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KB국민은행 고객센터(콜센터) 상담사 전원 고용 승계가 결정됐다."

KB국민은행 대전지역 234명 콜센터 직원들이 지난 14일 대규모 해고를 면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0월 AI(인공지능) 상담과 대면상담이 늘어 콜이 줄었다는 이유로 용역 6개 업체 계약을 4개로 축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콜센터 직원과 노동계·정치권 인사들이 부당해고를 연일 주장하면서 결국 고용 승계(복직) 결정이 내려졌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콜센터 직원들이 업계 내에서 성과급 배제와 휴게 시간 차등 등 차별 취급을 받아왔지만 AI로 인한 해고 결정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콜센터 상담사들은 "일어날 수밖에 없던 일"이라고 진단한다. 인공지능 서비스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상담사로 넘어오기 전에 처리되는 업무가 많아졌다. 단순 대응 업무뿐만 아니라 내용 검토·요약·리뷰까지 AI가 처리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특히 콜센터 직원은 직접 고용이 아닌 원-하청 구조 아래 놓여 '전환'의 위기를 더 쉽게 맞는다. 은행 입장에서는 계약 해지일뿐 법적으로 책임질 부분이 없는 만큼 콜센터 인력을 줄이는 것이 정규직 직원 해고에 비해 훨씬 자유롭다.

AI 은행 인력 대체가 단순 계약 직원만의 문제로 보기도 어렵다. 은행들이 인공지능 가상 은행원, 인공지능 업무자동화 시스템을 속속 구축하면서 불가능할 것이라 여겨졌던 업무도 대체 가능하도록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강민국 의원(국민의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 희망퇴직 4312명을 받았으며 이는 지난 2018년(2573명) 대비 67.5% 증가한 수치다. 반면 은행 신입사원 공채 규모는 2018년 3121명에서 지난해 1662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인력 규모 감축 움직임에는 은행 채용비리, 점포 축소 등 다양한 사정이 얽혀있지만 은행 관계자들은 시스템 고도화에 따라 필요 인력도 줄었다는 점도 원인으로 주장한다. 인공지능 발전 속도가 더 빨라지면 AI의 기존 인력 대체 속도도 가팔라질 수 있다.

이번 KB국민은행 콜센터 직원 해고를 두고 여론은 좋지 않은 편이다. 인공지능 상담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상담사에게 연결도 하기 전에 해결됐다고 끊어지는 경우나 복잡한 파생상품 설명이 어려운 경우, 어조가 부정확해 알아듣기 힘든 경우 등이 불만으로 제기됐다. 

콜센터를 비롯한 취약한 노동환경에 처한 이들이 해고 위기의 최전선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인공지능은 의사·회계사 등도 대체할 수 있을만큼 분석 업무에 특히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이른바 '뒤탈 없는' 인력 물갈이가 더 많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

최상규 기자
최상규 기자

기존 직원 일자리 대체도 신입 채용 축소, 희망퇴직 확대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진행할 확률이 높아 투명한 절차 이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 일자리를 AI가 대체할 수 있을까? 일부 업무에서 대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 일자리를 AI가 대체해야 하는가? 아직 기준도 명분도 절차도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현 상황에선 이르다고 판단한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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