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 33조원 규모 ‘공룡’…핵심 특허 오는 2028년 만료 예정
글로벌 1상 개시 삼성바이오에피스 필두, 종근당도 국내 판권 도입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사진=한국MSD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사진=한국MSD

[비즈월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지난해 세계 최대인 약 33조원 규모의 글로벌 매출을 올린 다국적 제약사 MSD(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본격 돌입했다. 

오는 2028년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고 당분간 전 세계 의약품 매출액 1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려는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모양새다. 

27일 머크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키트루다의 매출액은 250억1100만 달러(한화 약 33조47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단일 의약품 기준으로 그간 부동의 의약품 매출 1위를 기록했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의 매출액을 넘어선 기록이다.

키트루다는 미국 머크의 항PD-1 면역관문억제제다. 암 세포에서 분비되는 특정 단백질인 PD-L1과 면역세포인 T세포에서 발현되는 PD-1 간 결합을 억제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다시 공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전을 가졌다.

지난달까지 키트루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모두 19개 암종 40개 적응증을 승인받았다. 국내에서 허가받은 적응증도 26개에 달한다. 현재도 새로운 암종에 대한 적응증 확대가 이뤄지고 있어 지속적인 매출 확대가 전망되고 있다. 

면역항암제 기전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어 경쟁품목도 늘었지만 당분간은 키트루다의 아성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 2028년에 핵심 물질 특허가 만료되는 만큼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경쟁에 참전하려는 제약사들이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선두에 선 곳은 삼성바이오에피스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로 개발 중인 'SB27'의 글로벌 임상 1상을 개시했다. SB27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하는 11번째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이다.

임상시험 정보 제공 웹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스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한국을 포함한 4개 국가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비소세포폐암 시험대상자 135명을 모집해 SB27과 오리지널 의약품 간 약동학과 유효성, 안전성 등을 비교하는 임상 1상에 착수했다.

종근당도 지난 2022년 싱가포르 제약사 파보렉스(Favorex)와 라이센스 아웃 계약을 맺고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국내 판권을 도입한 바 있으며 현재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업계에선 셀트리온이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있다. 지난 2019년 개최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셀트리온이 예고한 개발을 계획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중 키트루다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셀트리온은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대해 공식화하진 않은 상태다. 다만 이전에 개발 의지를 밝힌 점, 그리고 자체적으로 제형 변경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기존의 정맥주사(IV) 제형이 아닌 피하주사(SC) 제형으로 개발이 이뤄질 수 있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 오리지널사인 머크는 내년 출시를 목표로 키트루다 SC제형을 개발 중이다. 최근 이를 위해 국내 바이오벤처 알테오젠과 지난 2020년 체결한 제형 변경 플랫폼 기술 'ALT-B4' 공급계약을 비독점에서 독점으로 전환했다.

이번 계약 전환으로 머크는 IV제형을 SC제형으로 바꾸는 알테오젠의 기술에 대한 전 세계 독점권을 갖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머크의 행보에 대해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공세에 대비하기 위한 수성책으로 관측 중이다. 기존 IV제형을 SC제형으로 변경해 바이오시밀러의 SC제형 우선 출시 가능성을 저지해 시장 점유율 저하를 방어하려는 전략이라는 것. 

실제로 비슷한 관련 사례가 존재한다. 셀트리온은 얀센의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피하주사 제형 변경에 먼저 성공해 FDA로부터 오리지널 개발사보다 앞서 독점적 신약 지위를 획득한 바 있다. 

머크 역시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전략을 취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미 머크는 지난 2021년 9월 키트루다의 SC제형 특허를 추가로 출원했다. 해당 특허가 등록되면 독점권이 최대 2036년까지도 확대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가 제형 변경으로 오리지널 제품과 차별화를 둔다면 오리지널사의 시장 방어가 어려워진다"며 "특히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보다 약가가 낮게 책정되기 때문에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바이오시밀러 대전(大戰)이 열렸던 휴미라보다 시장 규모가 더 큰 만큼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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