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손실 심화에 좌초…자동차 수리·부품유통업체가 인수 예정
바뀐 주류트렌드에 급감한 수요…업계 불황 당분간 지속 전망도

제주맥주 로고. 사진=제주맥주
제주맥주 로고. 사진=제주맥주

[비즈월드] 수제맥주 업계 1호 상장사 '제주맥주'의 경영권이 매각됐다. 업계 최초로 코스닥 상장을 이루며 토종 수제맥주의 상징적인 존재로 여겨졌지만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빠르게 변화한 주류 트렌드 등 시장 축소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결국 경영권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최근 맥주 소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고, 특히 수제맥주 기업들의 영업 손실 심화가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업계 전체에 파장이 예상된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맥주는 최대 주주인 엠비에이치홀딩스와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이사가 보유한 주식 864만주와 경영권을 1주당 1175원, 총 101억5600만원에 더블에이치엠에 매각하기로 했다.  

더블에이치엠은 자동차 수리·부품유통업체로, 이번 계약에 따라 매매대금의 10%인 10억원을 계약금으로 엠비에이치홀딩스에 지급했고, 중도금 51억원은 오는 4월 15일, 잔금 41억원은 임시주주총회 개최일인 5월 8일 하루 전까지 납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제주맥주 경영권은 5월 8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잔금 지급과 동시에 더블에이치엠이 지정한 이사, 감사를 선임한 후 더블에이치엠에 이전된다. 

지난 2015년 설립된 제주맥주는 2017년 대표 제품 '제주 위트에일'을 론칭하며 수제맥주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후 2021년 국내 수제맥주 업체 중 처음으로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며 그동안 수제맥주 업계의 성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상장 당시 정점을 찍었던 실적은 곧바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영업손실이 증가세를 보였다. 상장 이전인 2019년 95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은 2020년 44억원으로 개선되는 듯 했다. 하지만 상장 당해 년도인 2021년에는 72억원으로 다시 불어났고 2022년에는 결국 100억원을 넘은 116억원에 달했다. 법인 설립 2년차였던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누적 적자만 421억원에 이르렀다. 

지난해에는 10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소폭 개선된 모습을 보였지만 2년 연속 100억원을 넘어선 영업손실 규모에 매출 감소가 더해지면서 수익성 악화의 늪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이는 최근 전체적인 맥주 소비가 줄고 있는 데다 수제맥주 열풍이 꺾인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이후 혼술·홈술 문화로 주류 트렌드가 바뀌었고, 그의 영향으로 최근 위스키, 하이볼 등 기타 주류를 찾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체적인 맥주 소비가 급격히 떨어졌다. 

실제로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맥주 수입량은 1만4295t(톤)으로 1만9924t이 수입됐던 전년 대비 28.3% 줄었다. 

수제맥주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편의점 GS25와 CU의 전년 대비 수제맥주 매출신장률은 각각 ▲2019년 353.4%, 220.4% ▲2020년 381.4%, 498.4% ▲2021년 234.1%, 255.2% ▲2022년 76.6%, 60.1%를 기록했다. 

주요 유통 채널인 편의점에서 수요가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이처럼 업계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제주맥주는 지난해 7월부터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전체 임직원의 40%에 대한 희망퇴직 절차를 밟고 문 대표 자신은 급여 전액을 반납하는 등 재무 여건 개선 노력을 펼쳤다. 그러나 결국 극적인 반전은 없었다.

제주맥주 매각 소식이 전해지며 업계에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시장 축소 기조로 실적이 악화된 건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사업을 조정하고 제품군 다양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와 실적 개선에 사활을 걸고 나섰지만 상황이 반전될 지는 미지수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성장한 '이색 협업' 전략이 더 이상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품질과 맛의 차별화로 성장한 해외 수제맥주 시장과는 달리 국내는 이색 협업 등을 통해 급성장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유통 시장 경쟁 과열로 신제품과 마케팅에 대한 소비자 피로도가 증가한 상황"이라며 "제주맥주 뿐만이 아니라 업계에서 주목받았던 다른 기업조차 실적이 악화일로다. 현재로서는 어떻게 잘 버틸 지가 관건"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당분간은 이런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현재로서는 순전히 맥주 하나로만 승부를 보기엔 유통 채널 선호도도 그렇고 경쟁력도 떨어진다"며 "트렌드에 맞춰 제품군을 다양화하면서 회사만의 자체적인 브랜드 개발, 품질 고도화 등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귀띔했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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