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환경 급변하지만 '시청각 약자' 위한 시스템은 미흡
넷플릭스 '폐쇄자막' 등 다양한 지원 서비스와 투자 이어가

[비즈월드] 소비 트렌드가 급변하면서 '공정'과 '착한 소비'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각 기업들은 이 상황에 맞춰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 지배구조)'에 무게를 두고 많은 얘기를 쏟아내고 있다. 이에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정성'이 담긴 다양한 기업의 활동과 아이템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넷플릭스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시청각 약자'를 위한 '진정성'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시청각 약자'를 위한 '진정성'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VOD 및 OTT를 중심으로 미디어 환경이 급격히 재편되는 가운데 장애인을 비롯한 시청각 약자들도 쉽게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배리어 프리(Barrier-Free)'의 중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관련 기업 중 OTT와 미디어 시장을 선도하는 넷플릭스가 배리어 프리에 진심을 다하고 있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시청각 약자를 위한 콘텐츠 시청 환경은 매우 미흡한 편이다. 발 빠르게 관련 법령을 마련하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실정은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례로 미국은 VOD 장애인 방송 접근권이 의무화 돼 모든 온라인 방송에 자막을 넣어야 하고 영국은 모든 ODPS(OTT 포함하는 주문형 비실시간 동영상 콘텐츠) 사업자에게 자막 제공 의무를 부과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장애인 VOD 방송 접근권 관련 규정이 없다. 자막뿐만 아니라 화면 해설이나 수어 제공 의무도 없는 상황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20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국내 모든 유료 방송사업자의 VOD 보유 편 수가 크게 증가했으나 장애인용 VOD 보유 편 수는 대부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청자미디어재단의 폐쇄자막(CC) 사고 확인 내역을 살펴보면 2019년 5월부터 2020년 9월까지 폐쇄자막 송출 중단 방송사고는 21건에 달했다. 폐쇄자막 방송사고는 송출이 잠시 지연되거나 오타가 발생하는 수준이 아니라 방송 자체에 자막이 나오지 않은 사고를 말한다. 21건의 사고 중 50분 이상 자막이 송출되지 않은 사고만 16건이나 됐다.

2019년 국내에서 상영된 한국 영화 199편 가운데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으로 장애인을 위한 한글 자막과 화면 해설이 제작된 영화도 30여 편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일부 스크린에서만 제공됐으며 정부가 장애인 영화 관람 지원 사업을 2005년부터 시작했지만 이를 이용하려면 지정된 극장, 날짜, 시간 등 극소수의 영화를 볼 수밖에 없다.

지상파 3사 뉴스에 수어 통역이 도입된 것도 2020년 하반기다. 2020년 5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청각 장애인 시청자의 방송 접근권 보장을 위해 지상파 3사 메인 뉴스가 수어 통역을 제공하도록 권고함에 따라 지상파 3사가 이를 수용해 수어 통역이 도입됐다.

 

넷플릭스는 '폐쇄자막'과 '오디오 화면 해설' 등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시청각 약자를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는 '폐쇄자막'과 '오디오 화면 해설' 등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시청각 약자를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이런 환경에서 혼자 빛나고 있다. 폐쇄자막 등 시청각 약자를 위한 다양한 지원 서비스와 투자를 이어가면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넷플리스는 190여개 국가에서 국가와 언어를 넘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 만큼 수준 높은 오디오 화면 해설과 폐쇄자막 서비스는 물론 앱과 웹사이트에 이르기까지 서비스 전반에 걸쳐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기능을 적용하고 있다.

그중 '오디오 화면 해설'이 있다. 이 기능은 ▲동작 ▲표정 ▲의상 ▲배경 ▲장면 전환 등을 비롯해 화면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음성으로 자세히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 넷플릭스는 완성도 높은 해설 제작을 위해 별도의 대본을 만들고 숙련된 성우에게 더빙을 맡기고 있다.

'TTS(text-to-speech) 호환'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텍스트 음성 변환 기술로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에서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기능이다. 시각 장애인뿐만 아니라 화면의 텍스트를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더욱 쉽게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입됐다. 이 프로그램은 iOS와 안드로이드에서 모두 이용 가능하고 iOS의 경우 한국어를 포함한 37개 언어로 지원된다.

특히 폐쇄자막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청각 장애인을 위해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등 대화뿐만 아니라 모든 음성 내용을 문자로 표시하는 서비스다. 한국을 비롯한 모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에 폐쇄자막이 기본으로 나타난다.

이와 함께 넷플릭스는 다양한 기술로 콘텐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에도 다양한 언어를 통한 오디오 화면 해설을 제공 중이며 2023년까지 제공 언어를 꾸준히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넷플릭스는 지난 2017년 미국 시각장애인 협회(American Foundation for the Blind)로부터 구글, 시각 장애인을 포용하는 디자인으로 잘 알려진 건축가 크리스 다우니(Chris Downey)와 함께 '헬렌 켈러 어워드'를 수상했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가 펴낸 '2022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도 주요 OTT 가운데 배리어 프리 콘텐츠 제공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소개됐다.

헤더 다우디(Heather Dowdy) 넷플릭스 엑세서빌리티 디렉터는 "국경과 언어는 물론 장애 유무를 넘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를 위해 넷플릭스는 최고 수준의 배리어 프리 기능을 선보이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를 실현하는 콘텐츠 및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비즈월드=황재용 기자 / hsoul38@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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