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과정의 강압성 44.7%, 처벌 목적의 조사 42.6% 등 장기요양 시설 반발 심해

현지조사 과정의 억울한 경험과 내용. 자료=한국노인복지중앙회
현지조사 과정의 억울한 경험과 내용. 자료=한국노인복지중앙회

[비즈월드] “현지 조사 마지막 날 확인서 작성을 위해 조사관이 시설장 의료기록을 검색해서 어디가 아프냐, 왜 갔나? 등을 물으며 개인프라이버시를 침해(해) 자존감을 떨어뜨렸을 때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었다”

현지 조사과정에 대해 장기요양 시설(요양원) 관리자와 중간관리자들은 건보공단의 ‘현지 조사’에 대해 과반수가 조사과정의 강압성과 처벌 목적의 조사 등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노인복지중앙회는 회원기관인 비영리법인이 운영하는 장기요양 시설(요양원) 관리자와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건보공단의 ‘현지 조사’에 대한 문제점을 조사한 보고서를 공개해 관련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회보험인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는 장기요양보험료(건강보험료의 12.95%, 2024년), 예산수입의 20%에 해당하는 국가부담, 그리고 수급자 본인부담금 등을 재원(財源)으로 하여 운영된다.

장기요양 시설은 수급자인 입소 노인에 대해 장기요양 서비스를 제공한 후 제공한 서비스에 대한 대가나 보수로서 급여비용(수가, 酬價)을 건보공단에 청구하는 일종의 후불제(後拂制)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같은 장기요양 시설의 서비스 제공 및 서비스급여비용 청구 등과 관련해 국민의 재정적 부담 가중 방지와 국가 재정에 대한 재무적 책임성 확보, 인력 및 서비스 수준 확보를 위한 법정(法定) 기준(인력배치기준, 월 기준근무시간) 준수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차원에서 건보공단은 현지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 불법·부당한 업무처리 사실이 발견될 경우 환수(還收)조치를 취하게 된다. 

과거 2014년 경에는 현지 조사 계획을 연초에 공표해 요양 시설의 자정(自淨)작용을 유도했으나, 최근에는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불시에 현지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어 장기요양 시설 측의 불만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건보공단이 ‘공항 입출국 정보’ 등 개인정보까지 탈법적으로 활용해 현지조사 실시의 명분으로 삼은 사실 등이 밝혀지면서 “공단의 현지 조사가 장기요양 시설을 불법·위법한 범죄시설로 몰아가는 도구로 전락했다”라는 거센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급식을 위탁한 시설의 경우 수탁급식업체가 공급한 급식이 식어 입소 노인들에게 ‘따뜻한 밥을 드리겠다’는 호의(好意)로 밥을 지원한 것과 세탁물을 위탁한 시설에서 입소 노인의 오염된 소량 세탁물을 세탁한 행위에 대해 불법으로 판단해 환수조치를 강행해 관련 업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현지조사의 불순한 의도(왼쪽)과 요구자료제출 기간. 자료=한국노인복지중앙회
현지조사의 불순한 의도(왼쪽)과 요구자료제출 기간. 자료=한국노인복지중앙회

이러한 현지 조사에 대한 비판적 여론과 관련해 한국노인복지중앙회는 지난해 10월 26일부터 11월 10일까지 16일 동안 748개 장기요양 회원시설을 대상으로 ‘현지 조사 및 환수사례 실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특정 장기요양 시설의 사례가 간헐적으로 언론에 소개된 적은 있지만, 이처럼 현지조사를 경험한 시설의 종합적 의견이 보고서로 정리·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설문에 응답한 장기요양 시설(318개, 42.5%) 중 30.8%인 98개 시설이 ‘현지 조사 및 환수의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으며, 이들 시설을 중심으로 응답 경향을 분석해 발표한 것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지 조사를 받은 시설의 93.9%(92개 시설)가 공단이 진행해 온 현지 조사에 대해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답변했으며, 보건복지부 ‘현지 조사 지침’에서 규정하고 있는 ‘3년’을 초과해 자료를 요구받은 경우도 44.9%(44개 시설)에 이르는 등 현지 조사와 관련한 불만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현지 조사에 대한 장기요양 시설의 불신이 극심한 것은 과거 2014년이나 2016년의 경우 연초에 현지 조사 계획을 공표해 장기요양 시설의 자정작용을 유도했던 것과 달리 최근 몇 년간의 현지 조사는 아무런 통지도 없이 ‘불시’에 진행해 공단이 ‘장기요양 시설을 범죄집단 취급한다’라는 비판이 공감을 얻고 있다.

더욱이 퇴사직원을 대상으로 한 무리한 조사와 조사과정에서의 ‘협박’이나 ‘회유’ 등 조사관의 위압적 태도로 시설 또는 종사자들의 방어권이 제한되고 있는 것이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다. 실제로 ‘퇴사직원 조사’와 ‘강압적 조사를 목격’한 경우는 각각 49.0%(48개 시설)로 나타나 ‘조사과정의 방어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현지 조사를 경험한 시설의 58.2%(57개 시설)가 ‘억울하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한 47개 시설의 44.7%인 21개 시설은 ‘받아쓰기나 시설에 불리한 진술 유도·강요 등 강압조사’를 지적했다. 

또 시설을 ‘잠재적 범죄집단’(20개 시설, 42.6%)으로 보는 왜곡된 시각과 관련해 ‘억울함’을 토로(吐露)했다. 

이러한 조사결과에 대해 한국노인복지중앙회 권태엽 회장은 “건보공단이 장기요양 보험자로서의 소명을 다하려면, 현지 조사와 관련해 정정당당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라며 “예전처럼 현지 조사에 대한 사전공표 제를 즉각 실시해야 하며, 종사자들을 이간질시키는 동시에 시설을 옥죄는 수단으로 전락한 ‘신고포상금제’를 재고(再考)하고, 무엇보다 현지 조사과정에서 공급자 측의 방어권을 확실히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제도적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권 회장은 현지 조사 및 환수와 관련해 공단을 피고로 한 소송이 여러 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소개하면서 “어떻게든 시설에 법적인 책임을 강제하기 위해 공단측 조사관들이 관련 자료를 은폐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당한 사실은 분명히 공단이 잘못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현지 조사에 대한 공단의 전향적인 태세전환을 주문하기도 했다. 

[비즈월드=손진석 기자 / son7615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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