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갈등 봉합 등 조직 정상화와 상속세 재원 마련 관건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한미약품

[비즈월드] 지난 1월 12일 '한미-OCI그룹 통합' 발표 후 약 77일 동안 이어진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다. 주주들이 그간 통합을 반대해오던 창업주의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다. 

이로써 OCI와의 통합은 무산됐다. 길다면 길었고, 짧다면 짧았던 공방전 역시 막을 내리게 됐지만 진짜는 지금부터다.

내부 갈등 봉합을 통한 조직 정상화, 상속세 납부 재원 마련은 물론 그간 주주들에게 공언해온 한미그룹의 비전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발빠른 행보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한미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형제 측이 주주제안한 본인 2명 포함 사내이사 5명이 모두 선임됐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 측이 올린 사내이사 6명은 선임되지 못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진 9명 가운데 형제 측 인사가 5명으로 과반을 차지하게 되면서 경영권은 사실상 형제 측이 장악하게 됐다. 이들과 경영권 갈등을 빚었던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대주주로 남게 됐다.

주총 이후 OCI홀딩스가 입장문을 통해 통합 중단을 알린 만큼 조만간 취소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이지만, 두 형제가 본격적인 경영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선 산적된 과제에 대한 해결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최우선 과제로는 빠른 내부 갈등 봉합과 상속세 납부 재원 마련이 꼽힌다. 

가장 먼저 업계에선 당장 그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한미 내부 타격 복구와 대주주인 모녀와의 관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미그룹의 이미지 회복과 모녀 측을 지지했던 그룹 내 주요 경영진 등 내부 임원들과의 관계 재정립 등도 문제로 여겨지고 있지만 사실 가장 큰 부담으로 꼽히는 건 송영숙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이사 임기가 앞으로 2년이 더 남아있다는 점이다.

한미사이언스 이사 9명 중 4명도 앞서 경영권을 쥐고 있던 송 회장 측 인물인 만큼 '불편한 동거'는 최소한 송 회장의 이사 임기가 끝나는 2026년 3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또 앞으로 한미그룹의 성장을 위해선 후계자로 지정된 임주현 부회장과의 협력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가족 간 관계 개선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듯 주총 직후 한미사이언스 이사 자리에 오른 임종윤 이사는 "어머니와 여동생은 이번 계기로 크게 실망하셨을 수도 있지만, 저는 같이 가기를 원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분쟁의 시발점이 된 상속세 문제도 해결이 필요하다. OCI와의 통합 추진에는 지난 2020년 8월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타계 후 부과된 5400억원 상당의 상속세 재원 마련 목적도 있었다. 한미그룹 오너일가는 임 회장의 별세 후 세 차례 가량 상속세를 냈지만 약 2000억원 규모의 미납금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결할 방법은 형제 측이 주총에 앞서 밝힌 한미그룹 운영 계획의 실현과도 연관된다. 당시 두 형제는 한미약품 시가총액 200조원 도약 등의 비전 실현을 위해 투자금 1조원을 유치하겠다는 것을 공언했다.

이에 대해 모녀 측은 해외 자본의 유입 가능성을 제기했는데, 형제 측은 즉시 반박문을 통해 “어떤 근거에 의해 회사를 해외 투기자본에 넘긴다고 단정하는지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자금의 출처나 마련 계획을 밝히진 않은 상황이다.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에 대해 "매도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도 입장을 명확히 한 만큼 지분 매각을 하지 않고도 상속세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신뢰성 있는 출처를 통해 자본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결국 임종윤·종훈 이사가 이번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였던 소액주주들의 선택을 받은 만큼 주총에 앞서 공언한 비전을 지키기 위해 여러모로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임종윤·종훈 형제가 이끌어 갈 앞으로의 한미그룹이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 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는 주총 직후 "한미사이언스에 대한 브랜드 다시 확립해서 긴급하게 복구할 예정”이라 강조하며 “어머니와 여동생과도 함께 하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형과 함께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자리에 오른 임종훈 이사 역시 "한미의 역사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며 "앞으로 가족들이 다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회사 발전에 집중하며 겸손한 모습으로 커 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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