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장난’으로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한국필립모리스

[비즈월드] "본 제품은 만 19세 이상 성인을 위한 제품으로 무해하지 않습니다."

이 말은 담배회사 한국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광고하는 문구 중 하나다. 오랜 기간 사용됐지만 이 문구를 볼 때마다 '무해하지 않은' 생각이 들어 결코 '유해하지 않을' 한 마디를 남긴다.

무해(無害)라는 말은 '해로움이 없음'이라는 뜻을 가진 명사다. 반대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유해(有害)'다. '무해하지 않습니다'라는 말은 어법이나 표현이 틀린 말이 아니지만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다. 유해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요소를 갖고 있지만 더 쉽고 빠르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필립모리스가 이 말은 쓰는 것은 마케팅 때문이다. 담배회사 간 전자담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필립모리스가 자신의 제품을 차별화 하기 위해 강조하는 표현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담배회사들의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젊은 층은 물론 궐련 흡연자들을 전자담배로 전환시키고 담배에 늘 따라다니는 유해성 논란에 맞서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궐련보다 낮다는 점을 적극 알려야 하는 상황이라 경쟁에 불이 붙을 수밖에 없다.

필립모리스도 마찬가지다.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보이며 전자담배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는 한국 시장이 매우 중요한 만큼 태우지 않고 가열하는 방식의 전자담배가 흡연의 유해성을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광고와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또 이들은 지난 2020년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아이코스를 '위험저감 담배제품(Modified Risk Tobacco Product, 이하 MRTP)'으로 마케팅 허가를 받았다. FDA의 MRTP로 허가를 받은 최초이자 유일한 제품이라는 점을 광고에 활용하기 위해 무해하지 않다는 문구가 나오게 된 셈이다.

문제는 이 광고 문구가 말장난에 불과한 꼼수라는 사실이다. 먼저 이 표현은 오해의 소지가 크다. ‘무해하지 않다’라는 말은 사람들이 흔히 쓰지 않는 표현이다. 혼란을 일으킬 여지가 존재하고 언뜻, 사람들에게 ‘무해하다’는 뜻으로 잘못 전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할 수도 있다.

더욱이 전자담배를 포함한 담배는 기호식품이지만 성인에게만 허락되는 유해 품목이다. 특히 전자담배의 유해성은 앞서 말한대로 '제로(0)'가 아니다. 필립모리스 역시 아이코스가 궐련에 비해 평균 5~10% 수준의 유해물질만을 배출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여러 연구와 담배회사들의 노력으로 전자담배가 궐련보다 덜 유해한 것은 맞지만 여전히 유해성을 포함하고 있어 광고 문구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필립모리스는 담배 광고를 누구나 볼 수 있다는 점도 간과했다. 편의점 등 담배를 판매하는 곳에는 수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출입이 이뤄진다. 모호한 표현으로 이들을 잠재 흡연층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기사와 기사 내 사진 속에도 이 문구가 버젓이 들어가는 것도 필립모리스는 깨닫지 못했다.

필립모리스가 담배의 유해성을 줄이고 담배 연기 없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은 존중한다. 국내에서 경쟁을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여야 한다는 점 역시 분명 인정한다. 그렇지만 담배는 아직 유해성이 존재하고 이를 감추기 위해 말장난을 하는 마케팅 꼼수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소비자를 위해 더이상 이런 말장난이 나오지 않길 바란다.  

[비즈월드=황재용 기자 / hsoul38@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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