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어느 아파트가 좋나요?” “브랜드 아파트는 확실히 품질이 다른가요?”

기자가 건설사 출입을 시작하게 된 뒤 가장 많이 듣고 있는 질문이다. 많이 들을 수밖에 없는 질문이기도 하고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기도 하다.

아파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거 형태다. 또 도시 사람들은 대부분 아파트에 살고 있다. 이에 건설사 출입 기자라고 하니 으레 이런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기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아파트 브랜드가 품질을 결정한다기보다는 전자기기·자동차를 구매할 때와 같이 ‘뽑기 운’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내가 살게 될 집을 작업한 근로자가 숙련공인지 미숙련공인지 알 수 없다고. 또 감독체계가 아파트 모든 세대를 관리·감리할 수 없는 만큼 타 세대보다 부실한 세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단 설계와 조경, 편의시설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답변을 들은 질문자는 대개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을 짓는다. 속 시원한 답을 얻지 못해서다. 이때 기자의 추가 설명이 붙는다. 확실한 것은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포털에 ‘건설사 하자율’, ‘아파트 하자율’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면 정부가 발표하는 자료가 나온다고. 어떤 건설사가 하자율이 높은지 확인할 수 있느니 참고할 수 있을 거라고.

우리나라에서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환상이 시작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2000년대 초반 즈음해서 아파트에 상표를 입힌 브랜드 아파트가 나오기 시작했다. 브랜드를 붙인 아파트가 불티나게 분양되고 가격까지 오르기 시작하자 건설사는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아파트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소비자들도 브랜드에 열광했다. 상표가 없던 구축 아파트 주민들은 '우리 아파트도 브랜드를 붙여달라'며 들고 일어섰다.

브랜드 아파트는 소비자에게 환상을 심어줬고 건설사에는 이익을 가져다줬다. 그렇게 브랜드 아파트 공화국이 탄생했다.

그렇다면 브랜드 아파트는 그렇지 않은 아파트와 무엇이 다를까? 앞서 언급했듯 설계와 조경, 편의시설의 차이는 클 수 있다. 단 그만큼 혹은 본인이 사용할 이상으로 커다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

아파트의 기초이자 핵심 재료는 콘크리트와 철근이다. 1군 건설사가 지은 브랜드 아파트라고 해서 중소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보다 특별한 콘크리트와 철근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층간소음의 경우도 윗집 주민을 잘 만나야지 브랜드 아파트라고 별다른 것 없다는 이야기가 커뮤니티의 중론이다.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깨지는 상황이다. 10대 건설사에 이름을 올린 건설사들에서 업계를 뒤흔드는 커다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건설인력 고령화와 늘어나는 외국인 근로자도 품질 저하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 중견사 관계자는 1군 건설사보다 더 좋은 자재를 적용하고 저렴하게 분양하더라도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더 선호하기 때문에 신규 사업 수주가 어렵다고 했다.

나영찬 기자.

우리나라에서 브랜드 아파트가 인기인 것은 명품과 이름값을 좋아하는 국민적 취향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

‘너 어디서 사니’라는 질문에 자랑스레 대답하기 위해서거나 타인과 계급을 나누기 위한 옹졸함을 위해 브랜드 아파트를 선택한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다.

브랜드 아파트라는 환상을 좇기보다는 보금자리라는 본연 가치에 더 비중을 두고 집을 선택하면 어떨까.

[비즈월드=나영찬 기자 / na@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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