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한국로슈진단이 업계 최초 '구독 모델'을 선보이며 병리 진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기존 병리 진단의 한계를 디지털 병리로 극복하며 의료 분야 발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 업계 안팎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병리 진단은 환자의 조직 및 세포에 각종 검사를 시행해 최종 진단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환자의 치료 방침을 결정하고 예후를 판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통적인 병리 진단은 검체를 유리 슬라이드에 얹어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방식이다. 조직 채취부터 판독까지 총 11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과정이 길고 복잡한 동시에 조직·세포 검체 유리 슬라이드 등은 의무 기록과 같은 자료로 취급된다. 즉 병리 검사가 많을수록 유리 슬라이드 보관·관리·재검색에 수많은 인력과 공간이 필요한 실정이다.

디지털 병리는 디지털 스캐너를 이용해 병리학적 슬라이드를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해 저장하고 그 이미지를 병리학적 진단에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병리 검사를 위해 제작된 유리 슬라이드를 초고화질로 스캔해 이미지화 하고 이를 모니터로 확인해 진단한다.

디지털 병리의 가장 큰 특징은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정량, 계측 분석 및 컴퓨터 보조 진단 등의 병리 진단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네트워크를 이용해 다른 장소에 위치한 전문가와 디지털 영상을 공유하는 원격 병리도 가능하다.

디지털 병리는 현미경이 아닌 모니터 등의 영상 표시 장치를 통해 1차 진단하는 전체 슬라이드 영상(whole slide imaging, WSI) 진단, 네트워크를 이용해 다른 장소에 위치한 전문가와 디지털 영상을 공유하거나 소견을 얻는 원격 병리(telepathology),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를 토대로 하는 정량 및 계측 분석부터 컴퓨터 보조 진단까지 디지털 영상을 이용해 이뤄지는 병리 진단의 여러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이런 디지털 병리가 전통적인 병리 진단을 대체하고 있다. 작업 흐름의 효율성을 개선하고 검사에 따른 소요 시간을 감소시키며 시공간의 제약 없이 환자 진단을 할 수 있다는 유용성 덕분이다. 

특히 디지털 병리에 인공지능(AI)를 접목하면 환자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 환자 맞춤형 정밀의료를 가능케 한다. 사람의 실수로 인한 시료 오염 및 전환도 방지할 수 있어 환자 안전 부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디지털 병리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병리 이미지를 저장하고 관리해 전문가 간의 더 쉽고 빠른 상담을 유도하고 고해상도 디지털 이미지를 데이터로 영구적으로 저장함으로써 유리 슬라이드의 변색, 손상, 시간 경과에 따른 손실의 위험도 제거된다.

향후 의료기관 간 디지털 영상 공유 시스템이 발전하면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될 때 추가 슬라이드 제작 및 중복 검사에 따른 의료비도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병리 전문의가 부족한 국내에서는 디지털 병리의 업무 효율과 생산성이 그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이에 글로벌 디지털 병리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자료를 보면 글로벌 디지털 병리 시장은 2026년까지 연평균 10% 이상 성장해 약 12억7764만 달러(한화 약 1조5359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직 초기 비용이 막대하다는 단점이 존재해 국내에서는 디지털 병리 시장이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로 서버 구축 비용과 초기 세팅 비용이 너무 높은 데 비해 제도적 지원도 없어 국내 보급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여러 대학병원이 디지털 병리로 1차 진단을 시작하고 있지만 아직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을 완전 대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병리 진단 업무에서 디지털 전환이 부분적으로만 이뤄질 경우 전체적인 업무 흐름 개선이 어렵다는 점 역시 디지털 병리 보급의 걸림돌이다.

현재 디지털 병리가 새로운 의료 행위로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검사 후 환자에게 제공되는 것은 병리 결과일 뿐 검사 과정은 병원이 디지털로 하든 아날로그 방식으로 하든 병원 내부에서 해결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한국로슈진단이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업계 최초로 다학제 진료, 빅데이터를 통한 AI 연구개발 등 병원 또는 연구기관이 원하는 목적에 맞게 일정 기간 동안 디지털 병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단순한 장비 구독이 아닌 조직 염색과 스캐닝부터 알고리즘 분석까지 병리 진단의 전 과정에 걸쳐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대상으로 한다. 높은 초기 비용을 감안한 월 구독 형태가 특징이다.

한국로슈진단의 서비스는 디지털 스캐너(VENTANA DP) 장비와 분석 소프트웨어(uPath Enterprise software) 등으로 구성돼 있다. 디지털 스캐너는 환자의 염색된 조직 검체를 이미지로 빠르게 생성해 수작업이 많은 병리 업무를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BIF, TIF 파일 형식 외에도 DICOM 파일 형식도 가능하다.

소프트웨어는 디지털 스캐너를 통해 만들어진 영상 이미지를 사용자가 웹에 접속해 확인하고 진단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고해상도의 전체 슬라이드 이미지를 빠르게 로딩하고 처리할 수 있고 최근 디지털 병리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는 분석 알고리즘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제주한라병원이 이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다. 한국로슈진단은 디지털 병리 장비 및 소프트웨어를 이 병원에 향후 5년간 제공한다. 한국로슈진단은 이 병원 외에도 다수 병원과 구독 서비스 제공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로슈진단 관계자는 "진단 분야 업계 리더인 로슈진단의 뛰어난 스캐닝 기술과 표준화 된 알고리즘 분석·보관 기능의 강점을 구독 모델이라는 새로운 서비스 방식으로 선뵀다. 앞으로 디지털 병리 보급화에 더욱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비즈월드=황재용 기자 / hsoul38@bizw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