하고 있고, 전체 후기의 0.1% 수준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업계에선 유통기업 등이 체험단을 활용해 상품을 추천하는 것은 업계에서 통상적인 마케팅 활동이고 고물가 시기에 저렴한 PB 상품을 상위 노출하는 것이 왜 규제 대상인지 의견이 분분했다. 쿠팡은 자회사 씨피엘비(CPLB)를 통해 곰곰(식품), 탐사·코멧(생활용품) 등 다양한 브랜드의 PB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문제는 쿠팡의 PB 상품 매출이 이마트·롯데·홈플러스와 코스트코는 물론 편의점 등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PB 상품의 매출이 절대적으로 높지 않고 비중이 미미한만큼 자사우대 밀어주기로 단언하기에 근거가 빈약하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쿠팡의 지난해 PB 상품 매출은 1조3570억원으로 쿠팡 전체 매출(26조5917억원)의 5.1%에 불과하다. 쿠팡 전체 매출에서 직매입(로켓배송·로켓프레시 등) 비중이 90%를 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PB를 제외한 일반 브랜드 직매입 매출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반면 노브랜드·피코크·티스탠다드 등 수천개의 PB 브랜드를 파는 이마트의 PB 상품 매출 비중은 20%가 넘는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노브랜드는 올해 1조4000억원 수준의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피코크(최소 4000억원 이상) 등을 감안하면 올해 PB 상품 매출만 2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요리하다'를 운영하는 롯데마트(15%)와 '시그니처'의 홈플러스(10%)는 물론 '커클랜드'의 코스트코(32%)는 판매 제품 3개 중 1개가 PB 상품이다. CU·GS25·세븐일레븐 등과 같은 편의점들도 2013년부터 현재까지 매해 PB 상품 매출 비중이 20~35%다. 주요 오프라인 대형 업체의 PB 상품 매출 비중이 쿠팡보다 최대 6배 높은 셈이다.

이에 유통업계와 학계에선 주요 오프라인 대형 유통업체들이 올 들어 PB 상품을 입구부터 매출 상승도가 높은 골든존에 집중 배치했다는 점에서 온프라인과 오프라인 업체 간의 역차별 소지가 불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전국 이마트 매장의 경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노브랜드 매장이 먼저 소비자에게 노출되고, 에스컬레이터·계산대 주변 곳곳에 배치된 냉장고엔 노브랜드 냉동식품들이 줄줄이 진열돼 있다.

식품·수산·유제품 코너 등 상품이 눈에 잘 띄는 골든존 매대에도 노브랜드와 피코크 제품이 눈에 띄는 곳에 배치됐다. 최근 출시한 '피코크 밀키트'도 별도 진열대를 갖추고 판매되는 중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골든존은 일반 진열대와 비교해 매출이 4배 이상 오르는 효과가 있다"며 "특히 고물가 시대에 집중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먼저 노출하는 전략으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매년 PB 상품 매출 신기록을 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온라인 유통사가 PB 상품을 유리하게 취급해 거래 상대방(일반 브랜드나 소비자 등)을 차별한다는 시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학계에선 같은 논리라면 대형마트 골든존에 배치돼야 할 시장점유율 50% 이상의 인기 일반 브랜드 제품들도 진열 차별을 받는 것이고, 이에 따라 소비자 피해가 존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던진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의 이선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온라인에서 PB상품을 검색 최상단에 노출하는 것은 대형마트가 PB 상품을 입구 매대에 진열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온라인만 규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또 대형마트 PB 상품 매출 비중은 20%를 웃돌지만 주요 온라인 쇼핑몰은 비중이 한자리"라고 지적했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올해 열린 유통학회 컨퍼런스에서 "오프라인 대형마트도 자사 PB 상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신산업인 온라인 기업에 대해 과도한 규제가 적용되는 것은 문제"라며 "미국에서 유사한 법안이 발의됐다가 모두 폐기 수순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조사에 따라 인기 브랜드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쿠팡 PB 상품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쿠팡 가격추적앱 '역대가'에 따르면 고추장·된장·두부·우유 등 쿠팡 PB 베스트 상품 43종의 지난 3분기 가격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1% 하락했다. 같은 기간 통계청에서 집계한 가공식품 품목 43개의 상승률은 6.7%였다.

반면 대형마트 PB 상품은 가격이 크게 인상됐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은 올해 10월 기준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의 PB 가공식품 742개 중 327개(44.1%)가 지난해보다 값이 올랐다고 밝힌 바 있다.

[비즈월드=황재용 기자 / hsoul38@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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