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최근 산업계에서 '도용'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논란이 되는 만큼 업계와 대중의 의견이 갈리는데 섣부른 판단을 가급적 자제할 필요가 있다. 또 정부의 더 세심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산업계에서는 도용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롯데그룹이 신사업 육성을 위해 설립한 롯데헬스케어가 스타트업 알고케어와 기술 아이디어 도용 논란에 휘말렸고 카카오헬스케어 역시 닥터다이어리와 비슷한 서비스로 지난달부터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엔씨소프트가 '리니지2M' 저작권 침해와 관련해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에 법적 대응을 시작했다. 엔씨는 이들의 신작인 '아키에이지 워'에서 리니지2M의 콘텐츠와 시스템이 유사한 점을 확인,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소장(민사)을 법원에 접수했다.

이런 도용 논란이 시작되면 사실 확인과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양측 모두 큰 어려움을 겪는다. 도용을 했거나 자신만의 아이디어라는 점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고 분쟁 해결을 위해 정부, 특허심판원이나 법원 등이 판단을 내릴 때까지 지루한 싸움을 버텨야 한다.

논란에 휩싸인 주체가 대기업과 스타트업인 경우에는 그 고생이 더욱 심하다. 양쪽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금전적 손해를 보는 것은 물론 회사 평판 훼손이 심각해지고 향후 파트너십이나 업계 내 협력 체계 구축에도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스타트업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이 대기업에 맞서야 하고 논란 이후의 시장 내 후폭풍에도 대비해야 한다. 대기업은 '측은지심(惻隱之心)'에서 시작되는 대중의 약자 편들기를 감수해야 하고 이에 따라 적극적인 소명 등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을 참아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업계 안팎과 대중은 도용 논란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모두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는 회사다. 당연히 이들은 소비자가 가장 원하고 트렌드에 맞는 아이템을 준비한다. 이에 비슷한 상품이나 유사한 방식의 서비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우선 이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미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된 '오픈 이노베이션'도 고려해야 한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협업하는 사례가 늘면서 유사 아이디어 논란 사례가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어느 한쪽이 자신의 기술이나 서비스를 확대 해석해 도용 논란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하면 안된다.

도용 논란시 정부의 객관적이면서도 적극적인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특허심판원, 기술분쟁조정 등 다양한 대안이 마련돼 있지만 특허와 지식재산권(IP)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분쟁 해결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도용 논란 발생 시 객관성을 전제로 원활한 소통을 하며 이를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도용한 주체에 더 강력한 처벌을 내릴 수 있는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

사업을 추진하면서 도용 논란은 결코 피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러나 논란이 생겼다면 양측의 입장을 모두 수렴하고 현명하게 그 논란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비즈월드=황재용 기자 / hsoul38@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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