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환자 2018년 85만5025명에서 지난해 109만8819명으로 28.5% 급증
'질 좋은 잠' 중요성 부각…기술 고도화로 불면치료 '디지털 치료기기' 등장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사회에서 수면장애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 캡처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사회에서 수면장애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 캡처

[비즈월드] 오늘(15일)은 '세계 수면의 날'이다. 세계수면학회가 수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수면질환 관리의 수면질환 예방·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07년 매년 3월 낮과 밤이 똑같은 '춘분(春分) 직전 금요일'로 제정했다. 

올해 세계 수면의 날 슬로건은 '모두가 잘 자는 건강한 사회(Sleep Equity for Global Health)'다.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사회에서 수면장애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수면장애 환자는 2018년 85만5025명에서 지난해 109만8819명으로 28.5% 급증했다. 

타 질환보다 가볍게 여겨지는 경향이 있지만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넘어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정신질환, 혹은 외과적인 또 다른 신체질환으로 번질 수도 있다. 

이에 왜 질 좋은 잠이 중요한지, 수면 장애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더 나아가 최근 어떤 치료제들이 주목받고 있는 지 살펴본다.

◆'질 좋은 잠'이 중요한 이유

잠은 우리 삶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잠을 잘 때 겉으로는 굉장히 수동적인 모습으로 보이지만, 사실 몸 안에서는 체내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복잡하고 역동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낮 동안 소모되고 손상된 신체·근육 기능을 회복하고, 생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 저장하며 재생하는 시간이다. 이를 통해 피로에서 회복할 뿐 아니라 뇌, 심혈관, 위장관, 호흡, 면역, 내분비, 대사, 성 기능 등의 생체 기능을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잠은 학습과 기억, 감정 조절 기능에도 매우 중요하다. 낮에 학습한 정보가 자는 동안 재정리돼 중요한 것들만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는 한편, 불필요한 기억과 감정은 정화돼 아침에 상쾌한 기분을 갖도록 해준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정보를 학습할 수 있도록 신경세포 기능이 회복된다. 

이처럼 잠을 자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작업 중 하나다. 충분한 잠은 각종 정신·신체질환을 예방하며 아동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 발달을 돕는 등 우리 삶에서 필요불가결한 부분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건강한 수면을 위한 지침 '수면위생법'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수면위생법은 10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아침 기상 시간을 규칙적으로 할 것 ▲낮에 40분 동안 땀이 날 정도의 운동(적당한 운동) ▲낮잠은 가급적 안 자도록 노력, 자더라도 15분 이내로 제한 ▲카페인 섭취 최소화(특히 잠자기 4-6시간 전) ▲금연 ▲금주 ▲잠자기 전 과도한 식사나 수분 섭취 제한 ▲소음을 없애고 온도는 서늘하게, 조명은 어둡게 ▲수면제는 매일, 습관적으로 복용하지 말 것(반드시 전문의와 상의) ▲과도한 스트레스·긴장을 피하거나 이완하기(요가, 명상, 독서 등) ▲20분 이내 잠이 안 오면 가벼운 스트레칭과 호흡훈련 등을 해보기 ▲아무리 밤에 잠을 못잤다고 해도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하기 등이다. 

◆현대인들의 대표적인 고질병 '수면장애'

수면장애는 제대로 잠을 잘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현대사회에서는 인구의 약 20% 이상이 경험하는 흔한 질환으로, 그 증상과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흔한 수면장애 증상으로는 심한 졸음, 불규칙한 수면, 수면무호흡, 수면 중 이상행동 등이 있다. 국제수면장애분류에서는 수면장애를 크게 불면증, 수면호흡장애, 수면과다증, 수면-각성주기의 장애, 사건수면 등의 범주로 나뉜다. 

불면증은 잠들기까지 너무 오래 걸리거나, 잠 든 후 자주 깨거나, 새벽에 너무 일찍 깨어 다시 잠들기 어렵거나,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수면호흡장애는 자는 도중 호흡이 멈추거나 호흡이 얕아지는 사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러한 호흡사건이 반복되면 수면의 질이 저하되고, 자는 동안 체내 산소 공급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심혈관계, 뇌혈관계 합병증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수면과다증은 과도한 주간 졸림을 특징으로 하며 대표적으로 기면증이나 행동으로 유발된 수면부족증후군(Behaviorally induced insufficient sleep)이 이에 속한다. 수면-각성주기의 장애는 몸의 생체시계 리듬이 환경의 밤낮 리듬과 일치하지 않아 적절한 시간대에 잠을 잘 수 없고, 깨어있고자 하는 시간대에는 과도한 졸림이 생기는 상태를 일컫는다. 

마지막으로 사건수면은 수면보행증(몽유병), 야경증, 수면마비(가위눌림), 수면섭식장애, 악몽장애, 아뇨증, 렘수면행동장애, 하지불안증후군 등 잠자는 도중이나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행동이나 생리적 사건을 말한다.

각 범주마다 세부 수면질환이 포함되며 세부 질환에 따라 원인과 자연 경과, 의학적 심각성 등이 다르므로 적절한 의학적 평가와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진단을 위해 면담 이외에 활동측정기, 혈액검사, 수면일기 기록을 통한 정보 수집 등이 이뤄지고 있으며 수면다원검사를 통한 수면장애 여부 확인도 권장되고 있다.

국산 1호 디지털 치료기기(DTx) '솜즈(Somzz)'의 환자 대상 정식 처방이 개시됐다. 사진=서울대병원
국산 1호 디지털 치료기기(DTx) '솜즈(Somzz)'의 환자 대상 정식 처방이 개시됐다. 사진=서울대병원

◆고도화된 기술 활용…디지털 치료기기의 등장

최근 AI(인공지능) 등 IT 기술 기반 헬스케어 시장이 급부상하면서 일부 수면질환에 적용되는 디지털 치료기기(DTx)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에서 디지털 치료기기 도입이 가장 빠른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수면질환이다. 수면제 등 약물 없이 디지털 치료기기만으로 습관을 교정해 질환을 치료하는 방식으로 약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다.

올해 1월부터 국내 1호 디지털 치료기기인 '솜즈(Somzz)'가 정식으로 처방되기 시작했는데, 솜즈는 헬스케어 기업 에임메드가 개발한 수면장애 치료제다. 만성 불면증 환자를 위한 표준치료법인 '인지행동치료법(CBT-I)'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으로 구현한 것이다. 

솜즈 처방을 받는 환자는 통상 6~9주 간 수면습관 교육과 함께 행동중재, 피드백 등 맞춤형 치료를 받는다. 환자가 매일 솜즈 앱에 '수면일기'를 기록하고 주간 단위로 자신에 맞는 수면시간(잠자리에 누워있는 시간)을 의사로부터 처방 받는 방식이다. 

병원에 일일이 내원하지 않아도 앱을 통해 실시간 수면 습관을 교육받거나 피드백을 통해 수면 관련 행동과 잘못된 생각 등을 교정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022년 서울대병원에서 시행된 임상을 통해 불면증 심각도를 효과적으로 낮추고 수면효율을 높이며 안전하다는 근거를 갖췄다. 1차 의료기관에서는 빠르면 다음 달 이후 처방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에임메드의 솜즈에 이어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획득한 'WELT-I(제품명 슬립큐어)'도 있다. WELT-I는 CBT-I를 모바일 앱으로 구현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웰트가 개발했다. 

WELT-I 역시 수면일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의사의 처방에 따라 수면 패턴에 따라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와 수면처방요법 등을 6주 간 수행하는 방식으로 치료에 적용된다. 빠르면 상반기 내 본격 처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기 자극을 이용한 전자약(Electroceuticals)도 개발되고 있다.

현재 경남제약이 서울대·한양대·국민대 산학협력단과 개인 맞춤형 숙면 유도 전자약을 개발 중이다. 경남제약은 지난해 7월 3개 대학의 산학협력단과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을 본격화 했으며 같은 해 11월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세한 스티커 형태의 피부 부착형 패치를 이마에 부착해 뇌파 측정을 진행하고 AI 알고리즘에 적용해 수면의 질 개선과 모니터링 기기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면질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새로운 치료법이 계속 개발되며 환자들의 선택지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디지털 치료기기의 등장을 환영하는 한편, 건강한 수면을 위해선 평소 생활습관 교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수면질환 등에 대한 인지행동치료의 접근성이 비교적 낮은 편이었지만 최근 디지털 치료기기가 등장하며 비약물적 치료 옵션이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디지털 치료기기가 적용되는 인지행동치료는 환자가 습관을 인식하고 행동을 교정하는 게 핵심이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습관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수면질환이 발생하기 전 평소 건강한 생활 습관을 익히는 것이 제일 좋다"고 덧붙였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비즈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