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LG는 미래 먹거리 발굴 등 신사업에 집중
쿠팡은 알리 등 중국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사진=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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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현대차그룹과 LG그룹 그리고 쿠팡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지난 27일 서로 다른 투자 계획을 발표해 산업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같은 날 투자 계획을 발표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3개사의 투자 사례를 소개한 가운데 같은 듯 다른 방향에 이목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산업계에서는 대외적인 불확실성과 거시경제 변동성 속에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의 투자 계획이 미래 먹거리 발굴과 수출을 늘리는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와 달리 무료 배송 확대를 늘리는 쿠팡은 상생을 기반으로 중국 알리 익스프레스 등 '차이나 커머스'의 공습에 맞선 '생존' 전략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29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026년까지 68조원을 3년간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올해부터 2026년 말까지 연평균 22조7000억원 가량을 투자한다는 것.

현대차는 2030년까지 전기차 제품을 31종으로 늘리고 국내 전기차 생산량을 연간 151만대(수출 92만대)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는 8만명을 채용하고 그중 4만4000명을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SDV), 탄소중립 실현 등 신산업에 투입한다. 

현대차의 투자는 변화하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현대차는 2022년에 이어 지난해도 2년 연속 글로벌 완성차 그룹 판매량 3위에 오르면서 글로벌 톱3를 굳혔다.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 합산 판매 대수가 730만4000대에 달해 2위 폭스바겐(924만대)과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분야 점유율은 완성차만큼 높지 않다. 글로벌 전기차 통계 사이트 클린테크니카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미국 테슬라(180만대)가 19.1%로 1위였다. 중국 BYD(16.5%)와 상하이자동차(SAIC), 폭스바겐 볼보 등이 톱5 기업이다. 이에 현대차는 새로운 먹거리인 전기차 사업에 투자를 끌어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LG그룹도 같은 날 2028년까지 5년간 1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LG의 글로벌 총 투자 규모의 65%다. LG는 AI,바이오, 클린테크와 같은 미래 기술과 배터리, 자동차 부품,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국내에 절반의 투자금을 넣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투자 재원의 55%가 국내 핵심 소재 연구개발과 스마트 팩토리 등에 투입된다.

LG그룹의 이번 투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선점하기 위한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함이다. 핵심 신사업 중 하나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연간 매출 33조원, 영업이익 2조원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최근 중국 경쟁자인 CATL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어 확실한 경쟁 우위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적자를 지속하고 있고 LG전자는 지난해 최대 매출액인 84조원대를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0.1% 줄었다. 이에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사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성과를 내는 단단한 사업 구조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이들과 다르게 쿠팡의 투자는 생존 전략으로 분석된다. 쿠팡은 2026년까지 약 3조원 이상을 투자해 경상북도 김천과 충북 제천, 대전·울산·광주 등 전국 8개 지역에 물류센터를 건립해 고용을 확대하고, 2027년까지 전국민 5000만 무료 로켓배송 시대를 열 계획이다.

알리바바가 최근 국내 시장에 3년간 1조4400억원(11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여기에 두 배 이상의 규모로 '맞불'을 놓은 셈이다. 알리의 지난달 월간 사용자 수는 818만명으로 전년 동월(355만명) 대비 130% 성장했고 중국발 직구 금액 역시 가파르게 상증 중이다. 쿠팡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상생 기반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 유통 시장 장악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관련 업계에서도 알리바바 등 중국 공습을 막을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알리의 시가총액은 485조원(홍콩·뉴욕 증시 합산)으로 쿠팡(42조원)의 10배 이상이며 지난해 영업이익(23조원)도 쿠팡(6174억원)의 38배에 달할 정도로 자금력이 높은 만큼 쿠팡이 선제적인 전략을 전개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LG그룹의 투자는 더 많은 수익과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한 방책이라면 쿠팡의 투자는 밀려드는 중국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월드=황재용 기자 / hsoul38@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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