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최근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 EQE 350에서 화재가 발생해 해당 차량은 전소됐고, 주변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들과 주차장이 있던 아파트의 주민들까지 피해를 입으면서 전기차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화재 차량에 사용된 배터리는 과거에도 화재 위험성으로 인해 중국에서조차 리콜됐던 중국 파라시스(PARASIS)의 배터리가 탑재되어 있었다.
파라시스의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을 양극재로 사용하는 NCM 배터리이다. 주행 거리는 길지만, 안정성 면에서는 다소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벤츠는 지난 2017년부터 파라시스로부터 배터리셀을 공급받아서 EQE 모델뿐만 아니라 EQA, EQB 모델에도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국산 전기차 배터리가 무조건 안전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 국내 전기차 배터리로 인한 화재는 충남 금산에서 기아의 EV6 전기차가 충전 중에 화재가 발생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차량은 국산 배터리를 사용했으며 과충전 여부를 포함한 정확한 화재 원인을 현재도 조사 중이다.
이처럼 국내 전기차 화재사고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총 102건이 발생했다. 그중 고전압 배터리 화재 사고가 증가 추세에 있다. 이런 사고들은 배터리 셀 결함과 조립 과정의 문제, 외부 요인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을 말한다.
현재 경찰과 소방당국이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의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에 있지만, 이번 화재의 원인으로 배터리 결함을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벤츠코리아에 특별 점검을 권고했고, 벤츠 본사도 이번 사건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제조사 차원의 움직임은 없는 것이 아쉽다.
특히 아직까지 차량 화재 원인에 대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지만 구렁이 담 넘어가듯 '소비자의 과실'이라고 결론이 내려질까하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차량급발진, 주행 또는 정차 중 화재 등과 같은 차량의 원인 미상으로 인한 사고에 대해 '소비자 과실'이라는 결론이 내려지면서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전기차의 배터리로 인한 화재사고는 이전에도 몇몇 사례가 주목을 받은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피해를 입힌 적은 처음이다. 이로 인해 국토교통부는 전기차 배터리 정보를 소비자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전기차 제조사들은 차량의 크기, 무게, 최대출력, 전비, 배터리 용량 등은 안내하지만, 배터리 제조사나 제품명 등 상세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배터리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는 사항이기도 하다. 배터리 정보의 공개를 통해 배터리의 품질과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고, 정보가 공개 됐을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소재도 명확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전기차 제조사들이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할 예정이며, 미국 일부 주에서도 배터리 정보 제공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제조사들이 영업기밀 보호를 이유로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는 데 너무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국토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내년 2월부터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를 시행할 예정이며, 올해 하반기부터 자동차 안전도 평가에 배터리 안전 기능 관련 항목을 추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제조사들의 책임을 좀 더 강화해 소비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방안이 도출되기를 바란다.
더욱이 비전문가인 소비자가 차량의 결함이 소비자 과실이 아님을 밝혀야 하는 국내법을 차량의 결함 여부를 제조사의 책임이 없음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반드시 변경해야 한다.
이와 함께 차량의 결함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을 때 높은 배상을 하게 함으로써 책임을 제조사에게 지우게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즈월드=손진석 기자 / son76153@empa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